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만 있으면 된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가 아는 곳들은 죄다 쓸모가 있는 것들을 모아두어 넘치는 곳이었다. 그러므로 그녀는 멀리, 조금 더 멀리 이동해야 했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지나쳐야 할 순간 멈춰 서버린 곳이었고 그곳은 대부분이 스쳐 지나는 낡은 의자가 놓인 곳이었다. 몸에 단단히 코트를 여미고 앉는다. 숄더백은 무릎 위에 내려놓지만 얼마 후엔 의자에 아무렇게나 놓일 것이다. 다행히 등받이가 있어 몸을 뒤로 젖힌다. 애써 여민 코트가 흐트러지고 만다. 고개는 자연스레 위를 향하고 그러므로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눈에 보이는 것은 하늘에 마땅히 있어야 할 것들뿐이고 그녀는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면서 안심한다. 다만 빛이 더 강하게 쏟아진다면 좋을 텐데 생각하면서.
손이 시릴 땐 손을 바라본다. 그러니 자주 보게 된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리거나 인기척이 느껴지면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어느 곳이라도 그녀가 시선을 두지 못할 곳은 없으므로 그녀는 바라보고 싶은 곳을 향해 어김없이 바라본다. 본다는 것이 그녀에게 중요한 일은 아니다. 그녀의 할 일은 앉아 있는 것, 그리고 이후의 순간이 흐르도록 두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이런 순간을 보통 상념에 젖는다고 쉽게 말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깨끗하게 비어 상념조차 끼어들지 못한다. 그녀가 바라보는 행위를 하는 것은 바로 비우기 위해서이며 흐르는 것들 속에 자신을 스스로 놓는 일을 하는 것이다. 죽음이 아닌 삶 속에서도 머무를 수 있다면 기꺼이 그녀는 놓일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에 이르러서야 그녀는 믿음을 얻고 쓸모를 버릴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에게는 해야 할 일이라는 게 끊임없이 생겨났고 오래지 않아 그곳을 벗어나야 했다.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으나 그녀의 하루는 이미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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