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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취뽀 후기

한국회사와 미국회사

by 외쿡인노동자

대학원에서 취업준비를 하면서 약 300~500여곳 정도는 지원 할 생각을 했었고, 150여곳 정도를 실제로 지원했었다. 대부분 서류에서 광탈하고 전화면접 기회를 준 곳이 10군데 정도, 그리고 캠퍼스 리쿠르팅에서 온캠퍼스 면접 기회를 준 곳이 4군데였다.


전화면접은 구글만 2차 전화면접을 갔었고 나머지는 모두 1차 전화면접에서 탈락. 구글도 2차 전화면접에서 탈락해서 온싸이트 초청을 받지 못했다. 다행히 온캠퍼스에서 면접을 본 회사들에서 온싸이트 초청을 받았다. 아무래도 졸업생이 인터뷰어로 온다는 점, 직접 얼굴을 보고 면접 진행을 한다는 점이 전화 대비 2억만배 수월하다. (그래서 나중에 후배들에게는 캠퍼스 리쿠르팅 올 만한 회사는 절대 미리 지원해서 미리 떨어지지 말라고 얘기해줬다. 한번 떨어지면 대부분 1년내 재지원 불가.)


(대충 통화 품질이 구리면 그 인터뷰는 망했다고 하는 짤. 사실 괜찮게 봤다고 생각한 두개는 광탈했고, 망했다고 생각한 구글은 다음 전화 인터뷰가 잡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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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기업 한곳은 뉴욕으로 온싸이트를 불러서 갔더니 당시의 사장님(!), 임원 두분(!) 에 부장님 한분까지 4:4 로 면접을 봤었다. 일단 이렇게 높으신 분들이 여기까지 오셔서 리쿠르팅에 직접 면접관으로 들어오시는 것에 놀랐고, 자유분방하게 미국 회사들 면접을 보다가 풀정장입고 한국회사 면접을 보려니 그 분위기의 대비도 인상 깊었다.


해당 기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질문은 사실 나에게는 딱 하나의 질문만 하셨던 당시의 사장님의 질문이었다. 계속 한국에서 살아왔던 내가 미국 생활을 시작한지 4개월만에 받은 질문임에도 충격적(!)이라 기억에 남는다.


"아버님은 무슨 일을 하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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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대비를 안 하고 있던 질문이라 0.1 초 정도 딜레이를 거쳐서 답변을 했다. 이런걸 왜 물어보지? 일 할 때 전혀 필요없는거 아닌가? 이런 생각들도 잠시 했었는데 너무 인상 깊은 질문이었다. 그리고 4:4 였어서 지원자도 나를 포함 네명이 함께 면접을 봤는데, 그 당시 미국의 다른 대학원 MBA 를 하시는 분들의 태도와 자세도 조금 신기했었다.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느낌이 나는 답변들이나, 면접 이외의 상황에서도 위계서열이 보이는 느낌이 있었어서 한국 회사 분위기를 건너 짐작해 볼 수 있었다.


꽤나 형식적이었다고 (기술 면접이라고 볼 수 없었다) 생각되는 해당 면접 이후 해당 회사에서 오퍼를 받았다. 한국 회사의 오퍼라 서울에서 근무하는 포지션이었고 컨설팅이었는데 나를 뭘 보고 뽑은걸까, 내 대학원 이름이 필요한 것이었나, 그럼 난 대학원 이름 빼고는 영 쓸모가 없을 수도 있는거 아닌가, 뭐 이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 온지 반년도 채되지 않았을때라 같이 졸업한 동기들이 대졸 신입으로 입사한지 1년도 채 안된 시점이었는데 미국 대학원 졸업 오퍼는 이정도구나 싶기도 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사실 한국에서 학부 나온 대졸신입들의 연봉과 별 차이가 없던 것 같기도 한데, 그 당시에는 높아보였다. 컨설팅이라 그랬으려나.


한국 회사는 후에 정중하게 거절했었고, 그 후 미국 회사들은 세곳의 온싸이트를 가서 두곳에서 오퍼를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씨애틀 본사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포지션을 불합격, 그루폰 팔로알토 오피스의 테스트 엔지니어 포지션 합격, 징가의 샌프란시스코 본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포지션 합격.


150 곳 지원해서 최종 2곳 합격. 1.33% 정도의 합격율인데, 사실 굉장히 선방했다고 생각했다. 500곳 정도까지는 지원했을 예정이었으니. 그리고 이름을 들어본 곳에 갈 수 있다는 사실 자체로 감사했다. 한국의 통념과는 다르게 미국에서는 핫한 스타트업들은 조용한 경우도 많았지만, 그때는 몰랐기도 했고 비자 스폰서가 꼭 필요한 외국인 노동자였으니.


다시 한번 시기가, 운이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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