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거짓말

젠체스토리 한 컷 툰

by 아찌김
전체 스토리 한 컷/ 일러스트





연말이 가까워지니 어김없이 여기저기서 술자리가 많아집니다.

저도 술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라서, 달력 한쪽을 술자리 전용으로 떼어놓은 듯 요리조리 일정을 조율해 다니고 있지요.


모임마다 분위기가 다르지만, 몇몇 자리에서는 “이 정도면 선수 아닌가?” 싶을 만큼 잘 마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날은 늘 똑같습니다.

다음날 아침, 이불속에서 뒤척이며 “앞으로 당분간 술은 절대… 정말 절대 안 마신다”라고 굳은 다짐을 합니다. 물론 그 ‘당분간’이란 기간은 기껏해야 며칠이 입니다만...


돌이켜보면, 젊을 땐 어떻게 그 많은 술을 마시고도 새벽에 들어가서 아침에 또 출근을 했을까 싶습니다. 그때의 저는 마치 술이 피로를 풀어주는 비타민제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침에 눈 뜨는 것부터 전쟁이고, 점심에 해장국 한 그릇으로 겨우 정신을 붙잡아 오는 신세입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게, 이렇게 힘든 기억은 왜 삼일정도면 사라질까요.

“오늘은 정말 저녁만 먹고 온다” 하고 나간 술자리에서, 어느새 테이블 한편엔 텅 빈 소주병들이 탑처럼 쌓여 있고, 다음날이면 또 어김없이 후회가 밀려옵니다.


생각해 보면 술이 좋아서 마시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술잔을 사이에 두고 평소엔 하지 않을 사는 이야기, 고민, 시시콜콜한 얘기들이 자연스레 오가는 그 분위기 때문이겠지요. 사람들 웅성거림으로 가득한 술집에서 한두 잔 기울이며 하루를 털어놓는 시간. 그것 역시 단조로운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이벤트 아니겠습니까.


술꾼들은 날씨가 좋아도 마시고, 안 좋아도 마시고…

바람만 살짝 불어도 “한 잔 해야 하는 날씨네” 하고 더위를 핑계 삼고, 비를 핑계 삼고, 기분을 핑계 삼습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모든 것이 술 마실 핑계가 되는 게 인생이지요.


이런저런 핑계가 넘쳐나는 연말입니다.

하지만 부디, 다음날 몸과 마음이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만, 기분 좋게 마시길 바랍니다.

술도 좋지만, 내일의 나에게 너무 미안하게 만들지는 말아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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