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na Sep 08. 2022

요가 하는 동안에 6

나는 그럴 수밖에 없다

, 너무 많은 비들, 이것은 어느 시인의 , , 쓸모를 잃어가는 , 쓸모, 쓸모는 원래 없는 , 너는 아는 거짓말. 하나의 생각은  하나의 생각으로 이어지며 무의식을 헤집고 의식을 정렬한다. 시작과 끝은 다른  같은 곳으로 흐르고 왜라는 의문부호만 남긴  깨끗하게 흩어진다.      


딱 한 달만 해보고 재미없으면 그만둬버리지 뭐- 하던 요가 수련은 재미가 있는 바람에 5개월 차로 접어들고 있다. (일수로는 사십여 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 그야말로 풋내기 중에 풋! 풋! 내기! 내기!) 어려운 동작들은 여전히 못 하고 쉽다고 느끼는 동작들도 매번 새롭게 다가오는 바람에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즐겁고 재미난 이유는 요가가 내게 필요한 운동이거나 의무적인 수련이기보다 놀이가 되어 일상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일생의 목표가 가만히 있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재미있는 것이다. 재미가 있으려면 놀아야 한다. 어릴 땐 뭐든 새로워서 놀고 싶지 않아도 놀아야 했는데 (놀고 싶지 않은 적이 없었지만) 커서는 새로운 것들도 새롭게 느끼지 못해 지나치고 놓쳐버리기 일쑤다. 사람도 만나던 사람만 만나고, 만나던 사람들은 어쨌든 하던 일만 하거나 먹던 밥만 먹으면서, 굳이 내게 어떻게 매번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재밌는 것만 하냐며 어이없어한다. 그런 말을 듣는 내가 사실 더 어이가 없지만.      


자, 숨을 뱉고

자, 숨을 마시고

자, 숨을 쉬면서 동작을 하세요     


선생님이 아무리 가르쳐줘도 호흡과 동작이 자연스레 어우러지지 않는다. 숨 쉬는 건 태어나자마자 시작해서 지금도 하는 건데, 그게 안 되는 게 신기하고 재밌다.   

   

1. 두 발 모으고 바르게 서겠습니다.

2. 엄지발가락, 뒤꿈치까지 완전히 붙여냅니다.

3. 허벅지는 바깥에서 안으로, 무릎 아래는 안에서 바깥으로 힘을 보내어서 다리 안 쪽 전체를 밀착시킵니다.

4. 발바닥으로 매트 강하게 밀어내고 엉덩이도 단단해짐을 느껴봅니다.

5. 가슴을 천정으로 더 들어 올리면서, 허리 꺾이지 않도록 배를 당깁니다.

6. 척추 정수리 쪽으로 길게 뻗고 뒷목이 길어질 수 있게 합니다.

7. 어깨 크게 돌려 날개뼈는 바닥으로 끌어 내리겠습니다.

8. 시선 정면을 바라봅니다.     


*[출처] [타다아사나/아헹가요가]Tadasana, 쉬워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자세 타다아사나 | 작성자 Amunayoga    

 

그냥 서 있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타다아사나 (Tadasana 산 자세)도 10초를 버티지 못한다. 눈을 감으면 고꾸라지듯 휘청거려서 눈을 떠야지 간신히 넘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이게 안 되네? 정말 이게 안 되는 건가? 하면서 나는 너무 재밌고 신난다.      


지나 가버린 태풍, 푸르고 높은 하늘, 높은 곳엔 마음 같은 것도 둥실둥실, 떠다니는 마음들, 떠다니는 마음은 가야 할 곳으로 가는 걸까, 내 마음은 얼마나 무거워서 찾아오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걸까. 요가 수련 후에 나는 늘 이렇게 생각을 잇고 이어서 왜라는 의문부호를 가득 품는다. 곧장 답하지 않아도 물어보는 마음만으로 나를 시원하게 깨운다. 그러니 나는 재미가 있고 즐거울 수밖에. 그러니 나는 잘 놀 수밖에 없다. 그렇다.      

작가의 이전글 두 손을 맞잡고 걸었으면 좋겠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