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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쿡인노동자 Mar 03. 2016

지켜야 할 것들, 혹은 임하는 자세

원격근무를 계속하고 싶다면...

온전히 원격근무를 하는 개발자가 천연기념물처럼 드문 존재는 아니다. 그리고 디지털 노마드라는 라이프 스타일을 따르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서 이런 저런 원격 근무에 관한 기사를 가끔씩 접하고, 장단점, 허와 실 ... 이런 글들을 가끔 보았는데, 나 스스로 원격근무를 1-2주씩 짧게 여러번 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지키려고 하는 것들을 정리해 놓으려고 한다.


원격근무 첫주차 - 뉴욕 맨하탄의 Little Italy 지역


일단, 기본적으로 일이 우선이다. 어쩔 수 없이 원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의지에 의해서, 팀원과 회사의 허락을 받아서 원격을 하는 중이기 때문에 나의 결정으로, 내가 원격근무를 하면서 오는 타인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 예전에 읽었던 글 중에서 "막상 해변에서 일을 하면 바람도 불고 인터넷도 생각보다 별로고 꿈꾸던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라던지, "시차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도시에 적응하면서 일하는 것이 쉽지 않다" 던지 하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들으면서 해당 필자를 신기하게 생각했었다. 아니, 일을 하는게 우선이지, 여행이 우선인가. 해변에서 일을 하고 싶었으면 미리 그곳에 가서 인터넷 상황은 어떤지, 만에 하나 인터넷이 잘 안되면 어떤 백업 플랜을 가지고 있는지 정도는 계획과 예행 연습을 해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기본적으로는 일이 잘 되야 스스로도 즐겁고, 회사와 팀도 만족해야 지속가능한 원격근무가 되는 것이다.


원격근무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하면 아무래도 의사소통의 문제이다. 시차가 나는 경우도 그렇지만, 뒤돌아서 톡톡 건드리고 같이 화면보면서 이야기하면 분명히 쉽게 해결되는 성질의 것들이 있다. 내가 원격이 되어서 팀원들이 그런 경우에 불편을 겪을테니, 내가 더 신경을 써야한다. 항상 충분하게 over comunnication 을 해야하고, 내가 하는 일들에 연관된 사람들이 어떤 궁금증이나 필요를 가지고 있을지 한발 앞서서 생각하고 말 걸고, 문서를 만들고, 풀어놔야한다. 또한, 이메일이나 메신저 등 각종 사내 커뮤니케이션 채널에 대한 답장을, 업무 시간 중에는 미팅에 들어가 있지 않은 이상은 바로 답을 하려고 노력해야한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하든, 중요하지 않음 보다는 responsive 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원격이니까 더더욱 신경쓰고, 잠시 자리를 비울 때에도 핸드폰에 앱을 설치하고 알람을 켜놓는 식으로. 


회의에 임하는 태도. 아무래도 실리콘밸리쪽 회사들, 특히 엔지니어나 팀내에서의 회의는 굉장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이 된다. 책상에 발을 올려놓고 맥주를 마시면서 회의를 하는 경우도 있고, 회의실 바닥에 있는 쿠션에 널부러져서 회의를 해도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건 내가 사무실에 있을 때의 이야기이고, 원격일때에는 조금 덜 흩트러진 모습을 보이는게 좋다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원래 출근 할 때도 안 하던 와이셔츠차려 입으라는 것은 아니지만, 왠만한 회의는 꼭 "화상" 으로 들어간다. 목소리로만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상대방이 편하다. 이를 위해서는 "화상" 회의가 가능한 수준의 인터넷 접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정말 인터넷이 안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최대한 "얼굴" 을 보고 이야기 하는 것이 하나. 그 다음에는 눕거나 기대서, 혹은 제대로 씻지 않은 꾀죄죄한 모습으로 회의에 들어가지 않는다. 역시, 내가 사무실에 있으면 이런 것도 분위기를 봐서 크게 지장이 없을수도 있지만 내가 원격에서 근무 할 때는 항상 깨끗한 모습으로, 바르게 앉아서 회의에 임한다.


마지막으로 환경과 컨디션 조절. 업무 하기에 적합한 환경은 최대한 미리 예행 연습을 해보도록 하고, 동시나 국가 이동 등의 시차로 인한 컨디션 저하 혹은 근무지와의 시차로 인한 피로는 스스로 최대한 조절한다. 비행기 값을 아끼려면 물론 평일에 이동하는게 좋지만, 회사 일에 지장을 주지 않을 수 있는 한계를 잘 파악해서 움직이고, 스스로가 시차 변경시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으면 도시 이동을 제한해야 한다. 그리고 평일은 똑같이 일하고 먹고 잔다. 여행과 도시를 즐기는 것은 주말에 해도 되지 않는가. 다른 팀원들은 굳이 내가 이동을 했는지, 피곤한지, 여러가지로 "나의 상황" 이 변함을 파악하지 못 할 정도로 일을 해야한다. 다시 한번, 나 때문에 다른 팀원이 신경을 써야하는 일을 최소화한다. 


매끼니를 사먹는게 질릴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먹을 식사를 여행지의 맛있는 음식으로 할 수 있는 사치


앞으로 더 업데이트가 될지, 저기서 더 줄일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정도를 생각하고 시작하고 있다. 이미 6개월 넘게 한 팀에서 일해온 동료들이라 어느 정도의 합은 맞지만, 외국인 노동자로 안 그래도 말수도 적고, 대화에 약간의 장벽이 워낙 있던 내가 원격이 되어 원래도 있던 불편함이 어느 정도는 가중이 될 것이다. 최소화해서, 내가 원격에 있는 것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가 되도록 만들기. 


* 이 포스팅은 워드프레스브런치미디엄에 동시에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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