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 ideas worth spreading이 아니었...?
2019년 6월,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린 TEDSummit에서 TED의 수장인 크리스 앤더슨은 TED가 지향하는 가치를 제안하였다. ‘엇? TED 하면 ‘ideas worth spreading’ 아닌가?’ 했는데, 그건 모토고ㅋ 아래 이미지를 보면, 다음과 같은 10개의 가치를 초안(!)으로 제시했다.
1. Curiosity (호기심) 2. Wonder (경이로움)
3. Open-mindedness (열린 마음) 4. Inclusion (포용력)
5. Truth (진실) 6. Science (과학)
7. Debate (토론) 8. Global (전 세계적인)
9. Generosity (관대함) 10. Impact (영향력)
몇몇 단어들은 역대 TED 콘퍼런스의 주제에 나타나기도 했고, 나머지 단어들은 블로그나 연사들의 강연에서 자주 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인적으로는 ‘TED’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가 'curiosity(호기심)'와 ‘global(전 세계적인)’인데 역시나 이 가치들이 포함되었다. 최근 TED와 비슷한 플랫폼이 증가하면서 과학적인 근거나 통계가 없는(혹은 왜곡하는) 부실한 강연들이 판을 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Truth(진실)'과 ‘Science(과학), 'Debate(토론)’ 등의 가치들을 선정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머지 가치들은 자세(attitude)에 가까운데, 굳이 분류하거나 분석하지 않아도 TED의 핵심가치를 잘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대화를 위한 대화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 기반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확산하여 로컬(지역)과 글로벌(전 지구적) 임팩트를 가져오는 것이 TED가 근본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이미지에서 보듯, 크리스는 왜 굳이 ‘Draft(초안)’라고 붙여두었을까? TED Circles 담당자는 '지난 TEDSummit에서 TED Circles를 발표한 이후, 다양한 커뮤니티의 피드백을 듣는 중이라 초안으로 기록해 둔 것'이라며, '그동안 받은 다양한 의견과 관점들을 고려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완성되면 가을 정도에 크리스 앤더슨이 직접 TED 웹사이트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TED의 새로운 이니셔티브인 TED Circles와 함께 12월에 크리스 앤더슨이 직접 발표한다고 하니 기대해 보자.
당연히 글로벌한 논의를 위해서는 TED 레벨의 콘퍼런스들이 담당한다. 매년 4월 TED 콘퍼런스(캐나다 밴쿠버), 매년 7월 TEDGlobal 혹은 TEDSummit(영국 에든버러), TED의 자매 콘퍼런스들인 TEDWomen(‘여성’, '성평등'이 주제), TEDYouth(‘청소년’이 주제), 비교적 규모가 작아서 시의적절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TEDSalon(TED HQ에 있는 ‘World Theater’에서, 100명 규모), 그밖에 TEDx 오거나이저들의 콘퍼런스+워크숍+축제 성격인 TEDFest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TED가 주관하는 다양한 콘퍼런스에서는 전 지구적인 큰 담론들이 논의되며, 정말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참가해 끊임없이 교류하며 느슨한 연대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느슨한 연대는 콘퍼런스가 끝나면, 온라인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로 확장되고 이 글로벌 네트워크는 전 지구적인 담론을 확산하는 역할을 한다.
(tmi.1) 이러한 콘퍼런스 현장에서 녹화된 영상들이 바로 우리가 시청하는 그 유명한 ‘테드 토크’라고 불리는 강연들이다. www.ted.com
(tmi.2) 콘퍼런스에는 TED 스탶과 연사, 스폰서, 기부자, 일반 청중뿐만 아니라 TEDx 오거나이저, 번역가, TED 펠로우, TED 레지던스 등 다양한 커뮤니티가 다 함께 참가하여 중간중간 특별한 만찬과 워크숍을 개최한다. (이 부분은 다음에 다뤄보기로)
지역적(로컬)인 측면에서는 어떨까? TED의 지역 버전인 TEDx는 전 지구적인 커뮤니티로서,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핵심가치를 공유하며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모든 TEDx 행사는 TED로부터 공식적으로 라이선스를 받되, 행사의 주제나 연사, 청중 등은 철저히 지역 기반이다. 전 세계에서 매일 적어도 2개 이상의 TEDx 행사가 개최되는데, 전 세계 거의 모든 주요 도시에서 개최되고 있다(지금 이 시간에도 전 세계 어딘가에서는 크고 작은 TEDx 행사가 열리고 있다).
10명 단위의 작은 모임으로부터, 1만 명 이상의 대형 행사까지 그 규모는 지역의 특성이나 조직 커뮤니티에 따라 각각 다르다. 호주의 TEDxSydney 같은 경우에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빌려 2~3천 명 규모로 개최하기도 하는데, 지금은 규모를 더 키워서 약 5천 명이 들어가는 장소에서 행사를 개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와 언어의 특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지식을 공유하고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이루어 다양한 주제로 TEDx 행사를 개최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TEDx 행사는 TEDxSeoul이 있는데, 10월 TED Circles와 올해 12월 TEDxSeoulWomen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차후에 다루기로!)
TEDx는 자발적이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여, 팀을 구성하고 연사를 섭외하며 참가자를 모집해 행사를 치르는 방식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더욱 인지도가 높은 연사가 초청되며, 그만큼 참가비도 높일 수 있어서 어느 정도 일정 수준의 행사를 치르게 될 때까지 엄청난 고생과 헌신을 각오해야 한다. 당연히 스폰서도 따기가 쉽지 않다. 이름도 없고 초짜들이 모인 모임에 선뜻 비용과 물품을 제공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TEDx 행사는 지역을 기반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무대에서 연사를 통해 청중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TED의 좋은 영상을 골라 시청하고, 공들여 초청한 연사의 이야기를 듣는 방식이다. 멋진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연사의 영상은 가끔씩 TED팀에 의해 선정되어 메인 웹사이트에 올라가기도 한다. 이에 비해 TED Circles에는 TEDx처럼 무대와 연사, 청중이 없다. TED가 제안한 몇 가지 영상 중에서 호스트(주최자)가 한두 개를 골라 참가자들과 함께 시청하고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TEDx 행사에도 TEDxSalon이라는 형식이 있어서 강연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네트워킹으로 대화를 촉진하기도 하지만, 소규모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2019년 7월, TEDSummit에서 발표된 TED Circles는 9월부터 11월까지 파일럿 기간을 거쳐, 2020년 1월부터 공식적으로 론칭하게 된다. 9월 한 달간 전 세계에서 개최한 TED Circles는 83명의 호스트가 114개의 서클을 32개국에서 개최했고, 총참가자는 501명으로 하나의 서클 당 참가자는 평균 9명이다. 최대 인원을 30명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몇 개의 팀으로 나누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하라고 가이드한다. 참가자들의 대화를 촉진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아래 통계는 9월 25일 자 데이터로, 9월 말 통계로는 일반 참가자 총 1,012명이 참가했다.
2019년 9월 한 달간 TED Circles를 개최한 전 세계의 도시들이다. 가장 오른쪽에 TEDxSeoul이 진행한 TED Circles가 보이는데, 전 세계적으로는 주로 미국과 유럽 위주로 개최한 것을 볼 수 있다. 멀리 알래스카와 아프리카, 브라질에서도 개최한 흔적이 보인다.
행사를 개최하게 되면,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함과 조급함이 발목을 잡는다. 행사의 퀄리티가 낮으면 초청한 연사에게도, 참가비를 내고 참가한 청중에게도 복잡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어쩔 때는 환불사태나 악플에 시달리기도 하는데, 그런 상황이 TED의 이미지에 먹칠을 한다는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TED Circles는 입장료가 무료이고, 규모가 큰 강당이나 행사장을 비용을 들여 대여할 필요가 없다. 집이나 카페, 사무실, 혹은 야외에서도 얼마든지 대화는 이어질 수 있으니까. 보통 영상을 함께 시청하기도 하지만, 호스트가 선정한 영상을 미리 보내서 시청한 후 모임에서는 그 내용으로 대화를 진행하기도 한다. 자전거를 함께 타고 야외로 나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모임을 진행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온라인에서도 모임을 개최하기도 한다.
서울에서는 TEDxSeoul이 호스팅 하는 TED Circles 두 번째 모임이 10월 23일 열린다. TED Circles의 10월 주제는 '어떻게 더 나은 인간/인류가 될 것인가(How to be a better human)'이며, 두 가지의 영상을 미리 시청하거나 현장에서 함께 시청하고 대화를 이어가게 된다. 이미 신청은 마감되었고, 공석까지 추가 모집을 통해 완료되었다고 한다.
이벤트 페이지의 설명을 보니, 맷 워커의 '수면은 당신의 초능력입니다'은 미리 시청하고 참가해야 하며, 마야 조바노비치의 '사과는 어떻게 우리의 자존심을 해치는가'는 현장에서 함께 시청한다고.
① 'How Apologies Kill Our Confidence(어떻게 사과가 우리의 자존심을 해치는가)' - Maja Jovanovic
=> 연사와의 화상통화 시간이?! (영어 통역 봉사자를 구한다고)
② 'Sleep is your superpower(수면은 당신의 초능력입니다)' - Matt Walker ➜ http://bit.ly/sleep_is_your_superpower (한글자막)
TEDxSeoul 페이스북 이벤트 페이지를 보니 다음과 같은 소식이!
*연사와 온라인으로 질의응답을 할 때 도움을 주실 수 있는 영어 통역 봉사자를 찾고 있습니다. 쪽지나 이메일로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가자 중에서 추첨을 통해 세계적인 석학이자 《총, 균, 쇠》 저자, TED 연사이신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신간 《대변동》 을 드립니다. (재레드 교수님이 곧 한국에 오신다고!!�)
TED Circles는 연사도 없고 참가비도 없기에, 정말 대화와 토론을 즐기고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만이 꾸준히 모임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큰 준비 없이, 장소와 영상만으로 모임을 개최하여 대화와 토론을 즐기는 건전한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도 더욱 확산되기를 바래본다. 물론 기존의 모임, 행사, 북클럽도 많이 활성화된 만큼, TED Circles는 '그중의 하나' 포지션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좋은 콘텐츠를 같이 공유하고, 곱씹고, 자신과 우리를 돌아보며 적용하는 일련의 과정은 자신 스스로와 우리 사회에 있어 커다란 가치이자 사회적인 자본으로 남게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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