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에서 일하고, 2층에서 살아요

삶과 일을 나란히 설계한 시골 가게의 이야기

by 김영호

1층에서 일하고, 2층에서 살아갑니다

08_내집창업_일러.jpeg


가게와 집을 함께 지었다. 일하면서 살아가는 공간이다. 건축설계 도면에는 ‘1층 근린생활시설, 2층 단독주택’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이 곳은 단순한 상가주택이라고 칭하기엔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마음속 설계도엔 이렇게 써두었다.


‘일과 삶이 나란히 이어지는 집’ 이라고.




자영업자에게 가게는 일이기 전에 삶의 방식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공간이고, 생계를 책임지는 장소이며, 동시에 나의 생각과 태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게를 어떤 분위기로 꾸미고, 손님을 어떻게 대하며, 어떤 메뉴를 내놓을지를 고민하는 일은 단순히 가게 운영을 넘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방향을 잡아가는 일이 된다.


그래서 가게를 어떤 방식으로 꾸리고, 어떤 속도로 운영하느냐는 단순한 일의 방식이 아니라, 결국 나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길잡이가 된다.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를 하고, 손님을 맞이하고, 공간을 정돈하는 일들은 생계 수단이기 이전에 하루하루의 태도를 기록하고 쌓아가며 삶을 완성해가는 방법이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손님들을 맞이하고 싶은지, 어떻게 일하고 싶고, 어떤 삶을 꾸리고 싶은지. 다양한 질문들이 하루하루 쌓여 가게 곳곳에 묻어난다. 그건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려 했던 수많은 선택의 흔적이며 그 흔적들이 차곡 차곡 쌓여 '일과 삶이 나란히 이어지는 집’으로 완성되어 간다.


나는 오늘도 1층으로 출근하고 2층으로 퇴근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지극히 평범한 그 모든 시간을 함께하며 살아간다. 취향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단골이 되고, 친구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하나씩 맺어진 인연이 가게를 지탱하고, 단단하게 해주었다.


초등학생으로 처음 만난 아이는 어느덧 성인이 되었고, 프로포즈를 한다며 예약했던 커플은 부부가 되었다. 유모차에 타고 오던 아이는 이제 스테이크 한 접시를 뚝딱 해치울 만큼 자랐다. 여행을 다녀왔다며 작은 선물을 건네는 손님, 오랜만에 찾아와 안부를 물어주는 손님도 있다. 그렇게 이어진 작고 따뜻한 인연들이, 어느새 나의 일과 삶을 차곡차곡 채워주었다.


빠르게 성장하지 않아도 괜찮다.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도 괜찮다. 혼자서든, 둘이서든, 자신만의 걸음으로 천천히 나아가면 된다. 일과 삶이 서로 등 돌린 채 다른 방향을 보지 않고, 나란히 함께 걸을 수 있을 때, 자영업은 더이상 버텨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오래도록 이어갈 수 있는 삶이 된다.


이제 나는 가게를 운영하는 일을 단순한 ‘장사’로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하루하루 쌓이는 경험과 관계 속에서, 이 공간은 나의 삶을 설계해가는 장소가 되었고, 손님들과의 시간은 나의 세계를 조금씩 나누고 이어주는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자영업자는 결국 가게라는 공간에서 삶을 만들고, 손님과의 시간 속에 나의 가치를 조심스레 녹여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장사가 아니라 삶을 설계하고, 내 삶의 결을 공유하는 사람이 진정한 자영업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조리복을 입기까지 걸린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