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외쿡인 노동자의 노마딩 이야기
노마딩 중에 맞는 정리해고, 두번째. 어제 우리 회사에서는 감원 바람이 불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감원이 잦은 편이다. At will 계약이라고 해서, 우리나라로 치면 정규직인 경우에도 "상호간에 a. 사전 공지 없이 b. 아무 이유 없이 c. 아무 때나 계약해지가 가능" 해서, 고용이 매우 유연하다. 물론, 계약해지를 사측에서 하는 경우 부당한 해고가 될까봐 사측이 매우 조심스럽게 한다. 차별 등에 의한 부당해고는 징벌적 과징금을 받을 정도의 소송에 걸릴 수가 있으므로.
어제 샌디에고 오피스의 감원이 진행되면서, 같은 팀에 있다가 샌디에고로 이사가면서 오피스를 옮긴 동료의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약간 긴장하면서 다음날 로그인을 했는데, 우리 팀에서도 한명의 JIRA Account 가 Inactive 라고 나왔다.
아침 회의 시간에 물어보니, 대충 다들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고, 조금 늦게 들어와 왜 저 친구 (= JIRA account inactive 된 동료) 출근하자마자 퇴근해? 라고 물었던 동료에게도 상황을 설명을 해줬고.
미팅들 대부분을 미루고, 오늘은 keep it low 하게 지나가자, (누가 잘렸을지 모르니) 오늘 하루는 다른 팀들과의 interaction 을 최대한 keep our heads down 하자고 하고 지나간 오전.
그리고 20분쯤 지났을까, 매니저가 얘기 좀 할 수 있겠냐고 나와 다른 엔지니어 하나를 따로 채팅창으로 초대했다. 우리팀 엔지니어는 세명인데, 두명만 따로 불러서, 혹시나 하면서 미팅에 들어갔는데, 역시나, 다른 한명 역시 감원 대상이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너희 둘은 safe 하고, 일단 저렇게 둘이 영향을 받은 것 같다며 현재의 상황을 공유하고, 약간의 질문을 받고 이야기를 끝냈다.
몇몇 미팅은 또 그대로 진행하고, 일단 우리 팀은 그렇게 두명의 영향으로 끝난 것 같았다. 원격으로 근무하다보니 오피스의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고, 다른 팀들 사정은 어떤지, 우리 팀은 정말 이대로 이렇게 가는건지 어떤 감을 잡지 못해 불안하게 하루가 지났다. 오후 말미에 CEO 한테 온 전사 메일을 받고서야, 아, 이걸 받는 사람들은 살아남은거구나, 하고 생각 할 뿐.
이런 일이 있으면 바로 다음날 아침에 전사 미팅이 잡힌다. All-hands 에서 leadership 들이 왜 이런 결정을 어떻게 내렸고, 왜 지금인지, 앞으로 어떻게 추스리고 나아갈지를 이야기하고 여러 질문을 받는다. (이런 열린 문화는 깨알같은 장점이다.)
이제 전사 미팅, 그리고 우리 조직 전체 미팅에 들어갈 시간. 일단은 지나갔으나, 늘 찝찝한건 어쩔 수 없다. 왜 그 친구였을까, 다음은 이제 분명히 나겠지. 쩝. 감원 바람이 지나간 후에 페이스북에 공유했던 포스팅으로 마무리.
Survived. 살아남았습니다. 운이 좋게도, 그리고 의아하게도.
오늘 저희 회사에서는 약 270여명, 전체 직원의 17% 가량을 감원했고, 이번에는 소프트웨어 부서들도 대상이 되었습니다. 샌디에고 오피스에서는 팀이 하나 통채로 날아갔고, 저희 팀도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저희 팀 할당량의 DevOps 와 저 포함 셋이서 함께 일해오던 엔지니어 하나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영향 받은 엔지니어와 저를 포함한 세 엔지니어는 입사 때부터 꾸준히 한 팀에서 같이 일하던 셋인데, 하나가 이렇게 나가게 되니 저도 기분이 매우 이상하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셋 중에 하나가 짤리게되면 이래저래 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더더욱 이상하네요. 여튼, 저는 살아남았고 있어봐야 알겠지만 엔지니어가 둘 밖에 안 남은 팀이 되어 다른 팀이랑 합쳐지지 않을까 싶어요. 원격에 있으니 다른 팀들이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는 부분도 답답하고 초조하네요.
여튼, 살아남기는 했습니다. ㅠㅠ
커리어 5년차에 8번째인지, 9번째인지의 레이오프가 지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