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면접은 계속...
첫 오퍼를 받은 뒤에도 면접 준비 및 지원을 하던 관성(?)으로 별생각 없이 계속 면접을 보러 다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취업 자체가 간절한 목표였으면 와 됐다!!! 하고 그만 뒀을 법도 한데, "어 됐네? 올ㅋ" 정도 한 느낌이었어서 계속 면접을 보고 불러주는 회사가 있으면 날아갔었다.
대학원이 있던 피츠버그는 동부 펜실베이니아 주의 한쪽에 있어서 미국 동부, 뉴욕과 시카고 사이즈음에 있었다. 서부회사에 한번 면접을 보러 가려면, 친한 형님의 라이드 찬스를 이용해 학교에서 공항으로 이동.
샌프란시스코로의 직항 비행편들 시간이 다들 새벽인데다 가격도 높아서, 회사가 보내준 비행기 티켓들은 보통 국내선에서도 한번의 경유를 거치기에 이런 근처의 도시 공항을 경유해야했다. 그리고 여전히 과제와 시험에 치이는 대학원생이라 비행기에서도, 공항에서도, 자거나 먹고나 과제 혹은 공부를 해야했다.
그렇게 한번의 경유를 거쳐서 피츠버그에서 샌프란시스코에 오면 보통 10시간이 훌쩍 넘는 여정이 되곤 했다. 그래도 회사님이 불러주시고, 숙소에 항공편에 식사까지 모두 책임을 져주시니 가난한 대학원생 입장에서는 감사한 마음으로 사치를 누리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면접 이틀전에 출발해서 면접 전날에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고, 그 다음에 면접이 시작된다.
미국 테크회사의 면접은 보통 1:1 인터뷰를 한번에 한 시간씩, 4-5명과 진행한다. 네시간에서 다섯시간, 중간의 점심 시간과 쉬는 시간을 포함하면 6시간 이상 면접 대상 회사에 체류하게 된다. 면접 상황만으로도 긴장이 되는데 영어로 된, 기술 면접들. 다 보고 나면 녹초가 되어서 나온다.
그래도 회사님이 예산을 넉넉히 주셔서 대학원생으로 사치를 부리면서 아, 이런게 회사원이 삶이려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피로를 풀 수 있다. 그리고 면접 때 받은 질문들도 정리해보고, 나는 어떤 답변을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어떤 답을 할 수 있었는지 같은 것들 복기도 해본다.
고생한 하루 푹 쉬고, 다음 날 아침까지 회사의 예산으로 풍족하게 식사를 하고 다시 나의 집인 대학원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다시 한번의 경유를 거쳐서 1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여기서부터는 회사님이 밥(?)은 주지 않으셔서 대학원생의 식사로 돌아간다.
12월 8일의 면접을 위해서 12월 6일에 출발을 했고, 12월 9일에 집에 도착하는 스케쥴. 그 와중에도 대학원의 시계는 계속 가고 있으니 과제와 공부는 계속.
당연히 중간 중간 딴짓도 하고, 이런 것들 보면서 낄낄댔었다고 기록이 되어있다.
전세계 공대생의 공통점.
https://www.youtube.com/watch?v=aSuBiRDD_AA
그리고 1주일 만의 해피엔딩. 샌프란시스코의 회사에서도 오퍼를 받았다.
면접을 보기 전까지 생소했던 징가라는 소셜 게임을 만드는 회사였는데 당시 갓 IPO 를 하고 있었고, 한때 페이스북 전체 매출의 24% 가 징가를 통해서 나올 정도로 소셜 게임 회사중에 가장 성공한 회사였다. 협상을 모르던 대학원생이 친절하게(?) 가지고 있던 그루폰 오퍼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고, 징가는 그에 맞춰서 딱 하나씩 더 좋은 오퍼를 줬었다.
테스트 엔지니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오퍼를 주었고, 연봉도 10% 더 오퍼를 줬다. 후에 알아보니 샌프란시스코가 "도시" 여서 조금 더 살기도 좋을 것 같았고, 모든 것이 징가가 하나씩 더 나은 상황에 놓여서 즐거운 고민을 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