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한다~
팀에 배치된 이후로 첫 주말이 지나갔다. 아직은 뭘 모르는지도 모르고 시니어들의 인도를 따라서 문서 읽고 셋업하고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와중에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주구장창 한국에서 윈도우만 써왔고, 대학원에서도 윈도우만 쓰던 내가 입사 때 사용 할 랩탑을 고를 수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윈도우를 고르는게 미친짓 같은데 그때는 새로운 회사에 새로 적응하기도 바쁜데 맥은 보류해두고 익숙한 윈도우를 쓰기로 하고 윈도우를 신청했었다. 허나 두둥. 부트캠프에 가보니 65명의 신입 동기들 중에 윈도우 신청한 사람이 나 포함 2명인가 그랬다. -_-;;;
일단은 그대로 쓰면서 버텼는데 새 팀에 배치되서 윈도우 피씨를 들고 갔더니 씨니어들이 살짝 당황. 왜냐면 (당연하게도) 모든 개발 환경이 리눅스나 OSX 에 맞춰져 있어서 윈도우 피씨는 하나하나 일일히 셋업을 다르게 해줘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 어느 정도 셋업을 하다가 씨니어 한분의 권유로 맥으로 뒤늦게 교체했다. 이런 부분도 다 이해해주던 당시의 팀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
그리고 맞이한 첫 금요일.... 문화 충격의 시작. 일단 회사에서 맥주를 준다. -_-; 그냥 주는게 아니라 층마다 팀마다 얼음 꽉꽉채운 버켓에 맥주병을 잔뜩 꽂아서 가져갈 수 있게 해둔다. (유쾌한 천조국 스타일!) 대부분 이렇게 맥주 한병씩 두병씩 마시면서 오전에 일을 어느 정도하고, 오후에는 릴렉스하면서 한주를 정리한다.
대략 이런 느낌되시겠다. 매주 금요일은 거의 이런 분위기였다. 금요일 오후는 릴렉스하면서 한주를 정리하고 맥주 한잔하면서 마무리하고 일찌감치 퇴근. 이래도 되나? 싶었었던 첫주의 금요일.
그 다음으로는 회사가 핸드폰을 사줬다. 최신 아이폰을 사주고 (물론 고를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꽤나 비싼 통신요금도 제일 좋은 플랜으로 대신 내줬다. 당시 버라이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월 $70-80 정도 했다고 기억하는데 핸드폰 + 요금까지 커버. 개인 휴대폰과 업무 휴대폰을 따로 쓸까도 했지만 너무 비싸서 이때 개인 핸드폰 해지하고 (대학원 시절의 피츠버그 412 번호 안녕!) 새로운 샌프란시스코 415 번호를 받았다. 그때의 징가에서 해준 첫 번호는 지금까지도 유지해서 쓰고 있다. 저 비싼 핸드폰도 쿨하게 사주던 것도 놀라웠음.
너무나 자유롭고 릴렉스한 업무 환경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팍팍 쏟아주는 지원에 어리둥절 했었고, 다른 의미로 적응이 필요했다.
*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 큰 무지개가 떴었던 날.
혼자 낯선 도시에 적응하면서 제일 큰 사치를 부렸었던 집. 이런 발코니가 딸린 집을 계약했고 (물론 주변이 게토였다... 나중에 업데이트 ㅠㅠ) 부트캠프에서 친해진 중국계 캐나다인 친구가 4일 정도 우리 집에 머물면서 이런 사진을 선물로 남겨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