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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it Feb 11. 2024

목걸이와 시계

몰타 & 다미아니


평소에 차고 다니는 목걸이가 2개 있는데, 이들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시계와 매칭해 봤습니다.



때는 일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지루하게 참고 견뎌야 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 종교적인 사람은 아닌데, 어느 날 몰타십자가(Maltese Cross)가 눈앞에 크게 나타나는 꿈을 꿨습니다.


바쉐론콘스탄틴을 사라는 신의 계시일 수도 있었지만, 건전(?)하게도 몰타섬의 기념품 매장이 이베이에 올려놓은 이 목걸이를 찾아 주문했습니다. 


참고로 몰타십자가는 11세기 1차 십자군 전쟁에 병원을 운영하면서 순례자들의 보호를 위해 창설된 몰타기사단의 상징입니다.


이 조직은 16세기에 몰타섬에 근거지를 마련했으나 19세기에 나폴레옹에게 추방되어 로마로 이전했으며, 


지금은 주로 인도주의적 의료봉사활동을 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로 남아있습니다.



영끌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훨씬 전에 집을 사느라 대출을 크게 쓸 일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일종의 가벼운 불안장애 같은 게 생겼는데, 주말에 성당을 다녀오면 좀 나아졌습니다.


십자가 목걸이가 있었으면 했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후 대출을 다 갚으면서 불안증은 없어졌고 성당도 멀리하게 되며 관심이 사라졌지만


어느 날 다미아니에서 이 목걸이를 발견했을 때 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시계와 목걸이에는 멘탈을 관리하는 기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어떤 시계를 찰지 결정할 때 그날의 내 기분을 들여다봅니다. 


정해진 시간에 뭔가를 해야 할 때는 시계를 보면서 마음의 템포를 조절합니다.


바쁜 틈 속에서 쉴 때는 초침을 보면서 잠시 숨을 멈춰보기도 합니다.


목걸이는 좀 더 직접적으로 심리적인 메시지를 마음에 꽂아 넣는 것 같습니다. 


시계보다는 좀 더 주술적이고 부적과도 같은 방식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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