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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쿡인노동자 Jan 28. 2021

코로나가 10년을 당겼다

원격협업을 도입하기 시작하는 한국 회사들

2년 반 전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일을 시작했을 무렵, 당시 재직하던 회사의 결정권자로부터 "미국에서는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도 근무하고 그렇다던데 우리 회사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받아서, 미국에서는 첫 회사부터 6년에 걸쳐서 원격근무가 일상이었던 곳들에서의 경험을 되살려 보기로 했다. 


미국 회사들에서는 숨쉬듯이 자연스러웠던 것들이라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아주 잘 셋업되어 있는 베이스가 거의 깔려있지 않다는 것을 하나씩 깨달으면서 조금씩 당시 회사에 원격근무, 더 정확히는 원격협업을 위한 시스템과 문화를 조금씩 도입하기 시작했었다. 


그 과정에서 소위 "현타" 가 많이 찾아왔다. IT 개발에 관한 문화나 프로세스적 기반이 미국과 10년이 넘게 차이가 나고 있구나 라는 것을 계속 느끼게 되었다. (당시 기준 실제로 7년전에 미국 회사에서 처음 다녔을 때부터 있던 대부분의 것이 없거나 심지어 생소한 것들이었다.) 


당시 회사가 스타트업이기는 했으나 큰 회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고,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한국 IT 개발에 기여할 부분이 많구나라는 생각도 들기는 했다. 하지만 하나하나 "어? 이것도 없었어? 어떻게 일했지?" 라는 부분을 마주하고, 이런 티를 내지 않으면서 동료들과 결정권자들을 설득하고, 스스로도 이걸 경험해보지 않았으면 이게 왜 얼마나 좋은지 이해하기가 어렵겠다 싶은 부분들도 최대한 조심스럽게, 한번에 너무 큰 변화가 되지 않게 차근차근 도입을 해왔다.


다행히도 동료들이 내가 도입하려는 것들에 대해 관심이 많고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고 따라주어서 (지금도 감사) 하나 둘 필요한 것들을 도입했다. JIRA ticketing 하는 방식과 이유, sprint planning 하는 방식과 이유, Slack 활용하기, 빌드 및 배포 자동화, 테스트 자동화, daily standup 하는 방식과 이유 등등. 


내가 직접 해보지 않은 일들이라도 어떤 그림이 나와야 하고 왜 그런 그림이 나와야하는지, 그런 그림이 나오면 그 위에서 어떤 것들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지 그래서 궁극적으로 agile 한 프로세스가 회사와 팀에 어떤 장점과 단점을 주는지, 이것을 위해 어떤 risk 를 taking 하기 때문에 어떤 시스템적인 backup 이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회사와 프로덕트, 팀과 개인 모두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열심히 설명하고 도입했다. 이 모든 것이 원격협업과 함께 갈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이다. 


원격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커뮤니케이션이고, 원격협업을 하게 되면 가장 큰 장벽이 되는 것도 커뮤니케이션이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서 일해도 커뮤니케이션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원격협업은 그 커뮤니케이션에 하나의 장벽이 더 올라간다. 그래서 효율적인 협업/커뮤니케이션 툴 사용, 화상회의, 그리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개인이 추가적인 노력을 들여야 한다.


문화라는 이름하에는 개개인의 습관이 되게 만드는 것이 있고, 이를 시스템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원격협업을 위해 필요한 것들 중 하나가 모든 미팅에 "화상 회의" 가 "자동으로" 잡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재직했던 두 회사 모두 회의를 잡아서 calendar invite 를 보내게 되면 자동으로 화상회의 링크가 생성되어 추가되었다. 그리고 원격으로 들어오는 사람 여부를 체크하지 않고 일단 회의실에 들어가면 스크린을 켜고 해당 화상회의 방에 들어간 상태에서 회의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 였다. 


이 자연스러운 습관이 의미하는 바 중에 하나는 "늘 누군가는 원격으로 들어올 수 있다" 는 가정을 공유하는 것이고 (미국 회사들은 같은 팀의 멤버가 국내 다른 오피스 혹은 아예 다른 시간대의 다른 나라에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누군가가 원격으로 회의에 참석을 해도 "추가적으로하는 / 평소에는 안 하는" 그 어떤 행동도 할 필요가 없게 하는 것이다. 


오늘 누가 원격이지? 회의실 잡아야 하나? 아 회의 참석 초대 보낼 때 화상 링크 만들어야하네? 아 스크린 있는 회의실에 예약 가능한가? 화상회의 들어가려면 누가 노트북 들고 와서 연결 좀 해봐. 회의 때 다들 컴터쓰면 안 쓰는거 하나 빌려와 ....


이런 질문이나 일이 하나도 발생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원격협업의 바탕에 깔려있고, 원격협업이 자연스럽다보니 생긴 문화이기도 한 것이다. 이 부분을 도입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들었고, 현실적인 제약이 많았다.


1. 어떤 화상회의 툴을 사용하고 있는가? 

Zoom, Microsoft Teams, Google Meet, Cisco Web-ex 등 다양한 툴이 있고 대부분의 경우 라이센스 유무에 따라 다양한 제약이 걸린다. 라이센스를 구입해서 사용하는 경우 왠만한 캘린더 관련 툴과 연동이 가능하여, 회의 초대를 보낼 때 자동으로 화상회의 링크를 생성하여 첨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2. 어떤 캘린더 툴을 사용하고 있는가?

대부분의 회의에서 회의를 잡을 때 캘린더를 통해 초대를 한다. (이런거 안하고 구두로 하고 있다면 그것대로 문제...) 대부분의 캘린더 툴이 화상회의 링크를 추가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화상회의 툴과 integration 을 통해서 자동으로 화상회의 링크가 생성되어 추가되도록 할 수 있다. 


3. 화상회의가 가능한 회의실이 충분히 있는가?

언제나 회의는 화상회의가 가능한 회의실에서 해야한다. 화상회의가 가능한 회의실에는 화상회의에 접속 가능한,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나 화상회의 시스템이 있어야 하며, 모니터/스피커/마이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예약 내역에 회의실을 등록하면 회의실에 자동으로 해당 셋업이 되면 제일 좋다 (이 경우는 대기업에서나 가능할 수도) 이 부분은 오히려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원격근무를 하는 경우, 별도의 회의실이 필요 없는 경우도 있다. 


4. 화면 공유가 편리하게 가능한가?

원격에 있는 사람도 회의실에 있는 사람도 서로 편하게 화면 공유가 가능한지, whiteboarding 을 하면서 회의가 가능한지도 중요하다. 대부분의 화상회의 툴이 참석자의 화면을 공유하는 기능을 지원한다. 문제는 회의실에 있는 누군가가 회의실 화면에 무언가를 공유하고, 그것을 화상회의 툴에 공유 할 때이다. 이 부분은 자주해서 개인들이 익숙해지는 것도 중요하고, 회의실이 여럿이라면 모든 회의실에서 동일하게 되도록 신경써둬야 한다. 예를 들어 HDMI 케이블 같은 것이 잘되는지, Apple TV 를 쓴다면 Mac 에서 쉽게 연동이 되는지, Windows / Mac 지원이 다 되는지 등도 따져봐야한다.


그리고 위의 모든 것들과 함께 구성원들이 이런 것들을 해야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에 관한 장단을 경험해보겠다는 마음을 가져야한다. 이전 회사에서는 도입을 완성하지 못하고 떠나왔고, 지금의 회사에 캘린더에 자동으로 회의 링크가 생성되는 기능이 추가 된 것을 보고 코로나로 인해 원격협업이 강제된 상황에 대응을 했다는 것에, 그리고 혼자서 낑낑대던 지난 회사에서의 기억이 떠올라서 정리해봤다.


미국회사에서 9년전부터 당연했던 것들이 한국에서도 이제 하나둘씩 당연해지기 시작하는 것 같다. 이것도 코로나가 10년은 앞으로 당긴 것이 아닐까. 미국 회사는 9년전에도 같은 팀 멤버가 인도, 캐나다, 미국의 서로 다른 여러 오피스에 있는 것이 자연스러웠기에 일찍부터 사용중이었던 것이고 한국도 이제 이런 것에 열리고 글로벌과의 본격 경쟁에 나가게 될 수 있길.


개인적으로 감동적인 화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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