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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it Jan 01. 2024

롤렉스 데이데이트 스틸의 전설 IX

빈티지 튜더 데이트데이(9) : 유사성의 원리


제 주변에서는 때아닌 '나의 아저씨'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 4편에는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직원 : 우리 부장님 이 건물 진짜 좋아해. 이렇게 낡은걸 왜 이렇게 좋아하세요?

부장 : 나랑 같애

직원 : 예? 아니, 요즘 뭐 몸 어디 안좋으세요? 뭐가 같애요? 응?

부장 : (건물 머릿돌을 보며) 74년생

직원 : 아이고, 동갑이네! 아유, 건물도 부장급이네.

부장 : 이건물 위치 원래 하천이야. 복개천 위에 지어가지고 재건축도 못하고 그냥 이렇게 있다가 수명 다하면 없어지는 거야. 터를 잘못잡았어. 그것도 나랑 같애. 지구에 태어나는게 아닌데.





1970년대 튜더 오이스터 프린스 데이트데이 시리즈 세 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서 7019/3(플루티드 베젤)과 7017/0(스무스베젤)은 저와 나이가 같습니다. 



얼마 전에는 7019/3을 오버홀 했습니다.


용두를 감다 보니 서걱서걱하는 소리가 들려 맡겼는데


분침의 야광도 벗겨져서 다시 칠하고


이스케이프휠을 잡아주는 아주 작은 나사도 닳아버려 새로 깎아 넣었습니다.



현상유지를 위해 돈이 들어간다는 게 아깝긴 하지만


저도 여기저기 아파서 돈 들어가는 걸 보면 얘도 어쩔 수 없는 나이라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외모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좋아하는 '유사성의 원리'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는 사람들의 선택에도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의 자동차나 애완동물을 보면 그 사람과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 시계들은 저를 많이 닮았다는 느낌입니다.


오래되고 세월의 흔적들이 남아 이제는 더 이상 새것 같지 않은 느낌,


그래도 애초에 만듦새가 나쁘지 않아 새 시계와 비교해도 그리 후지지 않은 점,


크기나 비례, 클래식한 디테일 등을 가지고 있어 유행을 타지 않는 스타일,


게다가 날짜보다는 요일을 더 많이 보는 생활습관에 어울리는 요일창과


노안을 배려한 싸이클롭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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