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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쿡인노동자 Dec 07. 2017

삿포로 가다 말고 도쿄

실리콘밸리 외쿡인 노동자의 노마딩 이야기

뉴욕 다음의 목적지였던 삿포로. 가을에 서울에 들어갈 예정이라 미국과 한국 사이의 어딘가에서 있다가 들어가려고 고민을 했었음. 그래봐야 하와이랑 일본 정도가 남는데, 오키나와랑 오사카는 지내봤고 도쿄는 뭔가 내키지 않았는데 급 삿포로가 눈에 들어와서 결정. 그래서 겨울의 나라 삿포로를 가을에 갔습니다 (...)




삿포로로 결심하고 출발을 생각하는 순간 뉴욕 체류가 72시간 남아서 지인들을 후다닥 만나고 Labor day longweekend 에 맞춰서 일본으로 출발. 출국 14시간 전까지 도쿄로 가는 비행기, 도쿄에서의 하루 숙소, 도쿄에서 삿포로 가는 환승편까지 구했는데 막상 삿포로에 머물 숙소를 구하지 않고 있었음. 노마딩 짬(!)이 쌓이니 이제 좀 나이브하게 다니기 시작. 결국 삿포로 숙소 안 구한채로 비행기에 몸을 싣고 떠남. (늘 그렇듯이 모든 비행기 표는 마일리지로. 사랑해요 BA.)


뭔가 익숙해져서 나이브해지고 긴장하지 않으면 사고가 생기기 마련인데, 이때까지는 사고가 생길 줄 몰랐음. 



미국의 노동절인 Labor Day 는 9월의 첫째주 월요일이라 토일월을 쉬게 되어 3박 4일짜리 연휴가 만들어짐. 미국의 공휴일은 특정 날짜인 경우보다 이렇게 "몇째주 무슨 요일" 인 경우가 많고 월요일이나 목/금에 붙어 있어서 보통 long weekend 로 더 길게 쉬게 됨. 


나름 미국 동부에서 태평양을 건너는 긴 여정이었기에 컨디션 조절도 여유롭게 할 겸 온전히 long weekend 를 태평양을 건너는 것으로 계획하고 실행에 옮김.


어느 방향이든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경우 날짜 변경선을 건너기 때문에 주의를 해야하고, 미국의 경우는 일광절약시간제 (Summer Time) 을 적용하는 기간이 있기 때문에 주의를 해서 다니곤 했었다. 하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이 알아서 이 부분들을 처리해주고 잡아주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날아왔는데 ... 두둥.


노마딩 생활 1년반만에 걱정은 했으나 한번도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 생겼음. 날짜변경선 착각해서 호텔도 이어지는 국내선 환승 티켓도 하루 일찍으로 예약해서 둘 다 날리게 되는 상황 발생. 그래서 도쿄 1박 호텔도, 삿포로로 가는 연결편도 놓침.



아놔.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짬이 생겨서 여유로운데는 이유가 있...나? ㅋㅋㅋ) 그럼 오히려 삿포로 숙소 안 잡아놓은게 다행이니 (...) 주말 동안 도쿄에서 조금 더 놀러가기로 결정. 인생 긍정적으로.



하지만 날린 돈이 아까우니 일단 호텔은 모른척하고 가서 사정을 설명했다. 날짜 변경선을 착각해서 어제로 예약했는데 지금 왔다. 어떻게 안 되겠냐. 


...


남은 방이 있나 알아보더니 흔쾌히 받아줌. 사랑합니다 Hotel JAL City 느님. 뒤에 항공편은 저가항공편이라 크게 기대를 안 했으나 호텔은 내심 어떻게 안되나 했는데 그대로 받아주셔서 감사히 해당 호텔에 묵음. 그 와중에 더 다행인건 long weekend 였어서 일에 지장이 없다는 점. 막상 도쿄에 있기로 결정하고나니 나의 사랑 인생 우동 신우동님을 영접 할 생각에 신나고, 도쿄는 지나가기만해서 도쿄타워 한번 본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보고 지나갈까하며 당황 모드에서 설렘 모드로. 




숙소에 체크인하고 긴장이 풀려서 잠깐 뻗어있다가 우동신을 먹으러 신쥬쿠로 고고. 하지만 열심히 달려간 우동신은 11시에 영업 마감인데 10시에 Last Order 를 받는다고. ㅠ_ㅠ 가면서도 조금 삽질해서 10시에 간신히 도착했는데 그래서 튕김. 


시간도 늦고 빨리 먹고 열두시에는 숙소도 돌아가야해서 근처 카레우동 집에 들어감. 일본은 진짜 어디서 뭘 먹어도 대충 평타는 침. 나마비루와 함께 캬아. 

도쿄에서 먹었던 카레우동과 맥주 하앍


첫날은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안착한 것을 위안 삼아 푹 쉬고, 어차피 연결 항공편 놓친거 도쿄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하고 숙소를 하루 더 예약함. 근처에 괜찮고 싼 곳 중심으로 예약했는데, 어쩌다보니 숙소 코앞이 도쿄 타워 =ㅂ=)b



대충 숙소 앞이 이런 view 되시겠음. 도쿄에서는 우동신만 먹었지 별로 둘러본 적이 없어서 맵을 켜보니 뉴스에서만 보던 야스쿠니 신사라던지, 역사에서 보던 메이지 신궁 같은 곳들이 근처에 있어서 일찌감치 일어나 메이지 신궁 산책 고고.



30여분? 정도로 가볍게 메이지 신궁 산책을 마치고 어제 미쳐 사냥(!)하지 못했던 우동신 사냥에 나섬. 나의 사랑 그분을 점심으로 고고고. 사실은 새벽에 츠키치 시장? 에 가서 초밥을 먹어볼까 했으나 그건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줄서야 한다고 해서 포기 (...)


일단 Yebisu 생맥 한잔 장전하고
맛을 설명하기가 벅참 ㅠㅠ


아름다운 자태. 진짜 여기는 이 가격에도 너무 맛있어서 항상 너무 감동하면서 먹게 됨. ㅠ_ㅠ 진짜 일본 우동들은 면발에 무슨 짓을 한건지... 노도고시가 갑. 이 탱글탱글한 면발의 식감을 설명 할 수 없음. 이 메뉴는 제일 비싼(!) 우동으로 사치를 부려봄. 고기도 입에서 녹음 하아...


우동신 만세


우동신님도 영접했겠다, 이제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탱자탱자 쉬면서 도쿄에 있을지도 모르는(!) 지인들을 수소문. 그래서 대학교때 언어교환으로 만났었던 타케시와 저녁에 맥주 한잔을 하기로.


이케부쿠로에서 약속을 잡아서 퇴근 후에 돌아오는 타케시를 만났다. 타케시는 한국에서 7년을 살다가 일본에 돌아온지 얼마 안 됐고, 한국에 자주 놀러간다고 한다. 대학교때 선현우님이 하는 다개국어 스터디를 나름 열심히 나갔었는데 그때부터 동갑내기 친구로 매번 뒷풀이하고 놀던 친구. 역시나 내가 유학 나온 뒤에 처음이니 6-7년 만에 만났는데 여전히 맥주 한잔에 수다를 떨 수 있어서 좋았음.


어디를 가도 제일 좋은건 반가운 얼굴들과의 만남 :)


부어라 마셔라 무제한 맥주를 시간내에 본전을 한참 넘게 뽑고, 2차로는 타케시를 따라서 도쿄 거리 이곳 저곳을 활보하며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으로 회포를 풀고 역시나 현지는 현지어를 쓰는 원어민과 다니면 갑이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달음. ㅋㅋㅋ


그렇게 맥주 한잔에 반가운 만남을 마치고 숙소도 돌아와서 그대로 뻗음. 이제야 long weekend 가 끝나고 다음날 드디어(?) 삿포로로 고고!


기다려라 삿포로 (~=ㅂ=)~




삿포로로 향하는 길에 삽질을 했으나 결국 도쿄 -> 삿포로 가는 국내선 편도 티켓 하나를 잃는 정도로 선방했습니다. 진짜(?) 삿포로 간 얘기는 다음 편에 (...) 


그리고 공항에서는 깨알 같이 한식 충전으로 마무리 :-)


한식은 계속 충전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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