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메이저리그, 메이저리거만 기억한다. 마이너리그, 마이너리거들은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못하는 한 전혀 기억되지 못한다. 그들이 노력을 덜 했다거나, 재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신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
2008년 영화 <슈거(Sugar)>는 한 마이너리거의 삶을 다룬다. 야구 강국으로 유명한 도미니카 공화국, 베네수엘라, 쿠바, 파나마, 푸에르토리코 등 남미 국가에서 야구를 한다는 것은 선택받은 꿈이다. 그들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해 천문학적 금액을 받고, 자신들의 가족과 미국에서의 삶을 꿈꾼다.
<슈거>의 주인공 미구엘 아조카 산토스는 촉망받는 유망주이다. 도미니카 공화국 태생은 그의 애칭은 <슈거>로 그도 메이저리그가 되는 것이 ‘꿈’이다.
도미니카 공화국 고교리그에서 빼어난 활약을 한 <슈거>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터의 눈에 들어 가족들의 생계와 모든 짐을 짊어진 채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다. 스카우터 눈에 들었다고 해서 바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는 하부 리그인 마이너리그를 운영하고 있고, 마이너리그를 루키 리그, 싱글 A, 더블 A, 트리플 A 등 하부 리그가 네 개나 있다.
그곳에는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야구 천재들이 수천 명이나 메이저리그의 꿈을 키우고 있고, 그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비로소 메이저리그라는 꿈의 무대에 설 수 있다. 대우 또한 열악하다. (메이저리그의 최저 연봉은 약 50만 달러 수준이지만, 마이너리그의 평균 급여는 한 달에 2000달러 정도다.)
슈거가 도미니카를 떠나 메이저리그 계약을 한 날 그의 가족과 친척, 친지들은 파티를 연다. 그 누구도 슈거가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슈거는 홀로 낯선 땅인 미국 캔자스시티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는 낯선 환경과 조우하며 메이저리그로 올라갈 날만을 기다리며 구슬땀을 흘린다. 그러나 더블 A와 메이저리그 선수와의 처우만큼 그는 자신의 삶과 이상, 그리고 현실과의 괴리를 느낀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부상이 찾아온다. 20살의 슈거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계속해서 야구를 할 것인가, 다른 기회를 찾아볼 것인가.
선택의 순간에서 슈거는 무작정 팀을 이탈해 뉴욕으로 향한다. 이유는 모른다. 그저 다른 기회를 찾고자 했던 것이다. 뉴욕에서 그는 한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다 필연적으로 한 가구 공장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어머니께 보낼 탁자를 만든다. 슈거의 아버지는 목수였고, 어렸을 때부터 자신도 목수 일을 배웠기 때문이다. 어머니께 탁자를 만들어 드리는 것은 슈거의 오랜 꿈이었다.
슈거는 그렇게 뉴욕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자신과 고등학교 동창도 뉴욕에서 만난다. 자신보다 먼저 야구를 그만둔 친구다.
영화 말미에 슈거는 취미로 야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거기에는 한때 야구를 꿈꿨던 선수들이 즐비하다. 그 선수들이 자신의 이름과 한때 소속됐던 팀을 말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야구가 끝난 후 팀원들과 슈거가 손뼉을 치며 수다를 떨고 희미한 미소를 짓는 장면은 알 수 없는 감동과 더불어 눈물이 날 것이다.
평생 야구를 했고, 야구선수를 꿈꿨다. 야구 선수가 되지 못했다. 나도, 슈거도, 그들도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이 세계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메이저리거가 되지 못했다고 그들이 인생이란 경기에서 실패했거나 패배한 것은 아니다.
그저 하나의 기회를 놓쳤을 뿐이다. 단지 그뿐이다. 그리고, 삶은 여전히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