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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쿡인노동자 Feb 07. 2018

이상적인 날들 - 주중편 I

실리콘밸리 외쿡인 노동자의 노마딩 이야기

참 좋은 날들. 문자 그대로 파라다이스에서 살고 있는 요즘, 지난번이 주말 버젼이었다면 평일 버젼.




수요일. 오랜만에 프랑스 파리에 있는 팀이 참석하는 이른 미팅이 있어서 오전 6시 기상. 바로 미팅 참석. 일찍 일어난 김에 그대로 쭉 일을 하고, 대신 조금 이른 퇴근. 5pm PT, 현지 시간 3pm.  


한창 햇살이 좋은 오후라 와이키키 해변으로 직행. 서핑 보드 빌려서 바다 위에서 신선놀음. 바닷물이 차가웠지만 두시간 정도 즐겁게 물놀이 하고 집에 귀환. 따끈한 물에 샤워하고 몸 풀어주니 노곤노곤.


와이키키는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다


조금 쉬다가 저녁으로 정말 좋아하는 등촌칼국수 샤브샤브를 집에서 해먹고, 인생 저녁에 현자 타임. 저녁 먹고나니 현지 시간으로 저녁 8시 정도. 집에서 탱자탱자 맥주 한캔에 시간 보내다가 12시도 안 되서 잠듦.




목요일. 꿀잠자고 일어남. 목요일은 LiveIt 이 있는 날이라 서부 시간으로 1pm-3pm, 여기시간으로 11am-1pm 동안 나가서 인생을 즐기면 됨. 점심시간 포함 3시간 동안 샤워하고 나가서 Poke 한그릇으로 후딱 맛난 점심을 먹어주고, 다시 한번 보드를 빌려서 와이키키 해변으로.


이건 North Shore 의 Lanikai 에서 쉬고 있는 거북님들


LiveIt 에 서핑하는 동료들은 있었으나 막상 내가 해본건 처음인 것 같음. 점심먹고 여유롭게 한시간 바다 위에서 보드타고 놀다가, 집에와서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다시 업무 복귀. 업무를 마치고는 이틀 연속 물놀이에 피곤했는지 골아떨어짐.


늦으막히 밤 9시쯤 깨어나서 집앞에 자주 가는(!) 이자까야로 향함. 세번째 오는데 대부분의 안주들이 맛있고 무엇보다 아사히 생맥이 기가 맥힌 일본 이자까야. 오꼬노미야끼에 특제 닭 튀김, 고등어 구이로 저녁 겸 야식으로 맥주 세잔을 마시고 집으로 귀환. 적당히 늘어져서 인터넷하고 게임하다 새벽 늦게 잠.




금요일. 아침 8시 기상, 바로 미팅. 계속 기다리고 다른 사람의 업무에 block 된게 있어서 기다리면서 널럴한 업무. 다음주에 할 일들 조금 찾아서 보다보니 점심시간. 그제 먹었던 샤브샤브 볶음밥으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사흘 연속 바다는 무리라는 생각에 건물 6층에 있는 풀장으로. (지금 머무는 숙소에는 풀장, 스파, 사우나가 있고 무료 이용)


근처에 유명한 베이커리가 있어서 사람들이 번호표 뽑고 빵 나오길 기다린다


날씨는 더운데 풀장 물은 차가움. 30분 정도 발 담그고 놀다가 점심 시간 끝날 때 맞춰서 집으로 귀환, 샤워하고 다시 오후 근무. 중간에 출출해서 어제 먹고 싸온 오꼬노미야끼 간식으로 먹고, 빠삭하게 잘 마른 수영복 걷어놓고 맥주 한잔 마시면서 드디어 unblock 되서 온전히 resource 독차지하게 다른 팀원들 퇴근 기다리며 천천히 업무 중인 지금은 서부 시간 오후 다섯시 십오분, 현지 시간 세시 십오분.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퇴근하고 맛있는 저녁 먹으면 주말 시작. 아직 별 계획 없는 주말이지만 또 열심히 물놀이하고 좋은 것들 보러 다녀야지.




정말 최적의 장소를 찾은 것 같다. 서부시간에 맞춰서 원격근무를 하기에 최적의 시차이고 (2시간 빠름) 덕분에 퇴근해도 네시 좀 넘는 정도라 충분히 즐기고 놀 수 있다 평일에도.


내가 좋아하는 치안과 깨끗함이 다 있고, 내가 생각하는 일본과 미국의 좋은 점이 골고루 섞여있다. 물가가 저렴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세금이 낮아서 옷은 0%, 레스토랑은 4% 정도라 (기분상) 괜찮다. 물론, 숙소로 고생했던 12일간은 별거 못했었고, 지금 숙소는 위치도 시설도 좋은 것이 큰 것 같기는 하다.


이제 사흘 뒤면 떠나야 하는 숙소에서의 CG 같은 뷰


사람들이 친절하고, 해변에 적당히 놔두고 물놀이를 해도 안전하고, 길거리에서 위험하다고 못 느낀다. 다들 영어하고, 일본어 하는 사람들도 많다. 늘 따뜻하고, 바다가 가깝고, 물놀이가 자유롭다. 바닷물만 조금 더 따뜻했으면 싶지만, 이런 낙원이 또 있을라나.




호시절이다. 삶이 너무 좋다보니 변화를 주려는 일에 섣불리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써놓은 메일을 2주일째 꺼내서 읽고 고치고만 반복하다가 아직도 보내지 못했다. 배부른 고민이다. 참 좋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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