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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쿡인노동자 Jul 28. 2020

프랑스 파리의 국제에너지기구 정책분석가, 이지현

국제기구 직원으로서의 삶

줌터뷰의 이번 게스트는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기구인 국제에너지기구 (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 에서 정책분석가 (Policy Analyst) 로 근무 중인 이지현님이십니다. 지현님은 뉴질랜드와 중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한국대학에서 정치외교학으로 학부를, 영국 런던정경대 (LSE, The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에서 환경개발 (Environment and Development) 으로 석사를 마치시고 영국 런던 KOTRA, 한국개발전략연구소를 거쳐 현재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국제에너지기구에 3년째 근무중이십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이지현이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파리 국제에너지기구에서 일하고 있고, 여기에 정착하기 전에는 뉴질랜드에서 시작해서 중국, 영국 등에서 살면서 좋게 말하면 여행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앞으로도 몇 년간은 더 이렇게 떠돌이 삶을 살 것 같아요. 그래서 해외에서 대단한 일을 하고 계시는 이전 줌터뷰이 분들을 보면서 굉장히 공감도 많이 하고 동기 부여를 받았는데요. 보잘것 없지만 제 이야기도 저와 비슷한 커리어를 꿈꾸시는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국제기구, 그리고 국제에너지기구에서 하는 일은?  


·        국제기구란? 일반적으로 국제기구에서 하는 일들은?


국제 기구는 말 그대로 다양한 국가 정부들이 회원국을 이루어서 국제적 협력이라는 기본적 원칙 하에 운영되는 기구를 지칭합니다. 그러나 그 성격이나 운영 체제, 목적 등은 기구마다 상이합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속해 있는 에너지 분야만 보아도 먼저 월드 뱅크(World Bank)나 ADB (Asia Development Bank)와 같이 국제 금융 기구로 에너지 관련 실질적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조달하는 것을 중점으로 하는 기구가 있는 반면, 보다 연구 성격을 띈, 정책 혹은 시장 분석에 주력하는 국제에너지기구 (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가 있고 근래 들어서는 이제 깨끗한 에너지 자원, 재생 에너지에 대한 수요와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IRENA(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 와 특정 에너지원을 중점으로 하는 기구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물론 그에 상반되는, 그리고 보다 유서깊은 오펙 (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 OPEC) – 1960년에 설립된 석유 수출국 기구도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질문으로 돌아가서에너지 분야 밖에 국제적 협력이 요구되는 모든 분야 – 환경보건무역인권  -  이러한 다양한  성격의 국제 기구가 운영되고 있다고 이해하시면   같습니다. 이러한 모든 분야를 포괄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대표적 국제기구가 국제연합 – UN (United Nations) 있고  외에 OECD (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등이 있습니다.


국제기구의 공통적 목적은 국적을 초월한 개개인 그리고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 – 인권민주주의평화 – 등을 도모하고 개선시키는 데에 있고기능적으로는 국제적 협력이 요구되는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혹은 국제 무역 문제에 건설적인 협의점을 도출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있게 돕는다는 데에 있습니다국제 기구를 이해할  가장  중요한  국제 기구는 의사결정 기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최종 의사 결정과 사회경제 정책은  정부에 의해 만들어지고 실행되며 국제기구는  정부가 최선의 의사 결정과 정책을 만들  있는 돕는 보조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어지는 국제 기구에서의 근무 환경이나  직업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설명드릴  있을  같은데이러한 국제 기구의 본질을 똑바로 알고 있어야 본인이 진짜 국제기 구에서 일하고 싶은지그리고 이것이 본인의 커리어 개발과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는지를 제대로 파악할  있을  입니다.


·        국제에너지기구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IEA는 이름 그대로 에너지와 관련된 모든 일은 논하고 분석하는 가장 권위적인 국제 기구로, 각 정부 그리고 에너지 산업체에게 어떻게 현재 그리고 미래 에너지 안보, 지속 가능성, 그리고 시장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지를 제시하는 것을 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1974년 중동 국제 석유 파동에 공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OECD 회원국들이 국제 에너지 안보 증진을 목표로 설립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현재까지도 OECD산하에 속하지만 OECD아래의 한 부서 (directorate)이 아닌 하나의 독립된 기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IEA가 가지는 몇 가지 특이사항이 있는데요.


먼저 현재 IEA를 에너지 연구 – 일종의 씽크탱크로 인식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IEA를 일반 다른 에너지 기구와 가장 차별짓는 점이 바로 이 역사적 배경에서 생겨난 90일분 석유비축의무 준수 사항에 있습니다. 즉, IEA회원국이 되기 위해서는 각 국가의 최소 석유 순수입량의 90일분 이상을 의무적으로 비축해야만 회원국을 인정될 수 있는 조격 자견을 갖출 수 있고, 각 회원국가가 비축의무사항을 준수함으로써 석유 공급위기에 공동적으로 대응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국제 석유 파동이 일어났을 때 시장에 석유 물량을 공급함으로써 시장 수급, 가격 등에 즉각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작년 2019년 사우디 석유 정유시설에 드론 공격으로 인해 원유 생산량이 급감했을 때 많은 언론사들이 과연 IEA가 공동으로 석유 물량을 국제 시장에 풀 것인지에 대해 다뤘는데, 이런 것만 보아도 IEA는 단순한 연구만 하는 기관이 아닌 석유 공급 위기 시 공동대응을 통해 실질적인 시장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기구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IEA는 특정 에너지 자원 혹은 기술만을 지지하는게 아니라 all fuels, all technology라는 원칙하에 석유를 포함한 석탄, 천연가스,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등 모든 에너지 원의 균형적인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합니다. 현재는 기후 변화, 환경 오염 등 환경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저탄소 에너지 체제로 전환하는 데에 중점을 많이 두고 있고 사무국 내 재생 에너지, 에너지 효율, 기후변화 등 관련 부서들의 몸집이 많이 커졌습니다.

최근 눈에 띄는 변화로는 과거 오이씨디 회원국 중심에서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협력 국가 범위를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직무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        Policy Analyst 이란? Policy Analyst  하는 일들 ?


Policy analyst를 번역하면 정책 분석가인데, 그 범위를 정책으로 국한짓는것 보다는 포괄적인 시장 동향, 사회 발전, 정책 변화 등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사점 도출, 정책 제언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그리고 속하는 부서에 따라 그 방향이나 방식이 달라지기도 하구요.


제 커리어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저는 IEA에 Energy Policy and Security Division (PSD)에서 시작을 했는데 해당 부서는 아까 위에서 설명한 에너지 안보, 특히 석유 비축 의무와 관련된 일과, 각 정부 에너지 정책 보고서 작성을 주로 하는 부서입니다. 그래서 가장 직접적으로 회원국 정부와 교류하고 각 국 중점 사안을 빠르게 파악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외교적, 정치적 민감도가 가장 피부로 느껴지는 부서이기도 합니다. 특히 안보 문제는 국가 안보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PSD에서는 각 회원국의 경제 사회적 요소를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에너지 정책 제언과 정부의 수요에 따른 에너지 주제 분석을 제공하는 작업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예를 들어, 2019년에는 한국 에너지 정책 리뷰 (In-depth review) 보고서를 위해 일주일 간 서울에서 관련 정부 부처, 기업, 비정부 단체들과 회의를 가지기도 했고, 이를 기반으로 올해 한국 에너지 정책 보고서가 발간 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정책적 제언보다 시장 동향 분석이 주를 이루는 부서도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IEA market series 가 있는데 석유, 가스,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등 각 에너지 부문에 시장 동향을 매년마다 업데이트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policy analyst에 속합니다. 저는 올해 3월에 에너지 효율 (energy efficiency) 팀으로 부서를 옮겨서 보다 구체적인 한 분야의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방향으로 틀었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부서 내 제 포지션이 중국 전담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 시장 동향 분석도 중요하지만 중국 정부와 일대일로 교류하고 그에 맞는 정채적 제언, 기술적 서포트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업무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        어떤 사람들이 Policy Analyst  되는가? Policy Analyst 로서 기대하는 미래는?


이런 이런 사람들이 Policy analyst가 된다라는 공식은 없는 것 같습니다. Policy analyst 포지션으로 일하는 동료들 모두 각기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아마 그게 국제 기구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적도 배경도 경험도 매우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요. 그럴 수 밖에 없는데 국제기구에서 policy analyst 를 채용할 때 굉장히 구체적인 업무 그리고 스킬을 요구합니다. 기업처럼 대규모 채용을 통해 교육시키는 시스템이 아니라 때에 따라 필요한 구체적인 specialist를 뽑습니다. 일종의 전문 경력직 채용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해서 본인이 그 포지션에서 요구하는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고 경쟁력이 있다면 누구나 policy analyst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Policy analyst 로 기대하는 미래는..사실 저도 아직  junior에 속하기 때문에 이 policy analyst가 가지는 그 무게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작년 한국 에너지 정책 리뷰를 하면서 느낀 건데, 과거에는 정책 제언을 한다는 그 자체가 어떤 영향력을 가지는지 완벽히 가늠하지 못했거든요. 모르면 무식하다는 게 참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근데 제가 직접 가서 관계자들을 만나보고 정부와 소통하면서 보고서를 쓰다보니 아 – 이게 정말 철저한 공부와 분석 없이 함부로 쓰면 안되고 한 단어, 문장 선택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구나 하고 새삼 깨닫게 되었어요. 특히 이제 국제에너지기구가 발간하는 보고서나 정책 제언을 각 정부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더욱더 그 무게가 큰 것 같아요. 그래서 부담이 굉장히 커졌는데 동시에 제가 어렸을 때 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지금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서 일이 좀 더 재미있어졌어요. 제가 이제 정책을 다루는 일을 하고 싶었던 가장 큰 동기가 어렸을 때,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좋은 의사는 환자들을 살리지만 좋은 정책가는 모든 시민을 살린다 – 이런 비슷한 글을 보고 마음에 새기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조금이나마 좋은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데 기여를 할 수 있다면, 그래서 그게 좀 더 나은 사회, 경제, 환경으로 이루어진다면 그게 policy analyst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상이지 않을 까 싶습니다.


국제기구 직원으로서의 삶


    처우나 삶의 질?


일단 국제 기구의 근무 환경은 – 저는 개인적으로 큰 불평 불만 없이 다니고 있습니다. 일단 세금 안내는 게 좋은 것 같고 보험 들어주는 것도 좋아요 히히 :) 대신 동네가 동네인 만큼 파리 물가가 워낙 높고, 집 구하기도 어렵고, 또 언어를 잘하지 못하면 확실히 정착하고 적응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정말 케이스 바이 케이스 인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박물관이 많고 예술, 역사적으로 배울 수 있는게 많다는 것, 그리고 여행을 잘 다닐 수 있다는 점을 정말 사랑하지만, 음식이나, 사람, 아니면 주거 환경 등 다른 일상 생활에 있어서 딱히 큰 매력점을 느끼지는 못했어요. 특히 이제 빠른 템포에 적응된 한국분들은 파리에서의 생활이 답답하실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파리는 여행으로 와서 좋은 것 보고, 맛있는 거 먹고, 짧고 ! 굵게 ! 경험하고 돌아가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국제 기구하면 야근은 존재하지 않는 여유로운 워크라이프를 떠올리시는데, 국제 기구도 결국 하나의 회사거든요. 그래서 일반 기업에 다니면서 겪는 모든 것들이 있지만 그 정도가 다를 뿐이죠. IEA에서는 다들 치열하게 일하고 야근도 물론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유연성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9시 전 출근, 1시부터 2시 점심시간, 이렇게 엄격한 규칙이 없고, 본인의 스케쥴, 업무에 따라 유연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본인의 업무를 제대로 한다는 가정 하에요. 그리고 회사 업무가 끝나면 본인의 사생활은 본인만의 것입니다. 그게 정말 

좋은 문화인 것 같아요.


동시에 그 유연성의 양면으로 저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연차에 따른 자동 승진이 없다는 점, 턴오버 (turn-over)가 빠른 편이기 동료가 많이 바뀐다는 점, 빠른 시장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고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외쿡인노동자 주: 네? 거의 실리콘밸리 IT 회사인데요? ㅎㅎㅎ)


    국제기구에서 일하려면 소명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거창한 소명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람마다 다르고 분야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위에서 언급드렸던 국제기구 채용 방식, 업무, 문화 등으로 인해 구체적인 소명 의식을 가지고 국제 기구에 진입한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좀 더 많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저만 해도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학업 – 커리어를 쌓아 거든요. 그래서 그런 의식을 항상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의 성공이나, 단순히 일을 위한 일을 하는것 보다는 제가 하는 일이 제가 원하는 사회를 구현하는 데에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동기 부여에 굉장히 중요하고, 이건 제 동료들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서는 그래서 채식주의자들도 많고, 탄소 배출을 최소화 하기 위해 여행다닐 때 비행기 대신 훨씬 더 고생스러운 버스-기차 루트를 고집하기도 하고, 플라스틱 컵은 사용하지 않는 등 본인의 원칙과 소명을 일과 개인적 생활에 연장시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마 인권 분야나 환경 분야로 넘어가거나 아니면 에너지 분야에서도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시는 국제기구 직원분들은 더 강한 소명 의식을 가지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혼없이 일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래서 국제 기구던 대기업이던 정부 기관이던 본인의 뭔가를 이루고자 하는 본인의 마음과 의지가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지금의 일을 하게 되었나요? 원래부터 이 일에 관심을 가지고 계획했나요?  


한 30% 정도는 고민하고 계획한 결과이고, 나머지는 정말 생각치도 못했던 작은 선택들이 일련의 더 큰 선택으로 이어져 떠밀려진 결과인 것 같습니다. 먼저 제가 계획했던 부분은 1)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 2) 국제적인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  3) 정책을 다루는 일을 하고 싶다 – 이렇게 크게 3 가지 입니다. 그리고 이걸 목표로 학사는 정치외교학, 석사는 환경개발, 그리고 다수의 국제적 인턴십을 통해 국제기구 커리어를 쌓았다는 것까지가 제가 계획 한 것 같아요.


나머지 세세한 부분 – 환경이라는 거대한 범위 하에 에너지 – 그리고 그 중에서도 에너지 효율 – 그리고 현재 중국/아시아 전문가 포지션을 가지는 구체적인 커리어로 이어진 것은 더 큰 환경적인 요소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래서 겸손한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 같구요.


예를 들어 애초에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제가 11살에 뉴질랜드에 유학을 가 4-5년 정도를 살다가 중국으로 옮겨갔을 때에 본인 스스로가 환경이 왜, 그리고 얼마나 중요한지 스스로 느꼈기 때문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된 것 이고, 지금 중국 포지션을 담당할 수 있는 것도 중국에서의 경험 때문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거였죠. 사실 환경 석사를 마칠때까지 에너지를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을 가질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다만 석사 후에 바로 시작한 KOTRA컨설턴트 일이 환경-에너지 분야였고, 그러다 보니 그 다음 직업도 에너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되었고, IEA에서의 기회도 사실 학사때 했던 OECD 환경부 인턴십이 큰 힘이 되었죠.


이제와서 뒤를 돌아보니 그때는 되게 두서없었던 선택들이 어떻게 여차저차 연결이 되어있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어딜가든 항상 운이 좋았다고 말하고 실제로 진짜 운이 좋은 편이에요. 부모님이 애초에 유학을 지원해주시지 않았으면 제가 지금과 같은 계획을 가지기나 했을런지 그리고 했다 해도 그 문턱이 너무 높지 않았을까요? 부모님 외에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을 점점 더 크게 느끼고 있어요.


예전에는 사실 내가 잘나서 그렇다는 그런 얄팍한 생각을 가지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어린 시절에는 그런 치기 어린 태도도 정도만 지나치지 않는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근데 이제 좀 철이 들다보니 내가 순수하게 이루어 낸 건 정말 뭐 없다 – 넌 진짜 운이 좋았다! 라는 생각을 더 하게 되었어요.


    영국에서 석사를 하게 된 이유  


영국 석사는 사실 학사 때  했던 파리정치대학 (Sciences Po) 교환 학생 경험과 OECD인턴십 경험이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저는 그때 단순하게 OECD에서 환경 관련 일을 하고 싶다라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세웠고, 그래서 인턴십을 하면서 교환학생을 하면서 교수님, 상사, 동료들에게 대놓고 물어봤어요. 여기서 이런일 하고 싶으면 어디로 석사가야 하나구요. 그 때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이 파리정치대학이랑 제가 간 런던정경대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LSE) 였어요.


사실 그때만 해도 환경 관련 석사 프로그램이 많지 않았거든요. 제가 기억하기론 한국에는 서울대학교랑 카이스트 두 군데에서만 녹색 성장, 환경 정책을 전문으로 하는 석사 프로그램이 막 신설 되었던 걸로 기억해요. 근데 런던정경대 Environment and Development 프로그램은 환경 정책 특히 이제 환경 경제분야에서 굉장히 유명하신 교수님들이 계셨어요. 스턴 보고서 (Stern review)를 쓰신 니콜라스 스턴 교수님을 대두로 어떻게 환경과 경제를 접목함으로써 환경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신 교수님들이 많이 계셨죠. 예를 들어 기후변화 해결책하면 항상 언급되는 탄소세, 탄소배출권 거래, 탄소 시장 형성 등이 런던정경대 환경 석사 프로그램을 가르치기는 교수님들이 오랜 시절부터 주장해주신 것들이에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있고 그 범위도 굉장히 넓어요. 환경법을 공부할 수도 있고, 과학자가 될 수도 있고, 캠페이너가 될 수도 있어요. 근데 저는 말씀드렸다시피 정책자의 관점에서 어떻게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배우고 싶었고 LSE는 전 세계적으로 그런 정책자, 경제학자 들을 많이 배출한 좋은 학교라고 많이 추천 받았어요. 특히 OECD 같은 경제개발 기구에서 매우 선호하는 학교이기도 했구요. 그래서 크게 고민 하지 않고 추천받은 Sciences Po, LSE 그리고 Geneva Institute 이렇게 세 곳 지원했고, 그 중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LSE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영국 석사는 2년이 아닌 1년이라는 현실적인 조건이 큰 이유이기고 했습니다...


지금도 저희 부서만 해도 LSE출신이 4명이고 여기 저기서 많은 동문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석사를 영국 LSE로 간 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힘들었던 것 만큼 정말 가치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다면 저는 항상 LSE시절을 꼽아요. 나름 열심히 하고 치열하게 살았는데 가장 큰 아쉬움이 남아요. 다시 돌아간다면 훨씬 더 재밌는, 즐기는 석사 생활을 해보고 싶어요.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미래


    앞으로 어디서/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글쎄요.. 어디서는 정말 모르겠는데 어떻게는 좀 더 확신이 있어요. 저는 지금 제 직업에 만족도가 높은 편이기에 이 분야에 전문성을 기르는데 주력하고 싶어요. 근데 그게 딱히 국제 기구여야 한다는 그런 제한은 없구요. 요즘은 국제화 시대여서 사기업에 들어가도 국제적으로 일할 수 있고 기회는 많으니까 새로운 시도에 제한을 두고 싶지는 않아요. 아마 어디서는 직업 선택에 따라 자동으로 따라오는 옵션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디서는 아직까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직업을 떠나서 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일단 더 여유를 가지고 싶어요. 주식 투자 할 때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하잖아요. 저는 인생도 그래야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공부, 그리고 학교를 탈출하고 나서는 커리어만 생각했어요. 지금 돌아오면 왜 저렇게 급급했나 하는데 그 때는 그 나름대로 그래야만 될 것 같았거든요. 제 정체성이 공부, 직업 그 자체여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근데 이제는 인생을 좀 더 살아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직업도 중요하지만 직업을 제 인생 바구니의 한 계란으로 보고 다른 계란을 바구니에 넣어야 되는 거에요. 그래서 요즘은 제쳐두었던 취미 생활 키우기에 노력하고 있어요. 기타 배우기 시작했구요. 이제는 후라이팬을 사용하는 요리도 시도하고 있고, 여행도 더 자주가고, 글도 쓰고 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그렇게 좀 더 다채로운 바구니를 만들고 싶어요. 아, 그리고 원래는 면허 딸 생각 없었는데 올해 한국 들어가면 면허도 딸 생각이에요. 여행다닐 때 좋을 것 같고 낚시도 배울 생각이에요. 프랑스어는 지금 몇년 째 신년 계획에 올라가 있는데 마음이 안생겨서 큰 일이에요.


    요즘은 무슨 고민하세요?  


요즘 고민거리는 결혼인데요. 일단 결혼을 하고 싶은지 한다면 누구랑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 제가 뭘하고 있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답이 없는 문제이긴한데 답이 없어서 가장 큰 고민 거리에요.  혼자 열심히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이건 너무 사생활적인 부분이니까 다 적지는 않을게요…ㅎ 근데 솔직하게 지금 가장 큰 고민은 인간 관계 그 중에서도 결혼입니다 히히.


또 다른 한 가지는 제 강아지 모모가 나이가 많이 들었는데 모모의 건강이 또 다른 큰 고민이에요.


    꿈이나 하고 싶은 것 혹은 이루고 싶은 것 (커리어의 골이 어떻게 되시나요? 무엇을 ultimately 이루시고 싶으세요?)  


커리어 골은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이 아 이 분야하면 이 친구지 – 하고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는 정도의 전문가. 그리고 저 스스로도 어디가서 난 이 분야 전문가이다 라고 자부심을 가지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정도에 도달하는 것이 최종 골인 것 같아요. 그리고 단순히 똑똑한 전문가 보다는 좀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deliver하는 것 보다는 create 하고 lead하고 싶어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처럼 거대한 포부는 아니지만 모든 것에는 개선 가능성이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개선점을 계속해서 들춰내고 실행하는 사람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위에서 설명한대로 제 인생과 제 커리어를 구분하는 노력의 연장선에서 제 인생 꿈을 말씀드리자면 뭔가 저의 순수한 창작물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특히 요즘 유튜브며, 어플이며 도구는 넘쳐나잖아요. 그래서 뭔가 직접 뭔가를 만들고 실험하고 공유하고 싶어요. 재미있을 것 같고 실제로 생각해둔 아이디어도 몇 개 있어요. 다만 아직 그 기술이 없을 뿐 이런 저런 기회로 그런 기술이 있으신 분들을 알게 되면 꼭 한번 실행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60대 정도가 되면 그 동안 모은 돈으로 재단을 만들고 싶어요. 동물들 위한 보호 기금 같은 걸 만들어서 그거 운영하면서 사는게 제 꿈이에요.

   

    홍보하고 싶거나 하고 싶은 이야기?  


홍보는 딱히 없는데 제가 위에 언급한 결혼 그리고 어플 개발에 이렇게 저렇게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들, 아니면 제가 적어둔 취미 (기타, 요리, 낚시 등)를 공유하신 분들은 저에게 언제든지 연락주셔요 J


마지막으로 요즘 코로나로 인해 마음이 어수선하잖아요. 모두 다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살면 좋겠습니다. :)




+ 지현님과의 줌터뷰 편집본들이 올라왔습니다


정책분석가가 알려주는 국제기구의 모든 것 -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국제기구인 IEA (국제에너지기구) 소속 정책분석가 이지현

https://www.youtube.com/watch?v=ALjmr-ns8LA


국제기구에 대한 환상과 현실 -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국제기구인 IEA (국제에너지기구) 소속 정책분석가 이지현

https://www.youtube.com/watch?v=hYHlF876_7U


와- 이번에도 사전 설문지에 대한 답변이 너무 좋아서 전문으로 옮겼고, 8월 2일 일요일 한국시간 저녁 8시 / 프랑스 파리 현지시간 오후 1시부터 줌터뷰에서 라이브로 국제에너지기구의 정책분석가, 이지현님과 생방송으로 이야기 나눌 예정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라이브 봐주시고, 많은 질문 부탁드립니다! :)


http://www.zoomterview.com/


라이브로 물어보지 못한 내용들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알려주시면 당일날 커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요일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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