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by zena

새벽녘 일어나 창을 연다. 아직 짙은 어둠이 깔려있고 해는 뜰 생각이 없어 보이는 시각이다. 멀리, 생각보다는 가깝게 오밀조밀 모여있는 주택들 사이의 가로등 불빛과 옆으로 우뚝 솟은 몇 채의 아파트 건물이 뿜어내는 빛이 어둠을 치장해 주고 있다. 하지만 어둠은 여전히 외로워 보인다. 뒤로 잿빛 산이 보인다. 산꼭대기 어디쯤 꺼졌다 켜졌다 하는 빛 하나가 나를 향해 신호를 보낸다. 한참을 보아도 의도를 알아차릴 수가 없다. 밤새 잠 못 든 이들을 위한 위로일까. 어스름을 밟으며 집을 나서는 이들을 위한 길잡이일까. 나처럼 부러 깨어 사부작거리는 이들과의 동행일까. 알 수 없지만, 저 빛 하나로 누군가는 외롭지 않으니 그걸로 되었다.


나는 이런 순간이 좋다. 내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가만히’ 있는 순간. 끝끝내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으면 ‘자유인’이라 말하기도 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자유인은 각자 꿈꾸는 자유로 해석이 가능하다지만 가만히 있는 것은 하나의 의미로 해석되어 오히려 당황해하고 의심한다. 정말 가만히 있는 것이냐고. 질문의 뜻을 모르지 않지만 나는 한 번 더 말한다. 정말 가만히 있는 것이라고. 생산하지 않고 쓸모 있지 않고 해야 할 일 말고 사건이나 이야기조차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조각 같은 순간 속으로 빠지는 것. 알고 있는 글자들을 최선을 다해 이어붙여도 나의 꿈은 어쩐지 버석거리고 뻔해 보여서 가만히 있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여전히 나의 꿈은 새벽녘 빛을 향해 있던 때처럼 가만히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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