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손맛.

젠체스토리 한 컷 툰

by 아찌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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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손이 있습니다.


나무로 만든 것도 있고, 쇠로 만들어 조금은 날카로운 것도 있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직접 긁어 주는 그 손맛만큼 시원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몰랑몰랑한 온도의 사람 손이 쑥 들어와, 손이 닿을 듯 말 듯 애매한 그 위치를 조금씩 더듬어 가며

이곳저곳을 맞춰 긁어 주는 그 느낌.


아, 이건 도구가 흉내 낼 수 없는 감각입니다.


‘긁어 주는 맛’이 있다면 이런 걸 말하는 걸까요.

아니면 단순히 손맛이 아니라, 온기가 느껴지는 사람의 맛이 좋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 아니고, 좀 더 왼쪽…”

“아니, 아니. 이번엔 조금 아래.”

“여기… 여기 맞아?”

“그렇지. 거기야. 아, 좋아.”


그러다 보면 꼭 이런 말이 따라옵니다.


“아유, 그냥 효자손으로 하지. 참나.”

“그래도… 사람 손만큼 시원한 게 없다니까.”


이런 대화 속에는 묘한 확인 절차가 숨어 있는 건 아닐까요.

‘당신은 내 등을 긁어 주는 사람’, ‘그래서 당신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확인 말입니다.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굳이 당신이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건 귀찮음을 넘어서, 작은 애정의 표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릴 적, 등이 가려우면 어머니가 꼭 가렵지도 않은 곳까지 넉넉하게 긁어 주시곤 했습니다.

그러고는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셨지요. 그 손맛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건 단순히 가려움이 사라지는 느낌이 아니라,

‘나는 사랑받는 존재구나’ 하고 마음으로 확인하던 순간이였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누군가 나에게 “등 좀 긁어줘.”라고 말한다면, 대충이 아니라, 조금 더 정성스럽게,

내 진심이 손끝까지 전해지도록 긁어줘야겠다고요.


“등 좀… 긁어줘.”

“네네. 자— 갑니다요.”


그 짧은 순간에도, 사람 맛의 온기가 남겨지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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