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체스토리 한 컷 툰
겨울만 되면, 이유를 정확히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은 공허함과 쓸쓸함이 찾아옵니다.
어찌어찌 한 해를 버텨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돌아보면 아쉬웠던 일들이 먼저 떠오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걷다 문득 마주치는 어느 건물 앞 설치 된 크리스마스트리, 어디 매장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캐럴 소리에 마음이 조금은 설렙니다.
나이가 들 만큼 들었는데도, 아직 크리스마스라는 단어에는 묘한 기대감이 남아 있는 걸 보면 말이죠.
12월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25일을 바라보고 있으면, 괜히 뭔가를 준비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고, 동시에 설명하기 어려운 그리움 같은 감정도 함께 올라옵니다.
아마도 그동안 살아오며 수없이 지나쳐온 크리스마스의 기억들 때문이겠지요.
올해는 작년까지 설치했던 오래된 트리를 정리하고, 다양한 기능의 가성비 좋은 자그마한 크리스마스트리 하나를 새로 들였습니다.
요즘은 일부러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 트리에 달린 작은 전구에 불을 켭니다.
나 스스로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곧 일어날 가족들도 보고 하루를 시작하며 잠시나마 설레는 마음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 입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왔을 때 트리에 불이 꺼져 있으면, 은은하게 불이 들어오는 모드로 다시 전원을 켭니다.
크게 화려하지 않아도, 그 작은 빛이 집 안 공기를 조금은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곧 크리스마스입니다.
점점 무감각해지는 마음이지만, 이렇게라도 작게 반짝이는 트리 하나쯤은 있어야 그 마음이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유난히 힘들었던 한 해였습니다.
내란이라는 희대의 사건은 아직 정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말은 들리지만 생활 속에서는 크게 체감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괜히 남들과 나를 비교하게 되고, 설명하기 어려운 상대적 박탈감도 더 커진 것 같고요.
지나온 올해를 돌아보면 불안한 순간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잘 버텨온 나 자신을 조금은 인정해주고 싶네요.
이번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아내와 집 근처의 조용한 술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약속했습니다.
무언가 분주히 준비해야 하는 크리스마스가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볼 수 있는, 그런 차분한 크리스마스였으면 합니다.
조금은 이런 마음이지만,
Merry Christmas.
그리고,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