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고 지는 것은 왜 지겹지가 않을까
자세히 보지 않아도 예쁘고 가까이 있지 않아도 위로되는 한아름의 햇살을 받으며 나는 살아가고 있다. 마음은 이렇게도 몽글몽글하건만 몸은 끊임없이 굴러가느라 오로지 소진되는 중이다. 한 가지 일을 하기에도 벅차하는 내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려니 당연히 탈탈 털릴 수밖에. 소진만 되면 다행이지 이러다 소멸하는 건 아닐까 싶어 전율이 인다. (어떤 전율인진 나만 알겠지)
건물주의 통보로 책방의 종료 시점이 갑작스레 정해졌다. 책방을 다시 시작하면서부터 어디로 흘러야 하나 줄곧 고민해왔지만, 어딘가 내 자리가 정해져 있는 것처럼 헐거운 고민이었다. 계속 헐거워도 될 줄 알았는데, 통보받은 현실은 빽빽하고 팍팍해서 끼어들 틈 같은 건 없는 메마른 땅이었다. 불쾌한 감정들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왔다. 스스로를 향한 원망이 온몸을 감싸 끈적거리고 쿰쿰한 내가 됐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나의 모습.
박준 시인의 말처럼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눈물이 나면 울어야지. 울지 않는 게 더 힘들어서 몇 번 울고, 울고 나면 웃어야지 하고 파리하게 웃으며 다행히 뭐든 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천 권이 넘는 책들을 둘 장소와 다시 짜잔! 하고 책들을 펼칠 공간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한 취업을 결심했다. 생각외로(?) 빨리 일자리가 구해진 탓에 책방 정리와 일을 병행해야 했다. 한 달 넘게 여기에서 저기로 책을 옮기고 옮긴 책들을 정리하고 정리가 끝나면 청소하고. 다시 옮기고 정리하고 청소하고. 이런 반복을 계속하다 집으로 갈 땐 캄캄한 어둠만 곁에 남는다. 생활이 이렇다 보니 직장인 모드로 맞는 점심시간, 커다란 창에 비치는 햇살이 그저 햇살이 아닐 수밖에. 이제는 맛있어진 샌드위치 한 입 먹고 언제나 맛있는 커피 한 모금 마시며 햇빛샤워로 나를 아끼고 보듬는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군...왜 다 어려운 거야?
어떻게 하면 책방을 다시 짜잔! 할 수 있을까?
그나저나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쓰다 보니 예전에서 이런 고민을 했던 것 같은데...생각하다 보니 이 글도 언젠가 쓴 거 같다.
오늘은 어디에 있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