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외쿡인노동자 Jan 10. 2021

당신의 연봉은 얼마입니까

몸값에 맞는 일을 한다는 것

연봉 4,800만원인 개발자가 있다고 하자. 한달 평균 20일 [1],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세전 월급 400만원인 이 개발자의 시급은 2만 5천원이다. [2] 회사는 인력의 고용유지 및 업무 지원과 복지에 드는 비용으로 일반적으로 연봉만큼의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회사는 연봉 4,800만원의 인력 한시간을 쓰는데 5만원을 투자한다.


연봉 4800만원의 인원 네명과 연봉 9600만원의 직원 두명, 총 여섯명이서 한시간짜리 회의를 했다고 하자. 회사의 비용은 5만원*4명 + 10만원*2명 = 40만원, 회의 한 시간에 40만원의 비용이 지출이 된 셈이다. 회사는 40만원의 비용을 지출하면서 비용만큼의 추가매출을 얻길 원한다고 가정하면 해당 한시간짜리 회의는 궁극적으로 80만원의 매출을 올려야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비용만큼 매출을 올린 셈이 된다. 이정도의 인원이 참석한 회의라면 지금 한시간에 80만원의 매출을 불러일으켜야 하는 회의이고, 최소 40만원의 매출은 기여를 해야 회사에 손해를 주지 않는 회의가 된다.


물론 매출 기여도 측정도 그렇고 그게 이렇게 시간 단위로 딱딱 나눠지지 않는다. 다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미팅을 잡고 일해야 스스로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에 대한 큰 그림이 더 들어오고 팀과 조직, 회사의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시도해보게 된다. 시도와 배움에 따른 비용도 계산해볼 수 있게 되고. (회사에 대한 감사와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은 플러스 알파)


자신의 연봉과 Compensation Package 를 위와 같은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내가 한시간에 평균적으로 회사에 기여해야 하는 매출의 액수가 나온다. 매일 달성하지는 않아도 적어도 연간 평균으로 그정도의 유형적/무형적 가치를 회사에 만들어줘야 밥값을 하는 셈이된다. 그것을 기준으로 내가 그 이상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면 나는 경쟁력이 있는 직원인 것이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각 직무/직군별로 기대하는 역할이 있다. 개발자라면 개발을 해야하고, 디자이너면 디자인을 해야하고, 경영자는 경영을 해야한다. 연봉은 어느 정도 해당 역할을 통해 만들어내는 매출 및 부가가치, 그리고 직원과 회사의 미래에 대한 포텐셜을 반영하여 책정된다. 


매해 연봉 재계약의 시즌이 돌아오면 지난 한해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몸값을 해냈는가. 회사에서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켰는가, 그리고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고 기여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스스로가 Junior 일 때에는 스스로 1인분을 하는 것에, Senior 로 타이틀이 변경되면서는 나와 협업하는 사람들과 팀원들, 그리고 내 매니저에게 충분한 플러스를 제공하면서 내 일을 했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돌아본다. 


매출이 비교적으로 투명하게 보여지는 부서들에서 individual contributor 인 엔지니어로 일할 때에는 내가 몸값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계산이 나왔었다. 회사의 매출 중 어느 정도가 내가 속한 조직에서 주로 만들어낸 것인지, 조직의 매출 중 어느 정도가 우리 팀의 기여인지, 그리고 우리 팀의 기여 중에서 나는 어느 정도의 기여를 했는지. 한단계 한단계 모두가 대략적인 가정이라 3-4배 정도는 숫자가 오락가락 할 수 있겠지만, 감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예를 들어 게임회사 광고엔진은 만들던 팀에 있었을 때, 게임 광고를 통한 분기 매출이 1500억이 나왔다고 하자. 해당 광고 매출의 10% 정도가 광고엔진을 만들던 우리팀의 기여로 잡힌다면 우리 팀은 분기에 150억, 1달에 50억의 매출 기여를 한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우리 팀 인원이 10명이 조금 안 됐었으니 내가 우리 팀에서 중간 정도의 기여만 해도 1달에 5억 매출을 (회사 성과가 비슷하다면 1년에 60억) 기여한다고 계산 할 수 있었다. 똑같은 퀄리티의 일을 똑같이 했다고 하더라도 회사 광고 매출이 1/100 이었다면 내 기여량도 1/100 이었을테니, 큰 조직의 일부로 그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효과도 엄청나다는 것을 그때 뼈져리게 느꼈었다.


지난 반년 동안에는 역할의 변화가 있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나 스스로 기여한 바를 추측이나 추정하기가 어려워서 더 고민이 많고, 새로운 역할에서 더 많은 가치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비슷한 고민을 했을 사람들의 책을 찾아 읽고, 주변에 더 많이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나 스스로는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용두사미로 글이 끝나는 느낌. 당신은 연봉에 맞는 기여를 하고 있습니까. 




[1] 

1년에 약 52주 x 5 = 260일 근무로 한달 약 21.7일 근무하며 한국의 경우 연간 14일의 공휴일이 있다. 주말과 겹치는 공휴일을 감안하여 연평균 12일의 비주말 공휴일이 있다고 한다면 한달에 약 20.7일을 근무한다. 연간 법정보장 최소 연차가 15일이니 월 평균 1.25일의 연차가 있어 월 평균 근무일은 19.45일이 된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수적으로 올림을 적용하여 월 평균 20 근무일이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2]

4,800만원 / 12개월 = 400만원/월

400만원 / 20일 = 20만원/일

20만원 / 8시간 = 2.5만원/시간

매거진의 이전글 배우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