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 보이면서도 관성을 깨트리면서 특별함을 만들어 낸 영화
고교 시절 잘 나가는 풋볼 유망주였던 지미 로건(채닝 테이텀 분)은 부상으로 다리를 절게 되면서 차를 몰아 머나먼 샬럿 카레이싱 경기장에서 막노동하는 신세다. 귀여운 딸 새디 로건은 팍팍한 삶의 유일한 활력이지만 이혼한 전처의 새 가족들 눈치를 봐야 한다. 바텐더로 살아가는 동생 클라이드(아담 드라이버 분)는 형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이라크에 파병되었다가 팔 한쪽을 잃었고, 여동생 멜리 로건(라일리 코프 분)은 손님 없는 미용실에서 생계를 이어나간다.
되는 일 하나 없는 가족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로건 패밀리'를 먹여 살려야 하는 지미는 다리를 전다는 이유로 경기장에서 해고되자 그의 믿음직한(?) 가족들, 그리고 금고털이의 달인 조 뱅(다니엘 크레이그 분)을 끌어들여 거대한 한 탕 털이를 준비한다. '적당할 때 그만둔다'는 이상한 신념이 노리는 곳은 다름 아닌 얼마 전까지 일했던 레이싱 경기장, 그것도 전미에서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인 코카콜라 레이싱 대회다.
< 오션스 > 시리즈로 그 누구보다도 세련되게 가진 자들의 돈을 털었던 스티븐 소더버그의 < 로건 럭키 >는 익숙하면서도 꽤 낯선 작품이다. 거대한 코카콜라 배 카레이싱의 현찰을 지하 갱도로 빼돌리는 기묘한 계획은 깔끔한 하이스트 무비(Heist Movie)의 전형을 보여주면서도, 그 주인공들은 어딘가 하나씩 나사가 빠져있다. 지미의 막무가내 계획으로 감옥까지 다녀온 클라이드가 계획에 동참하게 되는 계기는 형이 '아침 식사로 베이컨을 아주 알맞게 구워줬기 때문'이고, 마을 축제에서 한심한 놀이를 즐기는 조 뱅의 형제들은 계획 당일 날에 늘어져서 잠만 자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의 작전은 너무나도 무난하게 성공으로 이어진다. 약간의 사소한 위기 정도를 제외하면 '징크스의 로건 패밀리'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깔끔하게 최첨단 기술의 금고에서 지폐를 말 그대로 '빨아 당긴다'. 수상한 그들의 정체는 숱한 위기 속에서도 탄로 나지 않을뿐더러 내부의 갈등 속에서도 '일단 일부터 하자'는 허술한 신념을 어기지 않는다. 심지어 그렇게 힘들게(?) 턴 거액 이건만 지미 로건은 근처 편의점에 돈을 담은 트럭을 버려버린다. 지역 뉴스에서는 치밀하면서도 아둔한 이들을 두고 '오션스 세븐일레븐'이라는 코믹한 별명을 붙여둔다.
이러한 일련의 우연과 운명적 전개는 소더버그가 전면에 내세운 웨스트 버지니아, 그리고 그곳에 사는 레드넥(Redneck)들의 사고방식으로부터 기인한다. 미국 남부에 거주하며 주로 농업이나 막노동으로 열약한 생활을 이어나가고 고장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레드넥'들은 미국의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다. 개척 시대와 남북전쟁 시기 남부 연합의 전통이 남아있어 인종차별을 일삼고 과격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생활 방식을 유지하며, 도널드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지지층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연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삶의 방식을 향유하는 곳이고, 미국 대중음악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컨트리 음악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 로건 럭키 >의 독특함이 빛난다. 허술하고 우둔해 보이는 레드넥 주인공들의 지능적인 범죄극은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계기를 제공하고, 치밀한 계획보다는 행운으로 과정을 전개하는 대목은 코엔 형제의 스타일을 떠올리게 한다. 한 탕을 성공해낸 지미 로건이 가장 먼저 딸 새디의 장기자랑 무대로 달려가는 장면은 쿨하고 깔끔한 기존의 하이스트 무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가족주의적이고 따스한 장면이기도 하다.
이런 인간미는 로건 패밀리의 완전 범죄를 본의 아니게 돕기도 하는데, FBI 요원 사라(힐러리 스웽크 분)의 날카로운 추리가 사건의 핵심을 찌르지만 돈을 털린 주최 측이나 수감자들의 소동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음에도 무사태평 주의로 일관하는 교도소장이나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며 빠른 마무리만을 바라고 있다.
스티븐 소더버그는 정교하지만 느슨하고, 열정적이지만 인간미를 잃지 않으며 한 탕의 쾌감까지 잡아내면서 성공적인 은퇴 번복을 해냈다. 그 핵심에는 미국 남부 조지아 주 태생의 배경이 있고, 이를 반영하는 인간미 물씬 넘치는 시선이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아담 드라이버, 채닝 테이텀, 다니엘 크레이그, 세스 맥팔레인 등 호화로운 캐스팅 역시 소박한 묘사 속에 각자의 개성을 한데 모으는 방향으로 긍정적 시너지를 낸다. 허술한 캐릭터 뒤의 탄탄한 계획처럼, 평범해 보이면서도 관성을 깨트리면서 특별함을 만들어 낸 < 로건 럭키 >다.
* 물론 레드넥과 미 남부의 현실은 총기 사고와 인종 차별 이슈가 끊이질 않는 낙후된 지역인 데다 개선의 여지가 그리 보이지 않는 곳이라 영화의 낭만과 가족주의가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소더버그의 개인적 소망이 어느 정도 투영되기도 하는 부분. 어느 정도 엿볼 수도 있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