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덕적 인간

by zena

그는 무얼 하고 있었나. 앞이 흐려질 만큼 눈도 깜빡이지 않고 흔들리는 지하철에 몸을 맡긴 채 무언가에 골몰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었는지, 그는 지금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다. 어쨌든 그가 그렇게 빠져있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지하철을 내리고 올라탔다. 늦었다면 늦은 밤 열시. 비어 있는 자리도 거의 다 차고 몇몇은 문에 기대거나 손잡이에 몸을 맡긴 채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 있다. 사람들이 사라지고 나타나는 순간에도 그는 자세를 바꾸지 않고 내내 생각 같은 걸 하고 있었다. 지하철 알림판에 어느 역 이름이 뜬다. 멈춰있던 그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좌우를 살핀다. 정작 봐야 할 알림판엔 시선을 두지 않고 마치 사람들 사이사이만을 선별하여 비집어 보듯 한다. 누구를 찾는 게 아니라면 저토록 애가 탈 수 없는 표정이다. 한 손으로 입가를 문지른다. 구토가 이는 사람처럼 한동안 입을 막는다. 찾고 싶은 사람을 찾지 못한 듯하다. 지하철이 선로에 선다. 올려놓은 가방을 꺼내 들고 문이 열리자마자 제일 먼저 내려 빠르게 계단을 올라 사라진다.


그는 침을 뱉고 싶었다고 한다. 입에 침이 고여 있었던 건 아니고 누군가를 향해서인 것도 아닌, 그저 그 순간 당장 침을 뱉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고. 그땐 침을 뱉고 싶었지만 어떨 땐 다른 충동도 인다고 했다. 소리를 쏟아내고 싶고 어디라도 달리거나 길바닥에 몸을 쭉 뻗고 누우면 무언가 괜찮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한다. 위협이나 분노가 아니었다. 돌발적인 행동으로 시선을 끌고 싶었던 건 더더욱 아니라고 했다. 거부할 수 없는 '명령'에 가까운 것이라 말끝을 흐리며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나는 끈기 있게 그를 기다렸다. 그가 오른손으로 허공에 건반을 두드리듯 몇 번 까딱거리더니 지친 사람처럼 입을 열었다. '도덕성이 훼손되었어.' 그러나 이내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의 어떤 충동도 실현되지 않았기에 그의 도덕성 또한 원래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훼손된 것은 도덕성이 아니라 너의 영혼이며 이 세계가 너에게는 너무 큰 위협이라고 나는 말해주지 않았다. 다만 그의 어깨를 가볍게 한 번 쓸고서 한 걸음, 어쩌면 두세 걸음 몸을 떨어뜨렸다. 가능하면 조금 더 멀리 떨어지기 위해 몸을 조금씩 움직였다.









이미지 출처ㅡhttps://cafe.naver.com/magrittekorea/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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