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디 플레이어 원 >이 선사하는 8090 팝의 명곡들
2045년의 짜릿한 가상현실 미래를 그린 영화 < 레디 플레이어 원 >은 198 ~ 90년대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겐 천국과 같다. < 백 투 더 퓨처 >, < 스타워즈 >, < 샤이닝 >과 같은 1980년대의 명화부터 건담, 아키라, 아이언 자이언트 등 추억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총출동하는 영화는 미래의 기술을 다루면서도 복고적 감성을 놓치지 않으며 '좋았던 그 시절'을 반추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화려한 캐릭터 크레딧만큼이나 중요한 요소가 있으니, 바로 영화 곳곳에서 추억과 아름다움을 한껏 돋구는 '1980 그 시절 팝 유행가'다.
2011년의 원작 소설에서도 폴리스(Police), 저니(Journey), 알이엠(REM),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데프 레퍼드(Def Leppard) 등 1980년대 히트 가수들의 노래를 언급하는 < 레디 플레이어 원 >은 영화 역시 명품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신나는 가상 세계 모험을 떠난다. 1980년대 추억 여행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 레디 플레이어 원 > 속 노래들을 소개한다.
헤비메탈 밴드 밴 헤일런(Van Halen)의 대표곡으로 '메탈도 팝을 할 수 있다!'를 선언한 80년대의 명곡이다. 마이클 잭슨 'Beat it'의 화려한 기타 솔로와 전대미문의 태핑 테크닉을 보여준 'Eruption'으로 기억되는 최고의 기타리스트 에드워드 밴 헤일런은 'Jump'에서 격렬한 일렉기타 대신 신디사이저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자 음악이 펑크 록을 만난 뉴 웨이브(New Wave)의 물결을 적극 도입한 이 곡으로 밴 헤일런은 빌보드 싱글 차트 넘버 원을 차지하며 최고 밴드의 지위를 누렸다, 이미 너무도 유명해진 신디사이저 도입부는 세월의 무게를 넘어 축구 구단 AC 밀란의 매 홈경기마다, 애니메이션 < 슈퍼배드 3 >에서, 그리고 < 레디 플레이어 원 >의 흥미진진한 도입부에서 울려 퍼진다.
영국 태생 롤랜드 오자발과 커트 스미스의 2인조 그룹 티어스 포 피어스(Tears For Fears)는 앞서 언급했던 뉴웨이브의 인기 스타다. 영화 속 가상현실 '오아시스'의 창조주 제임스 할러데이를 소개하는 장면에서 흐르는 'Everybody wants to rule the world'는 명실상부 그들의 베스트 트랙. 영국 밴드임에도 두 번째 정규 앨범 < Songs From The Big Chair >와 함께 빌보드 앨범 차트 / 싱글 차트 1위를 석권했다. 같은 앨범에 수록된 'Shout'가 먼저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후 연쇄로 이뤄낸 쾌거. 몽롱한 신디사이저 루프의 리듬감 속에 후반 상쾌한 기타 솔로를 심은 곡이다. 최근엔 영화 < 헝거 게임 : 캐칭 파이어 > 수록곡으로 뉴질랜드의 신예 아티스트 로드(Lorde)가 어두운 톤으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불후의 명곡 'I love rock & roll'의 주인공 조안 제트. 그러나 평생을 로큰롤 투쟁에 헌신한 그를 단 한 곡으로 기억하는 건 아쉬운 일이다. 10대 시절부터 여성 멤버들로 구성된 하드 록 밴드 런어웨이즈(Runaways)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조안 제트의 초창기 활약상은 다코타 패닝과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 변신으로 화제가 된 영화 < 런어웨이즈 >로 일찍이 개봉한 바 있다. 이후 솔로 앨범 발매 후 백업 밴드 더 블랙하츠(The Blackhearts)와의 활동으로 전성기를 열었고, 'I love rock & roll'을 비롯하여 'Creamson and clover', 'Little liar' 등의 히트곡을 남겼다. < 레디 플레이어 원 >에 등장하는 'I hate myself for loving you'는 1988년 발표하여 빌보드 싱글 차트 8위까지 오른 조안 제트의 후반기 히트곡이다.
주인공의 아바타 퍼시벌(웨이드 / 타이 셰리던 분)과 아르테미스(사만다 / 올리비아 쿡 분)가 가상 세계 클럽에 입장했을 때 흘러나오는 'Blue monday'. 건조한 전자음과 가라앉은 목소리, 멈추지 않는 비트에 맞춰 춤추는 아바타들의 모습이 장관이다. 1980년대를 상징하는 신스팝 / 뉴 웨이브 밴드 뉴 오더는 < Power, Corruption & Lies >, < Brotherhood >, < Substance >, < Technique > 등 숱한 명반을 발표하며 전자 음악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팀이다. 이 팀의 전신이었던 포스트 펑크 밴드 조이 디비전(Joy Division)도 기억해두자. 뉴 오더보다도 더욱 건조하고 우울했던 조이 디비전은 팀의 상징이었던 보컬 이안 커티스의 절대적인 아우라로 수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이안 커티스가 극심한 우울증과 마약 투약으로 자살하면서 밴드의 운명도 위태로워졌으나, 남겨진 멤버들은 기존의 스타일과 새로운 시도를 통해 80년대의 새 전설을 써 내려갔다.
'Blue monday'의 리듬 속에 퍼시벌이 새로운 무대를 꾸미고 배경음악이 바뀐다. '디스코 시대'를 상징하는 단 하나의 장면, 형형색색 한 체크보드 바닥이 공중에 펼쳐지며 퍼시벌과 아르테미스가 춤을 추는 이 부분은 1977년 개봉한 영화 < 토요일 밤의 열기 > 속 토니(존 트라볼타 분)의 환생이다. 24주 연속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한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Stayin' alive' 역시 시대를 대표하는 곡. 배리 깁, 모리스 깁, 로빈 깁 삼 형제 비지스는 본래 'How can you mend a broken heart', 'Holiday' 등 부드러운 팝 그룹이었지만 1970년대 디스코 유행을 선도하는 그룹으로 변신해 전설적인 사운드트랙을 선사했다. 팝 매거진 < 롤링 스톤 >이 선정한 '역대 최고의 곡 500'에서 189위에 오른 'Stayin' alive'를 필두로 'You should be dancing'과 'Night fever', 'How deep is your love' 등 명곡으로 가득한 < 토요일 밤의 열기 > 사운드트랙을 다시 즐겨보자.
뉴 웨이브 전성기인 1980년대를 논하는 데 블론디를 빼놓을 수 없다. 금발의 프런트우먼 데비 해리(Debbie Harry)와 함께 강렬한 인상으로 기억되는 블론디는 1982년 해체했지만 1970년대 말 정상의 위치에 오르며 향후 뉴 웨이브 열풍을 예고한 그룹이었다.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앨범 < Parallel Lines >에 수록된 'One way or another'는 뉴욕의 언더그라운드 펑크 씬에서 태어난 그들의 뿌리를 상징하는 곡. 당대의 최고 유행이던 디스코 리듬을 받아들인 'Heart of glass'의 대히트에 힘입어 빌보드 싱글 차트 24위까지 올랐다. 블론디의 음악은 여러 영화를 통해 우리들에게도 친숙한데, 지난해 개봉했던 첩보물 < 아토믹 블론드 >의 'Atomic'부터 시작해 2015년 영화 < 베테랑 >의 시작을 열었던 'Heart of glass', 그리고 2006년 영화 < 미녀는 괴로워 > 속 김아중이 열창하던 '마리아'의 원곡 'Maria'를 꼽을 수 있겠다.
미국 헤비메탈 밴드 트위스티드 시스터는 기성세대 교육과 훈육에 반항하는 십대들의 메시지를 담아 인기를 누렸다. 1972년 뉴저지에서 결성되어 긴 무명의 시간을 겪었던 이들은 1984년 < Stay Hungry >에 수록된 'We're not gonna take it'과 'I wanna rock'이 히트하면서 배고팠던 지난날을 청산했다. 우리나라에는 2004년 < 슈퍼스타 감사용 >에서와 프로 야구팀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가로 유명한 이 곡은 1980년대 팝 메탈 플레이리스트에 빠질 수 없는 명곡이다. < 레디 플레이어 원 >에선 마지막 하이라이트 씬을 장식하는데, 거대 기업 IOI의 횡포에 맞서 게임 세계를 지키고자 하는 유저들의 대규모 전투에 흥을 더한다.
영화가 끝난 후 크레딧과 함께 올라오는 곡이다. '당신이 내 꿈을 이뤄준다'는 노랫말과 흥겨운 베이스 리듬이 환상적인 가상 세계의 여운을 더욱 오래 가져가게 한다. 팝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듀오 중 한 팀인 홀 앤 오츠의 히트곡 중 하나인 'You make my dreams'는 1980년대 발표한 앨범 < Voices >에 수록되었고 빌보드 싱글 차트 5위까지 올랐다. 백인 듀오임에도 흑인 음악인 소울을 맛깔나게 소화하며 블루 아이드 소울(Blue Eyed Soul)의 대표 뮤지션으로 기억되는 홀 앤 오츠는 이듬해 < Private Eyes >가 대히트하며 명실상부 1980년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Private eyes'와 'I can't go for that', 'Maneater' 등 셀 수 없는 히트곡을 보유한 이들은 국내에서도 'Out of touch'로 추억 속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 추가로 들어볼 곡들
오아시스의 창립자 제임스 할러데이의 '최애 곡'으로 언급된다. 영국 팝 듀오 버글스가 1978년 발표한 곡으로 MBC 예능 프로그램 < 라디오스타 > 오프닝 시그널로 익숙하다. 1980년대 뮤직비디오 시대를 통해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끈 방송국 MTV가 맨 처음 방영한 뮤직비디오 곡이기도 하다. '1980년대를 발명했다'는 극찬을 받는 버글스의 트레버 혼은 버글스 이후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예스(Yes), 테크노 팝 밴드 아트 오브 노이즈(Art Of noise)에 몸담으면서 명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렸다. 대영제국 3등급 훈장을 수여받는 영예도 누렸다.
1980년대의 또 다른 아이콘 듀란 듀란의 이름도 자주 언급된다. 아르테미스와의 만남을 앞둔 퍼시벌이 무슨 옷을 입을까 고민하는 장면에서 듀란 듀란의 전성기 시절 이상을 입어보는 장면까지 나올 정도. 멤버들의 훈훈한 외모와 감각적인 음악으로 'MTV 시대의 총아'였던 듀란 듀란의 대표곡을 꼽기란 어려운 곡이나, 1982년 발표되어 그들을 상징하는 앨범이 된 < Rio >의 히트곡 'Hungry like a wolf'를 추천한다. 야성적인 기타 리프가 빛나는 이 곡이 빌보드 싱글 차트 3위에 오르며 듀란 듀란은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고 국제적 스타의 지위를 향해 한 걸음 더 내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