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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쿡인노동자 Jan 31. 2018

와이파이 없는 12일 (feat. AirBnB)

실리콘밸리 외쿡인 노동자의 노마딩 이야기

아하하하... 오랜만에 에어비엔비에서 테러를 당함. 호스트가 불을 지르고 에어비엔비 고객센터가 기름을 부음. 정말 가끔씩 에어비엔비를 사용하면서 조심하는 리스크가 한번씩 터지는데 이번에 터졌고, 에어비엔비 고객센터가 전부 중국으로 옮겼는지 연타로 최악의 응대를 함.




나는 보통 숙소를 에어비엔비로 잡는데, 전체 집을 빌릴 수 있고, 멀쩡한 부엌이 있고, (사람이 실제로 살던 집이면) 필요한 것들이 다 갖춰져 있어서 선호한다. 물론 가격도 딱 호스텔과 호텔의 중간에 있어서 좋은 딜을 찾으면 내 버짓 (= 2015년 기준 샌프란에서 혼자 살 때 내던 월세) 에 들어온다. 


대부분의 호스트가 공실율을 계산해야하기에 weekly 혹은 monthly 로 머무는 장기 투숙자에게 discount 를 제공한다. monthly 경우 최대 50% 까지 설정해놓은 호스트도 있었는데, 이번에도 4주 이상을 계약하여 monthly discount 를 받는 계약을 했고, 호스트와 negotiate 을 해서 그 위에 가격을 더 깎았다.


그래서 와이키키 해변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에 있는, 깨끗하고 안전한 콘도 하나를 통채로 빌렸는데 자잘한(줄 알았던, 혹은 그렇게 될 수 있었던) 문제들이 있었다.


나한테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인 와이파이가 제대로 터지지 않았다. 리스팅에는 당연히 있다고 나오고, 되야하는데 방에서 와이파이가 아예 잡히지를 않았다. 만난 적이 없고 온라인으로 이야기만 나누던 호스트가 housekeeping lady 를 통해서 상황을 알아보고 있는 것 같았는데 해결이 안 됐다. 마침 머무는 건물 전체가 인터넷 회사를 바꾸는 중이라서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첫 며칠을 꼬박 나가서 일을 했다. 


카페에서 일하는거, 내가 선택으로 할 때는 좋지, 그럼.


카페에서 일을 하는 것도 괜찮기는 한데, 미팅은 조용하고 안정적인 공간에서 해야하는데 그게 없어서 굉장히 고생을 했다. 그리고 희한하게 이 동네 스타벅스의 와이파이에서는 회사 VPN 에 접속이 안 되서, 핸드폰으로 테더링을 필요할 때마다 하면서 1주일을 버티고 여행을 다녀왔다.


내일이면 될꺼야, 라던 호스트의 말의 신뢰가 점점 바닥을 향해서 가고 있고 게스트인 내가 하우스키핑, 건물 오피스, 건물 메인터넌스까지 얘기를 하는 상황 자체도 스트레스에 짜증이 나는데 무엇보다 그 와중에 문제 해결이 안되서 계속 와이파이가 집에서 안 되는 상황. 


좋게 좋게 해결하려던 내가 폭발한 날이 집에 체크인한지 11일째, 꼬박 2주를 와이파이 없이 살게 된 이후다. 사실 와이파이만 안 된 것도 아니고 나온다는 케이블 티비도 같이 안 나오고, 부엌에 조명 네개가 통채로 나가있었는데 그것도 11일째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었음.


진심? 레알? WTF?


하하호호 하던 내가 11일째 아침에 진지하게 경고를 한번 날리고, 11일째 오후와 저녁에 해결이 안되는 기미를 보여서 제대로 폭발했다. 에어비엔비를 통한 전액 환불과 새로운 숙소를 찾는데 들이는 비용 전체, 그동안 카페를 전전하느라 쓴 돈과 테더링하느라 쓴 데이터 요금, 그리고 내가 받은 스트레스와 이로 인해 날린 시간들을 전부 청구하겠다고 함. 


내가 호구로 보이당가?


저 경고를 하고도 24시간의 여유를 줬는데 12일째가 되도록 해결 불가. 부엌 조명만 부랴부랴 11일째 밤에 와서 고쳐주고 감. 아, 내가 jr을 안 해서 안 해준거였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제대로 폭발. 나는 jr 대신 인실J 를 선호하기에 차분하게 시작.


그랬더니 바로 호스트가 에어비엔비를 개입시킴. 차라리 다행인지라 에어비엔비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 호스트가 계약 상 제공하기로 한 서비스를 12일째 제공하지 못해서 내 여행 기간 40%에 해당 하는 기간 동안 심대한 불편을 겪었으니,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다. 


에어비엔비에서는 처음에는 상식에 맞는 옵션 두개를 줬다. 1 - 와이파이 박스를 사줄테니 현재 숙소에 머물거나 2 - 새로운 숙소로 옮길 것. 와이파이 박스 같은거 젠장할 사줄 수 있었으면 처음부터 사줬으면 이 사단이 안 났고, 내가 이미 쓴 돈이 얼만데 "내일이면 돼 x 11" 에 당한 입장이라 호스트와 숙소에 정이 떨어진 상태. 이 내용을 설명하고 새 숙소로 옮겨줄 것을 요청했다. 당연히, 숙소로 옮기는데 필요한 비용은 내가 처음에 지불한 비용에서 추가 되는 건 호스트랑 에어비엔비가 알아서 하는 걸로.


여기까지 상식적인듯 했음 (...)


100% 호스트 과실로 인한 피해라 당연한 요구를 했고, 당연히 이렇게 처리되는 줄 알았는데 에어비엔비 고객센터가 가관이다. 고객센터에서 응대를 하는 직원이 일단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었다. 아니 신발 이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에 영어를 제대로 못하는 중국인이라니 이게 왠 말인가. 그리고 응대 도중에 미팅에 다녀온다며 1시간씩 비우고, 나한테 미리 옮길 집과 호스트랑 어레인지를 해놓으라고 해서 (...) 짜증나지만 다 해놨는데 또 해놓고 나니 가격이 너무 높아서 옮겨줄 수가 없댄다 -_-


이렇게 해놓고 미팅 다녀오면서 난 짐을 다 싸놨는데..


아니 신발 어레인지 할 때 이미 가격 라인이 있었고, 지금 호스트 과실로 게스트인 내가 2주 가까이 피를 보고 있는데 나한테 가격 얘기를 하는게 어이가 없었다. 나 어디 중국 서비스쓰니. 나는 일단 옮겨주고 비용은 호스트랑 추후에 얘기하는게 맞는거 아니니. 


응 구라야 미안 안돼~ (시간 지나가는거 보이시나요)


근데 이 중국 냄새 물씬 풍기는 서비스 센터가 그 와중에 주판알을 튕기면서 나의 불편을 24시간 가까이 지연시킴. 하도 어이가 없어서 내가 찍은 숙소가 너무 과하다고 생각되면 내가 원래 숙소를 고를 때의 기준이었던 "와이키키 해변에서 도보 10분 이내에, 깨끗하고 안전한 독채" 를 찾아서 옵션을 달라고 함. 


난 당장 옮길 생각이었고, 바로 옮기게 알아본다고 해서 짐까지 싸놨는데 메시지 한번 한번마다 딜레이가 30분씩 걸림. 옵션이라고 가져온 두개는 더 멀리 떨어진 곳이라 도보로 와이키키 접근이 불가능한 것들을 줌. 심지어 링크를 중국어 버젼으로 보냄... 미쳤나 이게. -_-


Q: 장난하냐 내가 이렇게 피해보고 있고 난 VIP 급인데? A: 어 중국어 링크 쳐받아~


하나는 말도 안되는 옵션이었고, 다른 하나도 멀어서 탐탁치 않으나... 나는 당장 오늘밤 옮겨서 내일부터라도 안정적으로 일하는게 중요한 상황이라 일단 오케이했다. 옮겨달라고.


그랬더니...


그래? 그럼 그 호스트랑 일정 니가 잡아봐~ .... 


뭐야 미쳤어? 이거 뭐 된거 한것도 아니었어? 그리고 "또" 이거 나 시키는거냐? -_- 정말 계속 화가 나는 상황이었는데 해당 호스트 연락이 안 됨. 현지에서 오후 다섯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이때가 오후 아홉시. 저녁도 못 먹고 옮길 준비만 하고 있었는데 고객센터한테 농락당한 느낌이랄까. 


말하는 싸가지 보소... final decision? 개나 주라 그래. 니가 못해준거고 니 매니저가 해줌. -_- 시간 자정..


그리고 메시지 한번에 30분씩 딜레이가 생기는 작태에 한번 더 화나서 "너는 지금 내 상황을 전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너는 결정권이 없어서 해결 할 수 없으니 니 슈퍼바이저한테 내 케이스를 넘겨라" 라고 했는데 계속 자기가 붙들고 있음.


더는 다른 옵션은 못주고 있고, 내가 준 옵션은 가격을 다 커버하지 못한다고 하고. -_- 그러다가 그날 밤에 슈퍼바이저가 연결 된 시간이 현지 시간으로 11시 반. 브라보. 못 옮김. 슈퍼바이저도 늦었으니 내일 얘기하자고. 빡침에 뻗어서 잠.


와... 새벽 1시가 넘어서야 매니저 등판 -_- 노 와이파이 12일째로 연장!




10Gb 산 데이터가 다 닳아가는 상태로 또 하루 와이파이 안 터지는 곳에서 일하기 시작. 미팅이 많아서 나갈 수가 없었음. 아침에 일 시작하면서 슈퍼바이저 핑했는데....


이 미친 슈퍼바이저도 답장이 없음. 한시간 단위로 핑했는데 여섯시간만에 답변이 옴. 여기서 다시 한번 이 인간들이 시차가 나랑 안 맞나 싶기도 하고, 보통 이런건 케이스 단위로 계속 넘겨서 24시간 응대가 되야 하는데 그런거 씹어잡수심. 오후 늦으막히 답장이 왔는데 맙소사 완벽한 중국 현지 발음을 쓰는 아주머니 당첨.


아침 10시부터 한시간 단위로 메시지 보내서 오후 4시에서야 다른 매니저 당첨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는지가 의심 스러울 정도의 커뮤니케이션을 했음. 전화 통화하는데 자기 얘기만 함. 내 얘기하면 듣기만 하고, 응, 응, 그런데 말이야~ 하면서 자기 얘기. 빡침 게이지가 한도 끝도 없이 올라감. 결국 이 사람도 해결을 못해주고 시간이 계속 흘러서, 한번 더 "너도 결정권이 없으면 결정권이 있는 니 슈퍼바이저한테 나를 넘겨라. 난 지금 12일째 피해를 보고 있고, 에어비엔비랑 이야기한지도 24시간이 지나서 너희가 내 피해를 하루 연장시켰다. 난 지금 바로 결정권이 있는 사람이랑 이야기를 해서 빨리 손해를 줄여야한다." 시전.


한시간만 시간을 더 달라고 해서 한 시간 뒤 통화하기로 하고 끊는 걸 두번째. 두번째에는 이번에 나한테 문제해결을 해주지 못하면 위로 올려달라고 했는데, 이때서야 겨우 해결. 나한테는 너무 상식 같았던, 에어비엔비가 일단 비용을 부담해서 내가 더 돈을 쓰지 않고 원래 낸 돈으로, 원래 계약한 기간까지 다른 숙소에서 머물게 됨. 


에어비엔비가 개입하고도 3명을 거쳐서 25시간 만에 해결... 아까 final decision 이라던 말단 쪼랩 어디갔니 -_-


호스트가 계약된 내용을 이행하지 못한지 12일만에 에어비엔비랑도 실랑이한 끝에 간신히 숙소 옮김. 숙소가 비싼 이유도 사실 굉장히 당연했다. 한달 전에 미리 찾아서 예약했고, monthly discount 에 협상까지 해서 떨어뜨린 가격이니 당장 구하려면 두배정도의 가격이 나오는건 너무 당연한 일. 중간에 다른 옵션 두개 던져주고, 나한테 "니가 갑자기 구하는거라 가격이 높은데 weekly discount 나 호스트와 협상해보렴" 이라는 깨알같이 거지같은 멘트도 날렸었음. 아니 내가 신발 그것 때문에 한달 단위로 계약하는거고, 미리미리 계약하는건데 이 BS 이 고객센터면서 에어비엔비 안 써봤나... 싶었음. 고객센터를 총 세명 거쳤는데 셋 다 중국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느낌이 물씬 물씬.


어렵게 조건에 맞는 숙소를 구해서, 이번에도 호스트를 내가 연락해서 옮김. 그 와중에도 고객센터에서는 계산기 두드리는 중. 아오 밥탱들. 그 와중에 계산도 잘 못 하고.;;; 당연한 내꺼 환불해주면서도 내가 monthly discount 를 받았었고, 협상해서 special offer 까지 받은 상태라 더 어렵다는 식으로 얘기함. 이게 말이여 방구여. 에어비엔비 고객센터 중국으로 간건지 진짜 궁금했음.


여튼, 이렇게 어렵게 어렵게 간신히 숙소를 옮겼는데 다행히(!) 새로 옮긴 숙소는 매우 좋은 곳으로, 와이키키 해변에 조금 더 가까워졌고, 자주가는 마루카메 우동이 바로 앞에 있었음. 무엇보다 남은 유일한 방이 펜트하우스인 44층에 위치하는 넓은 원베드룸이라 침실에 있는 테라스에서는 다이아몬드 헤드와 경치가, 거실의 창 밖으로는 와이키키 해변과 시내가 내려다 보임.


안녕 다이아몬드 헤드... 내 지난 12일을 보상해줘...
와이키키 해변도 안녕. 남은 18일을 30일처럼 쓰자꾸나.


이 뷰가 나한테 오려고 나를 12일간 고생시키고, 24시간 이 난리를 치게 만들었나 싶었음. 결과적으로 현재는 아주 좋은 숙소에 머물게 되어서 매우 좋지만, 이걸로 12일 날린 시간을 생각하면 여전히 화가남. 차라리 처음부터 포켓 와이파이를 하나 샀으면 이 사단이 안 났을텐데, 그놈의 '내일이면 돼' 를 2주나 할 줄이야. 


빡치고 혈압오르는 에어비엔비의 테러 포스팅은 여기까지. 이 난리를 쳐도 에어비엔비를 포기 할 수 없는 것도 슬픈 현실. 간간히 터지는 이런 리스크를 안고 지난 1년 반동안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수밖에 없음. 아오 근데 다시 생각해도 에어비엔비 고객센터는 충격과 공포(의 그지 깽깽이) 였음. 





노마딩을 하다보면 일보다 이렇게 숙소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더 많다. 가끔씩은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 받으면서, 하지만 빡시게 노력해서 처리하는 것도 노마딩에 필요한 능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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