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P에 부는 희망의 바람
‘봄의 나라 이야기’는 여러 모로 러블리즈의 ‘Destiny’와 닮았다. 짝사랑에 아파하는 아련한 소녀 감성 주제와 스트링 세션의 첨가, 지구와 달 / 동화 속 이야기, 강한 비트 바탕의 칼 같은 퍼포먼스. 그러나 ‘Destiny’에는 없는 게 ‘봄의 나라 이야기’엔 있고 그 때문에 전자는 아쉬움 후자는 반등의 계기가 되었다.
‘Destiny’는 지구-달-태양의 천체 운동을 기가 막힌 비유로 풀어냈지만 브릿지-후렴으로 가는 길이 길다. 후렴으로부터 출발하는 전개는 이미 답을 내놓고 이후 해석으로 풀어나가겠다는 그 이후 1절과 2절의 전개를 평이하게 만들어버린다. 정제된 신디사이저와 여린 기타 리프만으로 훅까지 그 애절한 감성을 이어가기가 결코 쉽지 않다. 이 노래가 한 편의 시, 혹은 글이었다면 높은 흡인력을 갖췄을지 몰라도 3분 클립, 뮤직비디오기에 공감은 더욱 어려워진다. 윤상의 걸 그룹 페르소나 그 이상 그 이하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봄의 나라 이야기’가 앞서가는 것은 후렴 이후의 브릿지 스트링 파트로부터 출발하는 데 있다. 역시나 곡의 핵심이 되는 선율이지만 향후 이야기 전개를 미리 누설하진 않는다. 바로 직후 하이햇과 피아노 반주의 간략한 A 형식이 나오고 비트가 깔리는 B형식으로 이어지는데, 이 B형식은 모든 세션의 폭발로 감정선을 극대화하는 핵심 비유의 후렴구에 모든 관심을 집중시킨다. 좋은 멜로디를 갖췄다는 건 공통적이나 그를 운용하는 방식의 차이고 이게 결정적으로 흡인력과 직결된다.
여자친구에게도 (’바람에 날려’), 우주소녀에게도 (’비밀이야’) 우아한 아련을 선사한 e.one은 위기의 DSP에게도 반등의 기회를 만들어줬다. 유아틱 콘셉트에서 평균 연령도를 높인 선택은 ‘최소한의 감정선’을 잡을 수 있는 성숙을 제공했고, 덕분에 최연소 걸 그룹에서 나 홀로 고군분투하던 진솔 옆에 예나, 나은, 레이첼이 비로소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카라 프로젝트서부터 될성부른 떡잎의 면모를 보였던 채원의 성장이 반가움. 뭔가 더 보여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포텐 터지나.
DSP는 2016년 막바지 혼성 그룹 카드(KARD)로 반전을 노렸고 에이프릴에겐 새해 이어지는 걸 그룹 컴백 러시 속에 성공적인 싱글을 안겨줬다. 카라와 레인보우 시절과 이별을 고하고 (원했든 원치 않았든) 불안한 바탕 위에서 새 출발을 해야 하는 이들이 다시금 존재감을 찾을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