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귀찮아 언니들은 멀리 놀러 가버리고 동네에 늘 있는 오빠들도 보이지 않는 날이면 어린 나는 무작정 걸었다. 놀이터나 학교 운동장으로 언니나 친구를 찾아갈 법도 한데 곧장 그러지 않고 골목 사이사이를 누비듯 걸었다. 걸으며 집들을 구경했다. 그땐 대문을 열어놓는 경우도 많아서 1층 집들의 집안은 들여다볼 수 있었다. 보통 불이 켜져 있어도 사람은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리는데 나는 그런 집 앞은 속도를 늦춰 걸으며 유심히 귀를 기울였다. 그러다 인기척이 들리면 뭐라도 훔친 사람처럼 놀라 후다닥 도망쳤다. 위로 갔다가 아래로 갔다가 골목을 죄다 걷고 나면 길가로 나갔다. 계란집, 반찬집, 현대나 근대, 혹은 딸아이 이름일지 모르는 정미, 수미 슈퍼가 나오고 간판 없는 샤시집과 비디오 대여점도 나왔다. 심심할 틈 없이 걷다 옆 골목에 다다르면 다시 이쪽저쪽 지그재그로 골목을 누비고 다시 길가로 나가 옆 동네까지 걸었다. 철물점 옆집에 사는 친구의 집 창문을 올려다보고 친구 집 맞은편 오락실과 종합학원에서 아이들이 오르내리는 모습도 보면서 혹시나 아는 얼굴이 있나 자세히 살폈다. 손수레에 과일을 잔뜩 실은 아저씨가 호객행위를 하면 모르는 아주머니 뒤를 따라가 손수레 속 과일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지폐는커녕 동전도 없는 나는 아주머니가 돌아서는 방향으로 돌아서 다시 걷었다. 이렇게나 걸었는데도 해가 지지 않으면 그래서 아직 엄마가 집에 오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면 산을 깎아 만든 동네까지도 올라갔다. 그 너머엔 나는 다닌 적이 없고 언니들은 다닌 적이 있는 초등학교가 나오는데 거기까지 가면 놀이터와 학교 운동장이 있었다. 거기서 가끔 언니들을 마주치면 귀찮다 밀어내도 붙어 떨어지지 않고 놀아 달라고 매달렸다. 그네도 밀어달라 하고 시소도 같이 타자고 졸랐다. 언니들이 없는 날은 모르는 아이들 옆을 괜히 서성이거나 모래사장에 앉아 모래 장난을 치며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것도 재미없어지면 학교 앞 문방구에 가 주인아주머니 눈치를 보며 사지도 않을 물건들을 구경했다. 걷는 것도 지쳐 그렇게 집 앞까지 왔는데 해도 지지 않고 집에 불도 꺼져 있으면 골목 어느 집 계단이나 문턱 같은 곳에 걸터앉아 언제 올지 모르는, 어쩌면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엄마를 내내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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