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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쿡인노동자 Jul 18. 2021

미국에서 당연하지 않았던 것 I

삶의 질은 생각보다 사소한 것들에서도 많이 달라진다


한국에서 당연했는데 미국에서 당연하지 않아서 엄청 불편했는데 깨닫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 중 하나 - 치안의 일부인데 혼자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 


대학생때부터 소위 말하는 카공족이었다. 카페 구석자리 어드메에 하나 잡고 음료 한잔 시켜놓고 귀에 이어폰 꼽고 공부하거나 할 일하는 날들이 내 인생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집중이 잘 되기도 하고 그런 집중의 시간을 통해서 할 일들이 처리되고, 스스로의 자존감도 높아지는 선순환을 돌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박혀있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길어야 2-3시간 정도, 내 기준으로 한 타임 정도의 집중 시간을 가지면 보통 식사를 하러 나가든, 약속이 있든 했었다. 대학생때부터 그래도 커피가 자릿값인데 너무 오래 자리 잡고 있으면 스스로 민망함을 느껴했다. 하다못해 샌드위치라도 하나 더 주문해서 사먹거나, 음료 한잔이라도 주문하는 친구들이 내가 있는 카페를 돌아가면서 방문해주거나. 


이게 미국이랑 뭐가 그렇게 달랐을까? 사실 저렇게 혼자서 카페를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내는 내 "라이프스타일" 이 미국에서는 신경 쓸 것들이 너무 많았다. 기본적으로 랩탑과 스마트폰이라는 고가의 귀중품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다니는데 - 그것도 Apple picking 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표적이 잘 되는 맥북과 아이폰 조합 - 1) 자리를 맡고 2) 카페에 주문을 하러 가고 3) 음료를 픽업해 오고 4) 중간에 전화 할 일이 있으면 자리를 비우고 5) 화장실을 쓸 때도 자리를 비우는 등 은근히 내 물품을 자리에 두고 내가 자리를 비울 일이 많은데 "혼자" 있는 경우에 미국에서는 저럴 수가 없었다


물론, 이렇게 돈내고 쓰는 카페는 한국처럼 가능했다 (Workshop Cafe in San Francisco)


자리에 랩탑이나 스마트폰, 지갑, 가방 등을 두고 자리를 비우는 것은 거의 "가져가세요" 라고 외치는 수준이라 혼자 카페에 가면 자리를 비울 때마다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옆자리 누군가한테 봐달라고 당부를 하는 것도 방법인데 그게 매번 가능하지도 않고, 사실 옆자리 사람이 봐주고 있는데 누가 슥 들어와서 가지고 튀어버리면 옆 사람이라고 딱히 도와줄 수 있는게 없다. 


내가 위에서 "라이프스타일" 이라고 언급 할 정도로 카페에서 혼자 뭔가를 집중해서 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샌프란 도시에 살면서 많이 끊겼다. 일단 그냥 카페에 혼자가면 주변 상황에 따라서 집중이 안 되는 경우도 많았다. 사실 그래서 주말에 카페에 모여서 각자 할 일하는 모임을 만들어서 도시에 사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시간을 보낸 적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혼자" 가 없는 옵션이 되니까 시간적인 자유도나 융통성이 너무 떨어졌다. 


내가 좋아하던 치안이 좋은 일본과 싱가폴도 한국처럼 가능했다 - 이건 오사카 도톤보리 스타벅스


오늘 오후 PT 와 저녁식사를 기점으로 앞뒤로 세번의 서로 다른 커피숍에서 일을 하면서 문득 이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게 내 '라이프스타일' 중에 하나였고, 미국에서 이것을 못 한것도 꽤나 스트레스였겠구나, 하고. 물론 suburb 에서는 좀 더 괜찮았을 수도 있겠지만. 


한국의 치안은 여러모로 사랑인데 그 중에 나에게 더 크게 의미를 주는 하나의 예시되겠다. 


- 더운 여름, 어느 카페를 가도 혼자 자기 일을 하는 꽤나 많은 사람들을 마주한 2021년 7월 18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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