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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쿡인노동자 Jan 04. 2018

불시착 및 사고수습

실리콘밸리 외쿡인 노동자의 노마딩 이야기

이벤트(!)가 생겨서 수습하느라 정신 없었던 지난 6주의 이야기. 미국 체류 신분에 관한 이야기가 많고 글이 깁니다 (...)




원래 예정은 12월 말까지 싱가폴에 있는 것이었고 싱가폴에 좋은 집을 구해서 연말을 보낼 예정이었습니다. 싱가폴에 오시는 귀한 손님도 어레인지를 해놨고, 착착 계획을 해놓고 미국으로 출장을 왔고 미국에 올때도 땡스기빙에 맞춰서 LA 도 다녀오고 샌프란에서도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게 해놨음.


지금 다시 봐도 너무 좋았던 싱가폴 숙소 ㅠㅠ


하지만 여기서 슬픈(!) 이벤트가 발생을 했으니 ... 분명히 미국 입국때 잘 쓴 영주권의 실물이 안 보임. 이마저도 입국 후 며칠 잘 있다가 LA 를 내려가는 길에 인지해서 그때부터 다양한 루트로 백트래킹을 하면서 찾아봄.


HND -> LAX -> SFO 으로 들어왔는데, LAX 에서 썼고 공항 아니면 꺼낼 일이 없어서 꺼내지를 않는 귀한 분이셔서 LA에 간 김에 LAX 를 탈탈 털었으나... 항공사, 공항, 경찰 모두 신고 들어온 기록도 분실물 로그에 비슷한 물건도 남아있지 않다고 함. 일단 연락처와 나의 inquiry 기록들을 남겨둠.


SF 로 돌아와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SFO 에서도 동일 작업 반복. 그동안 분실로 찾을 수 없는 경우의 대처에 대해서 알아봄. 




이게 잃어버리면 빡센(!) 일이라는 것을 알았으나 실제 알아보니 진짜 빡셈. ㅠㅠ 일단 영주권이 없는 채로 출국을 하면 다음번 입국시에 매우 골치가 아파질 수 있음. 영주권자가 비자를 받아서 들어오면 당연히 꼬이고, 영주권을 (미국 기준) 해외에서 분실한 경우 바로 신고하고 해당 국가의 미국 대사관을 찾아가야함. 그곳에서 미국으로의 편도 티켓과 한번의 입국을 허가해주는 문서를 받아서 들어와야 하고, 그 다음에 미국에서 재발급을 처리해야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싱가폴에 가기 전에 미국에서 처리하는 방법을 알아봄.


영주권의 분실 후 재발급이 생각보다 어려운데, 일단 해당 실물 재발급에는 최소 6개월에서 넉넉히 1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함. 아오 그냥 "증" 하나 재발급 받는데 뭐 이리 오래 걸려 싶지만 미국 정부님이 그러시다는데 어쩔 수 없음. =_=


혐짤 죄송. 미국정부님이 그러시다는데...   


그리고 재발급 신청을 하는데 또 (...) 지문을 찍으라고 해서 $600 가까이 재신청비가 듦. 내가 영주권 신청 + 리엔트리 퍼밋 신청 + 영주권 재발급 때문에 지문만 세번 찍음. 아오 히밤 같은 지문인데 찍어놓은거 다시 쓰면 안되겠니 엉엉. 


여튼 재발급도 재심사에 준하는 심사를 할 수가 있다고 해서 쫄았는데 다행히 영주권 발급 이후 내 기억을 더듬어 보니 50% 이상은 미국에 체류했음. 영주 의도에도 문제가 없어서 이 부분은 그래도 덜 걱정했는데, 문제는 이 재발급에 걸리는 시간임. 보통이라면 한 1년 미국에서 못 나가는게 별일이 아니겠지만 난 지금 그게 아닌지라 (...)


여권은 잘 있어서 천만다행   


영주권 재발급 신청 후, 실제 발급 이전에 영주권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임시 스탬프를 찍어준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해당 루트로 진행. 이는 간단한 심사를 통해서 내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는데, 그 스탬프가 1년짜리 임시 영주권의 역할을 한다고 함. 그래서 영주권 재발급 신청 후, USCIS field office 에 appointment 를 잡아놓음. 


영주권 재발급 신청은 무려 온라인으로 가능해서 1시간 만에 서류 filing 을 끝낼 수 있었음. 물론, 노마딩 때문에 왠만한 서류를 다 사진으로 찍어서 가지고 있는 나라 가능한 것도 있었지만. 무슨 서류 스캔해서 내라고 나오면 다 이미 스캔 해놓은게 있고, 무슨 번호 쓰라고 하면 다 기록해둔 것들임. ㅋㅋㅋ




자, 이제 재발급 프로세스 + 예전에 신청해둔 리엔트리 퍼밋 + 임시 스탬프 발급이 동시 진행 중인 상황인데, 아무래도 1-2주 만에 끝내고 싱가폴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싱가폴에 오시기로 한 귀한 손님께도 양해를 구하고 ㅠㅠ 싱가폴로 안 돌아가는 시나리오로 진행. 


싱가폴 숙소 그대로 놀게 됨 + 싱가폴로 돌아가는 비행기 티켓들 취소 + 샌프란에 새로이 숙소 구함. 와 진짜 신분 문제는 늘 제일 중요한거니까 돈으로 막음. ㅠㅠ 


내 돈 ㅠㅠㅠㅠㅠㅠ


싱가폴 숙소는 한번도 서블렛을 돌리지는 못했으나 노는 바람에 귀한 손님도 오셔서 쓰고 가시고, 졸지에 우리 가족도 싱가폴에 숙소 비니까 와서 놀다 가고, 후배가 파티 플레이스로도 한번 사용함. 손님께도 죄송하고, 이 사단(!)에 싱가폴에서 내 집 키 관리해준 싱가폴 지인들 모두 고마움. ㅠㅠ




싱가폴은 이렇게 처리가 됐고 3중 프로세스가 어떻게 처리되나 조마조마하면서 변호사 형님과는 꾸준히 상담을 받고, 각각을 해본 지인들이 계셔서 케이스를 모아서 이벤트(!) 발생 2주 후 쯤에는 그래도 견적이 나왔음. 최상의 경우 언제쯤 해결이 되고, 최악의 경우 얼마나 더 있어야 하고 그럴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결론적으로는 최상의 케이스로 해결이 되서 저 3중 프로세스가 모두 2주 만에 어느 정도 해결이 됨. 


a. 재발급 프로세스는 (꼭 미국에서 해야하는) 지문을 찍는 과정까지 2주 내에 처리 완료. (나중에 실제 재발급이 됐을 때 영주권 픽업만 다시 하면 됨, 미국에서 추가적으로 해야 할 액션 없음)

b. 리엔트리 퍼밋도 덩달아 approval notice 가 나옴. 그래서 체류가 길어진 덕에 pick-up 에 필요한 서류를 픽업함. 

c. 임시 스탬프 발급도 2주내에 처리가 끝남. USCIS office 가 놀라울만큼 한가하고 친절해서 쾌속으로 다 처리 완료. 


오예. 


샌프란 숙소를 보수적으로, 그리고 최소 한달은 잡아야 저렴해서 한달을 계약했는데 2주만 계약해서 처리하고 싱가폴로 가도 괜찮은 일정이었음. 하지만 언제나 이벤트 핸들링 (...) 은 최악을 상정해야해서 최악을 가정하고 계획을 짜서 그냥 샌프란에 머무르는 중입니다. 


언제나 좋은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은 행복함


오랜만에 샌프란 머무르면서 반가운 분들 잔뜩 만나고 연말에 좋은 사람들에 둘러쌓여서 따뜻하게 보내서 이대로도 아주 좋습니다. :) 싱가폴에서 귀한 손님 맞이를 놓친 것과, 연말에 주변 국가 여행하고 싶었는데 샌프란에 있었던게 아쉽지만 let bygones be bygones.

 

이런 사유로 업데이트를 못하면서 샌프란에 불시착(...)하여 지금까지 체류하고 있었고, 그 추가 한달이 이번 주말에 마무리되는지라 이번 주말에 또 떠납니다. 이왕 미국에 들어온거 따뜻한 곳에 조금 있고 싶어서 다음 한달은 하와이 호놀눌루에서 지낼 예정입니다. 와이키키 해변에서 버스타고 10분 미만으로 걸리는 곳에 숙소를 잡았고, 한달 잘 지내고 그 다음에는 로스 카보스나 서울 중에 하나를 골라서 가지 싶네요. 




계획하지 않게, 심지어 원치 않게(!) 머물렀지만 샌프란에서 크리스마스도 보내고, 제 생일도 여기서 보내고, 연말도 보내고, 새해까지 맞이하게 되었네요. 다 인연이겠거니 하고. (해피엔딩이라 훈훈한 마무리 ㅋㅋㅋ)


샌프란 일몰 from 샌프란 숙소




이런 식으로 어긋난 퍼즐을 다시 또 맞췄습니다. 12월 참 익싸이팅했네요 발급 받은지 2년 만에 영주권 카드를 잃어버리다니. 암튼 긴 근황은 이걸로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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