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e Mar 27. 2020

3월 26일의 D에게

내 친구 프로포즈 받은 거 정말 정말 축하해! 막상 카톡으로 이야기 들었을 때에는 잘 실감이 나지 않았었는데- 퇴근하고 방에 누워 네가 올린 인스타그램 포스트를 보는데 눈물이 고이면서 문득 네가 엄청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냥 행복한 게 아니라 앞으로 점점 더, 네가 경험하는 행복의 깊이도 더 깊어지고 그 폭도 더 넓어졌으면 좋겠어. 축복이자 바람이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T도 굉장히 건실한 친구 같고, 무엇보다 너를 정말 아끼고 사랑해주는 것 같아서- 인스타그램에 내가 단 댓글에 대댓글까지 달아주는 그 섬세함이라면 우리 D를 믿고 맡겨도 되지 않을까 싶네. 


오늘 내 하루는 그냥 무난했어. 회사는 좀 한가했고- 오늘은 점심 도시락으로 엄마가 오므라이스를 싸주셔서 조금 신나긴 했었지! 커피는 마실까 하다가 참았어. 요즘 나도 직장인이 되어가는 건지 과민대장증후군이 와서 며칠 고생했거든. 나름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관리도 따라가야하는 때인가봐. 일을 하면서 커리어를 더 쌓아나가야할텐데 그만큼 정말 건강을 지키기도 힘들어지는 거 같아서. 직장생활 계속 하다보면 없던 병도 생긴다는 게 맞는 말 같아. 일도 건강도 둘다 중요한데 아무래도 나는 건강에 가치를 조금 더 두어보려해. 


어떤 어른이 되어야할까에 대한 고민도 계속 하는 요즘이야. 건강이 내가 지향하는 상위 가치라 치면, 그 다음에 두어야하는 건 뭘까. 간혹가다 일이 재밌을 때도 있긴 한데 또 나는 완벽한 커리어우먼 체질은 아닌 것 같아. 그렇다고 엄청 가정적이냐-하면 또 그것도 아니라서. 이제 대충 나라는 사람의 성격이나 성향이 어떤지는 알겠는데, 그 외에 내 삶의 가치라던가 지향점들을 조금 더 구체화 시키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아. 


아무튼. 그래서 결혼이라는 큰 결심을 한 네가 더 어른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 상대를 사랑해도 용기와 지혜가 필요한 일이잖아. 물론 내가 여태 봐온 너는 용기도 지혜도 만땅이지. 당장 옆에서 함께할 수 없는 게 아쉽지만 나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기도로 함께 할게. 


다시 한 번 축하해. T에게도 축하한다고 전해주어.

매거진의 이전글 3월 19일의 K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