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들이 집을 지으면 좋겠어요

천천히 일하면서 오래가는 가게를 만들면 좋겠거든요

by 김영호

“회사 때려치우면 뭐 먹고 살려고?“

”자영업? 거긴 지옥이야!“


아마 많은 직장인이 한 번쯤 들어봤거나, 스스로에게 던져봤을 질문일 거다. 자영업을 떠올리면 꽃길 펼쳐진 미래보단 숨 막히는 경쟁이 먼저 눈앞에 아른거린다. 밤낮없이 일해도 건물주의 횡포에 속절없이 밀려나는 불안정한 처지까지 생각하면, 앞길이 더욱 캄캄해진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자영업의 길에 뛰어드는 걸까? 밀리고 밀려 이 길 뿐인걸까?


'회사생활, 이젠 더 이상 더럽고 치사해서 못해먹겠다! 차라리 더 힘들어도 내 가게 한번 해보자!' 결심하지만, 회사가 전쟁터였다면 자영업 시장은 지옥이라는 말에 겁이난다. 막상 뭘 해야 할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나 역시 10년 차 직장 생활의 끝에서 같은 고민에 빠졌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도록 할수 있기를 바라며 퇴사를 감행했지만, 다음 길은 결코 쉽지 않았고, 예상치 못한 현실 속에서 떠밀리듯 자영업을 선택해야 했다. 평범한 30대 중반 직장인에게 새로운 시작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급하게 서두르지는 않았다. 천천히 준비하고 공부하고 나의 길을 찾았다. 그 지점에서 '나답게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가게'를 만들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답은 하나의 길로 향했다. 나의 가게를 지어보자. 건물주가 되어 보자.


'혹시 금수저 였냐고?' 전혀 아니다. 10년차 직장인 맞벌이 부부가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내 집 한 채, 경기도 외곽 남양주에 25평 아파트 하나가 전부였다. 이 아파트를 팔고 대출을 받아 우리는 '집을 짓고 가게를 시작했다' 우리의 계산은 이랬다. 손님이 안오고 가게가 망하더라도, 땅과 건물은 남겠지. 그럼 최소한 다시 시작할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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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떻게 이런 시골에 레스토랑을 하실 생각을 하셨어요?"


서울을 떠나 경기 양평 서종면, 인구 1만 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시골 마을에 1층은 가게, 2층은 집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만들었다. 우리가 가진 돈으로는 최적의 위치라고 생각했다. 90평 정도 되는 작은 땅에 60평 건축물을 지었다. 35평의 1층 가게공간과 25평의 2층 주거공간.


건축설계사를 만나 우리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을 넘어, 일과 삶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하는 과정이라며 들뜬 마음으로 발표를 했다. 6개월의 설계, 또 6개월의 시공 과정을 거쳐 집이 지어졌다. 이사를 하고, 가게 준비를 하며 걱정 보다는 마냥 좋기만 했다. 내 집 내 가게라니, 손님이 하나도 없어도 너무 즐겁기만 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시골에 레스토랑을 하실 생각을 하셨어요?" 가게를 찾아오신 손님들이 가장 많이 건넨 말이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어찌하다보니..." 라며 말을 얼버무리곤 했지만 사실 우리는 확신을 가지고 시작했다. '유동 인구는 커녕 주변엔 온통 논밭인 이곳에 손님이 올까' 라는 걱정 보다 '언젠가는 우리의 생각을 이해해줄 손님들이 꼭 올거라며'.


8년간 가게를 운영하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 시골 구석, 상권없는 곳에서 시작해도 괜찮다는 것. 중요한 것은 '유동인구가 많으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람들을 찾아오게 만드느냐' 이다. 그리고 여긴 월세가 없는 내가게 내집 아닌가. 손님이 좀 없으면 어때? 천천히 하나씩 해나가면 되지.


우리는 그렇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간판도 없이 시작했다. 현수막을 내걸지도 않았고, 오픈 소식을 알리거나 광고를 하지도 않았다. 오픈빨? 그런건 전혀 없었다. 절대 바라지도 않았고, 있어서도 안됐었다. 처음 하는일이 서툴고 어렵기만 했고 손님이 온다는 것 조차 무서웠으니까. 대신 철저히 준비를 했다. 공간을 가꾸고 진심과 정성으로 요리를 하며, 친구들을, 가족들을, 지인들을 초대하며 연습을 했다. 그렇게 우리만의 속도로 일을 익히며 느릿느릿 나아갔다.


BRISA(브리사) ; 스페인어로 산들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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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의 이름 처럼 여유롭고 차분한 공간이 되기를 바랬다.


우리가 목표한 가게의 '정체성'과 '가치'가 명확해지면서, 점차 손님이 오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손님들은 서울 도심에서 부터, 간혹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셨다. 단지 음식이 맛있거나, 분위기가 좋거나, 광고가 잘 되어서가 아니었다. 일과 삶이 어우러진 공간이 주는 '여유'와 '온기', 그리고 우리가 지향하는 '일과 삶의 균형' 에 공감하는 이들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크고 화려한 공간이 아니어도 괜찮다. 멋드러지게 지어진 건물이 아니어도 충분하다. 우리가 일하며 살아갈 곳에 우리의 이야기와 삶의 속도를 온전히 담아낼 수만 있다면 그곳은 바로 가장 완벽한 일과 삶이 어우러지는 곳이 될거다. 치열한 자영업의 시장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있어야 할 곳이다. 그러므로 나는 사장님들이 꼭 집을 지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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