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하나였다. 왼쪽 엄지손가락 끝이 조금씩 찢어지기 시작했다. 온도가 1도씩 내려갈 때마다 조금 더 길게, 깊이 찢어졌다. 어떤 날은 피가 났고 어떤 날은 통증으로 손을 몇 번이나 흔들어야 했다. 그때부터 핸드크림을 찾아 바르기 시작했다. 집에 굴러다니는 샘플을 바르다가 언제 샀는지 알 수 없지만 언제나 있던 핸드크림을 바르고 그것마저 떨어지면 막 바르기 좋은 것부터 사들였다. 사고 사다 보니 취향이라는 것도 생기고 선물도 받았다. 이제 없어지면 안 되는 필수품이 될 때까지 찢어진 손가락은 낫지 않았다. 겨울이 지나고 봄 그리고 여름이 차례로 왔다. 따뜻한 계절이 언제 그랬냐는 듯 상처를 말끔하게 지웠다. 반들반들한 손끝은 애초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고 몇 개의 핸드크림만이 지난날 사투의 증거가 되었다. ‘괜찮아졌다’고 나는 받아들였다.
다시 겨울이 왔다. 며칠은 너무 추워 이불 밖으로도 나오기 싫었으나 대부분 날은 가을 날씨라고 해도 될 만큼 따뜻했다. 기온이 많이 올랐을 땐 반소매 티셔츠를 입은 사람도 보였다. 무심코 손가락을 쳐다봤는데 왼쪽과 오른쪽 엄지손가락 끝이 어느새 갈라져 있었다. 상처까진 아니었으나 기온이 내려간다면 깊게 패어 피가 날 것이다. 유난히 따뜻한 겨울, 핸드크림까지 떼놓지 않고 바르고 물에 손이 닿지 않게 장갑도 빼먹지 않고 꼈는데 내 손끝은 또 왜 이러는 걸까. 상처에 바르는 연고를 찾아 넘치게 발랐다. 그러나 추위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매일 밤 양쪽 손끝이 아려와 허공을 향에 팔을 뻗어 흔들었다.
누군가는 이마의 주름으로 누군가는 몸에 붙는 군살로 누군가는 빠지는 머리카락으로 나이 듦을 목격한다. 나는 갈라진 손끝으로 처음 나의 세월을 목격했다. 몸 안에 채워져 있던 것들을 써버려 짜낼 것이 바싹 마른 상태. 그러나 그런 생리적인 변화보다 원래 내 안에 있던 흉하고 모진 것들이 더는 숨겨지지 않고 제 모습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놀랍고 아프고 창피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부끄러움을 알게 되는 것이고 또 부끄러움을 모르게 되는 것이다. 연고를 바르고 아쿠아 밴드를 붙인다. 떨어지겠지만 계속 붙인다. 그런 노력이라도 마음을 써야 할 것 같다. 상처는 여전히 그대로다.
이미지 출처ㅡhttps://m.blog.naver.com/laveregg/223147826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