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미달

돌보느라 지친 마음을 먼저 보는 병원

by 해인


병실에는 간호사나 간병인 없이

로봇 간병기만 돌아다녔다.

환자들의 체온을 재고, 맥박을 읽고,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병실은 적막했다.


“상태가 위급한 분들께는

간병인이 상주하는 특실이 제공되는데요.

환자분 선별을 위해

간단한 면담이 있겠습니다.”

간병 매니저의 말에

보호자들이 차례로 불려 나갔다.



첫 번째 환자의 보호자는 딸이었다.

“어머니가 예민하세요.

아무래도 로봇대신 사람 손길이 필요할 것 같아요.”

판정 버튼이 눌렸다. 부적합.


두 번째 환자 보호자는 남편이었다.

“아내가 너무 말이 없어요.

간병 선생님이 계시면 좀 나아질까 해서요.”

버튼 눌림. 부적합.


마지막 환자는 보호자가 없어 본인이 들어왔다.

작은 체구의 노인은 말했다.

“전 괜찮아요. 간병기로도 충분하고요.”

잠시 머뭇대더니 덧붙였다.

“가족들을 평생 돌보느라,

제 몸과 마음을 스스로 챙기는 데 익숙해서요.

만약 특실에 간다면,

선생님은 옆에서 책만 읽으셔도 될 정도에요.”


그녀가 나간 뒤, 간병 매니저는 차트를 열었다.

위암 4기

로봇 호출 기록 없음

'이 몸 상태로 이 기록이 가능하다고?'

버튼 위에서 손이 잠시 멈췄다.

그리고 눌렀다.

특실 전환 승인.


그날 밤, 특실 창가에 앉은 환자는

조용히 창밖을 보고 있었다.

가장 돌봄을 원하지 않던 사람이, 선택되었다.


이 병원의 간병인 특실은 환자의 상태가 아니라,

환자들 돌보는 간병인의 '지친 마음' 수치를

측정하여 선정하고 운영된다.


마지막 환자는 평생 가족을 돌보느라

자신의 피로도 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간병하고 있어

가장 긴급한 '돌봄의 수혜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