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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쿡인노동자 Feb 04. 2020

미국 회사의 신입 사원 교육

부트캠프!

일 시작한지 열흘. 교육이 끝나고 팀이 정해졌다. 오자마자 정신없이 교육 받느라 새 집도 제 모습을 갖추려면 1-2달은 더 걸릴 것 같지만 동시에 부서에 잘 적응하는 일도 관건.


입사 후에 부서가 일방적으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 기간 내내 점심시간, Happy hour 등을 통해서 우리를 원하는 15개 팀에서 나온 사람들과 꾸준히 연락하고 정보를 주고 받아서 1지망 ~ 15지망까지 써서 내는 방식이었고, 인사팀에서 동일한 것을 각 팀에서도 받아서 서로 높게 써서 낸 인력을 해당 팀에 매치시켜준다. 각 팀도 주어진 시간마다 해당 팀의 매니저가 내려와서 우리 모두에게 자신의 팀에서 하는 일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홍보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시 8월의 엔지니어링 신입 동기만 65명 정도였으니 엄청난 성장중이었었다.


그런 팀들 중에 내 resume 를 보고, 개인적으로 연락해온 두 팀이 있었고 두 팀 모두 매니저와 20분 정도 면담을 했다. 두 팀 모두 매력적이었고 한 팀과는 서로 1지망으로 쓰기로 합의(?)를 하고, 각각 1지망, 2지망으로 썼고 1지망으로 썼던 팀에 배치가 되었다. :)


여기서도 오지랖 정신을 발휘해서 두 팀과 면담 후, 회사 내부 디렉토리로 해당 팀 소속들을 조사해보니 한 팀에 한국인 엔지니어 분이 계셨다. 연락드리고 커피 타임을 요청드려서 부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해당 팀으로 배치가 되었고 심지어 내 사수가 되셨다. 오예. 미국 첫 회사 엄청 쫄아있는데 사수님이 한국분이시라니. 럭키.


내가 일하는 팀은 4명 정도이고, 부서? 라고 해야하나 팀보다 조금 더 큰 단위가 15명 정도인데 이 부서의 최고 head는 나랑 나이가 비슷하다고 하다. 어려보이더니, 징가의 메인 게임 중에 하나를 공동 창업 후 그 기업을 징가가 인수한 사례라고. 나이스한 훈남 이미지 풀풀나는데, 뭔가 동기부여가 되는 모델. (후일 그분은 다시 한번 창업을 하고 다시 한번 라이엇 게임즈 - 롤 만든 회사 - 에 인수되셨다 존잘러 쵝오. 그분이 나오시는 영상.)


오늘 나를 포함 신입 세 명이 같은 팀으로 배치되어서, 일찍 퇴근하고 회식도 하고, 술 마시고 볼링치고, 팀내에서 밀접하게 일 할 분들이 활발하고 좋아보였다. 그리고 교육 기간 동안 함께 입사한 동기들도 그새 정이 좀 들어서 어느 부서에 누가 배치되었다고 발표 할 때마다 서로 박수쳐주고, 하이파이브하고, 각 부서로 가면서 인사할 때는 살짝 뭉클하더라. 진짜 열심히 일해야지.


Hack-a-thon 이라고, 교육 기간내에 주어진 게임 플랫폼 위에 자유롭게 게임을 만들어서 교육 마지막 날에 발표를 했는데, 진짜 뛰어난 동기들 많더라. 그 짧은 기간에 와- 소리 나게 한 팀들도 있었고, 나랑 함께한 세 명의 동기들도 다정하고, 의사소통 빡센 외국인도 배려해주면서 (난 열심히 코딩을!) 일해서 혼자 막 친밀감 느낌. 크크. MIT를 나왔다는 친구는 보스턴 지사로 가고, 콜럼비아를 나왔다는 친구도 원하는 부서로 배치, 내 발음 잘 못알아 들어서 소통이 살짝 힘들었던 팀원도 새로운 게임 부서로 배치. 다른 부서에 아는 얼굴들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 제일 얘기도 많이 했고, 그새 좀 친해진 중국계 캐나다인 친구는 (내가 2지망으로 썼었던) 내 탑 초이스 중의 다른 팀에 배치. 이 부서하고도 끈을 놓지 않고 싶었는데 잘 된 느낌. 요 친구는 중간에 사흘 정도 잘 곳이 없다길래 다음 주 초반에는 우리 집에서 재우기로 했음. 크크.


해커톤 기간 중에 내가 팀원들에게 설명하려는 로직이 내 생각만큼 전달이 안되는 것 같아서 메모지에 후다닥 코드를 짜서 보여준 것이 있다. 손코딩에 익숙했었던 때고 급해서 그렇게 노트에 적어서 팀원들을 이해시켰었던건데, 종료 시점 무렵에 엔지니어링 헤드들이 팀마다 돌아가면서 체컵을 하다가 해당 쪽지를 발견하고는 이건 뭐냐고 물어봤었다. 그래서 내가 설명을 잘 못해서 우리 다 엔지니어라 코드로 짜서 이해시킨거라고 했더니 해당 헤드가 겁나 멋지다는 표정으로 날 막 칭찬해줘서 엄청 기분이 좋았다. 그 칭찬을 보고 있던 다른 동기 하나가 부러움의 눈으로 쳐다봐준 것도 덤. 엔지니어링을 이렇게 찬양하고 대우해주는구나를 다시 한번 느꼈던 장면이었다.


*


이 이후는 개인적인 적응 일정.


나의 첫 주말, 여기 온지 5일차 에는 대학원 베스트였던 샤오가 이사 도와주겠다며 마운틴 뷰에서 1시간에 걸쳐서 SUV를 몰고 여자친구와 함께 왔고, 토요일 일요일 주말 모두를 나한테 쏟아줘서 이사 짐도 새 집으로 옮기고, 내가 한국 가 있던 동안 자기 집에서 맡아주던 산더미 같은 내 짐들도 다 가지고 와서 옮겨주고, 가구 쇼핑 / 조립, 장보기 등등 정말 극초반에 필요한 모든 걸 도와줬다. 정말 눈물나게 고마웠고, 의리에 폭풍 감동. 게다가 초반에 분명히 돈 모자를꺼라며, (실제로 deposit 부터 시작해서 초반에 들어가는 비용이 장난 없는데, 집에다 손 벌리는게 한계가 있어서 좀 불편하더라도 침대도 한 1주일 있다 사고 다 천천히 할 예정이었음) 자기도 초반에 힘들었는데 친구가 도와줬었다고, 계좌번호 부르라고 하고 쿨하게 200만원 이체해 줌. 이거 아마 충분하지 않을거라며, 가구 산거 120만원도 대신 결제. 자기는 월급 받아서 사는게 궤도에 올라서 나한테 이정도 돕고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으니까 기간 구애받지 말고 나도 월급타서 쓰는게 궤도에 오를 때쯤에 갚으라는 얘기까지. (덕분에 일찌감치 침대도 사고, 장도 보고, 밥도 사먹고 할 여유가 생겼음...)


진짜 폭풍 감동. 여기와서도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고 있는데, 샤오 진짜 뼈에 사무치는 감동이었음. 다음 주말에는 (내일/내일모레) 자기가 피츠버그에 가야 되니까, 그 다음 주말에는 다시 또 차몰고 와서 쇼핑도와주겠다고. 하... 이 말로 형언 할 수 없는 사람 같으니. ㅜ_ㅜ


결론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 어제 좀 늦게 퇴근하면서 날씨가 쌀쌀하다 했더니 어제 밤부터 몸살이 걸려서 오늘 하루 종일 비실거렸는데, 또 그 와중에 첫인상 잘 심는다며 매니저가 권하는대로 술 받아먹고 볼링치고 그랬더니 상황이 악화되긴 했지만. 약 진짜 안 먹는 편인데, 당장 내일부터 또 가구사러 다니고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아서 아플 수가 없으므로 약 고고. 이야 오늘은 진짜 말 끝마다 한 문단씩 쓰는구나. 이만 끝. 끝. 끝. 웰컴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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