실리콘밸리의 디지털 노마드 - 2주차
2016년 3월 13일, 보스턴 근교
원격근무 2주차 완료. 서부의 시간으로 동부에서 살아가는 재미를 들이기 시작했다.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서, 대충 씻고 뭐 좀 먹고, 일 시작해서 주간 미팅하고, 조금 더 일하다가 서부 점심 시간에 맞춰서 숙소에서 카페로 자리를 옮기고, 또 뭐 좀 먹으면서 퇴근때까지 일하기. 카페에서 6시간 정도 죽치는 셈이라 미안하지만, 카페에서 보통 (거하게) 한끼 + 간식을 해결하므로 스스로가 카페에 나쁘지 않은 매출원이라 위로를 하며.
이번주에는 뭔가 안 풀리는 문제가 있어서 스트레스를 조금 받았다. counter-party 가 어차피 샌디에고에 있고, 지금은 인도로 휴가가 있는 분이라 내가 샌프란시스코에 있었어도 이 답답함은 매한가지였겠지만, 관련된 문제로 샌프란시스코에 우리 팀 중 두명이 산마테오 본사로 내려가서 거기 있는 팀이랑 하루 종일 붙어서 다른 이슈를 처리하고 와서, 조금은 원격이라 미안하고 아쉬웠다. 화상으로 들아가서 내가 필요한 부분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직접 머리 맞대고 만나서 문제를 풀면서 쌓이는 스킨쉽은 나중에 대화로 업무를 풀어나갈 때 더 없이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어쨌든, 내 문제도 다행히 업무 막바지인 금요일에 어느 정도 해결하고 주말을 맞았다. 늦게 일어나는 대신 불금에 퇴근하면 오후 10시지만, 뭐 어때, 사실 난 지금 뉴욕이 아니라지 :]
여행이라는 것보다는 이렇게 현재 있는 곳에 자유로운 삶을 원하지 않았던가. 어차피 AirBnB 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른 도시에 있어볼까, 하고 동부의 다른 도시에 와있음. 이번 주말은 여기서 보내고, 다음 주말에는 샌프란시스코에 집 정리를 하러 다시 샌프란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월세 내던 것과 자동차 굴리던 돈을 합하니, 이렇게 여기저기 AirBnB 로 돌아다니는 가격이 딱히 더 높지가 않다.
물론, 그래도 저축을 하려면 어서 도시에 서블렛이든 집을 잡아야겠지만. 옮겨 다닐 수 있어 행복합니다. 4월 말에는 한국에도 살짝 다녀올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는데, 이건 팀에 말을 하고 가야되나, 그냥 가도 되나 ... 를 고민하게 하고 있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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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원격근무 초기 때에는 더 많이 신경쓰고, 더 소심했었다. 나중에는 간이 배 밖으로 나와서(!) 디지털 노마딩을 했으니.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