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독일, 멕시코가 자랑하는 대중음악 스타들은?
4년을 기다려 바로 오늘, 한국 시각으로 6월 14일 개막하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지구촌의 이목이 쏠린다. 한국 시각으로 11시 30분 개막식을 거쳐 15일 자정 개최국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를 시작으로, 32개국은 정상에 오르기 위한 33일간의 여정에 돌입한다. F조에 속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팀은 독일, 멕시코, 스웨덴과 함께 편성되어 조별리그 통과가 쉽지 않지만, 어떤 일도 가능한 승부의 세계이기에 속단하기는 이르다. '붉은 악마'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축구 실력으로만 보면 '전차 군단' 독일이 F조의 최강이고, 한국은 멕시코와 스웨덴 전에서 어떻게든 좋은 성과를 거둬야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그러나 축구가 아닌 대중음악으로는 어떨까? 적을 알아야 나를 알고 또한 승리할 수 있는 법. 축구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조별리그에서 우리가 상대할 나라들의 음악을 들으며 서로를 좀 더 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월드컵은 '세계인의 축제'지 않은가.
신태용 감독이 '트릭'까지 언급하며 사활을 걸고 있는 상대. 러시아 월드컵에선 한국과 함께 조별 탈락 위기지만 대중음악으로 겨룬다면 F조 부동의 1위다. 독일, 멕시코 등 아예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 그 전설의 비틀즈에 이어 전 세계 3억 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린, 역사상 최고의 팝 밴드 아바(ABBA)만으로도 게임 끝이다. 현역 선수 맥스 마틴(Max Martin)' 역시 살아있는 전설로, 그가 만든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곡만 22개에 톱텐 히트곡만 69개를 기록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부터 케이티 페리, 테일러 스위프트,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최고의 팝스타들에겐 언제나 맥스 마틴의 곡이 있었다.
메인 투톱만으로도 메시와 호날두 격인데 서브 멤버들까지 든든하다. 우선 아바의 아그네사와 프리다를 잇는 로빈(Robin), 리케 리(Lykke Li), 토브 로(Tove Lo), 자라 라슨(Zara Larsson) 등 독특한 개성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뒤를 받친다. 여기에 스웨덴은 EDM의 강국으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아비치(Avicii)부터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Swedish House Mafia)의 3대장(악스웰, 인그로소, 스티브 안젤로)과 알레쏘(Alesso) 등 스타 DJ들의 고향이다. 앗 마지막으로, 최후방 골키퍼로는 헤비메탈 속주계의 전설 잉베이 맘스틴(Yngwie Malmsteen)을 빼놓을 수 없다.
방탄소년단이 'Airplane pt.2'에서 언급한 '마리아치(Mariachi)'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전통 음악 양식이다. 챙 넓은 모자 솜브레로(Sombrero)를 쓴 네 명 이상의 연주자들이 기타, 트럼펫, 바이올린 등을 연주하며 자유로이 방랑하는 이 음악은 영화 < 엘 마리아치 > 시리즈와 올해 초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 코코 >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18세기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진 마리아치는 2011년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며 그 고유함을 인정받았다.
라틴 팝에서도 멕시코는 루이스 미겔(Luis Miguel), 후안 가브리엘(Juan Gabriel)의 고향이지만 현대 대중음악에서는 약세다. 라틴 록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최고의 기타리스트 중 하나로 군림하는 카를로스 산타나(Carlos Santana) 정도가 떠오른다. 최근에는 'Havana'의 주인공 카밀라 카베요가 있다. 쿠바에서 태어났지만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 시티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전차 군단'이라는 별칭답게 굳센 이미지의 독일은 1970년대 팝 음악의 가장 혁신적인 사운드를 연구하는 곳이었다. 제2차 대전으로 전 국토가 황폐화된 데다 동독, 서독으로 분단까지 당했던 독일이지만 1950년대 '라인강의 기적'을 통해 세계 3대 공업 국가로 거듭난 서독은 그 영향으로 전자음악의 시작과 배양을 맡게 되었다. 크라우트 록(Kraut Rock)이라 불리는 이 장르 아래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 노이(Neu!)와 같은 아티스트들은 전자음을 대중음악의 핵심 기틀로 확립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세운 이들이다. 전설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가 전위적인 명반 < Low >와 < Heroes >, < Lodger >를 녹음한 곳도 '육지의 섬' 서베를린이었다.
선구자적 역사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대중음악의 변방이다. 그러나 몇몇 재미있는 지점이 있다. 영화 < 써니 >하면 떠오르는 'Sunny'와 'Rivers of Babylon' 등 다수의 히트곡을 보유한 그룹 보니 엠(Bonny M)과 '칭기즈칸' 노래의 주인공 칭기즈칸(Dschinghis Khan)의 고향이 독일이다. 보니 엠의 프로듀서 프랭크 파리안(Frank Farian)은 이후 밀리 바닐리(Milli Vanilli)로 그래미 신인상을 수상하며 대히트를 기록하나 립싱크 가수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팝 계에 큰 파문을 불러왔다.
이외에 영국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며 1983년 히트곡으로 남은 반(反) 핵 송가 '99 Luftballons'의 주인공 네나(Nena)도 서독 태생 가수다. 현대에는 대중음악 계열은 아니지만, 영화 음악의 현재 진행형 전설을 이어가는 한스 짐머(Hans Zimmer)가 독일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