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체스토리 한 컷 툰
눈이 소복이 쌓인 길을 걷다 문득 걸음을 멈췄습니다.
빌딩과 빌딩 사이, 생각보다 낮은 각도로 스며든 햇볕이 눈 위에 부딪히며 눈부시게 반짝였기 때문입니다. 잠깐 고개를 들었을 뿐인데, 겨울이라서인지 그 빛은 유난히 밝고 또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손끝은 시렸지만 마음만큼은 잠시 풀어지는 순간이었지요.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인생에도 저렇게 찬란했던 순간들이 있었을까.’
질문 하나가 머릿속에 자리를 잡자, 기억들은 자연스럽게 과거를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였나, 아니었나.'
있었던 것 같기도, 없었던 것 같기도 한순간들.
답을 찾으려 애쓰다 보니 어느새 약속 장소인 카페 앞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하고도, 생각은 여전히 그 ‘찬란함’이라는 단어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결국 마음속에서 조용히 결론을 내렸습니다.
‘뭐… 딱히 없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려는 찰나, 시선이 자연스럽게 카페 안으로 옮겨갔습니다.
마주 앉아 커피를 나누는 연인들, 작은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주문대 앞으로 가는 엄마,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즐거운지 연신 웃음이 터져 나오는 친구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풍경들이었지만, 그 모습 하나하나가 묘하게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그제야 알 것 같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던 순간, 결혼을 결심했던 날, 아이가 태어나던 때... 찬란했던 순간들이 참 많았다는 걸요.
치열한 성공과 성취의 끝에 찾아오는 순간들만이 아니라, 특별할 것 없이 지나간 평범한 날들 속에서도 우리는 이미 수없이 빛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노을 속 햇볕처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카페 문이 열리고 오늘의 약속 친구가 들어왔습니다.
나는 자연스럽게 손을 흔들며 그를 맞이했습니다.
오늘 이 만남이,
나에게도 그리고 그에게도
언젠가 돌아보면 문득 떠오르는
찬란한 순간 중 하나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