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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Jul 17. 2018

'숀도 안 대고 닐로 먹었다'

'Way back home'으로 음원 차트 1위에 오른 숀


또 다른 '수상한 1위'다. 인디 밴드 칵스(The Koxx) 출신 DJ 숀(Shawn)의 신곡 'Way back home'은 이틀 전부터 음원 사이트에서 상승세를 보이더니 7월 17일 기어이 음원사이트 멜론의 실시간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92위로 진입 후 정상까지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0일이었다. 이미 지난 4월 가수 닐로의 '지나오다'가 비상식적인 추세로 각종 음원사이트에서 선전하는 것을 목격한 대중은 '숀도 안 대고 닐로 먹었다'는 말이 돌 정도로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Way back home'이 제쳐놓은 숱한 경쟁작들은 이 곡의 성과를 더 대단(?)하게 만든다. 'Dance the night away'로 컴백한 트와이스와 '1도 없어'의 에이핑크, 어제 컴백한 마마무와 꾸준히 상위권에서 인기를 누리는 블랙핑크의 '뚜두뚜두' 등 걸 그룹 대전에다 차트 강호 볼빨간사춘기와 멜로망스도 있다. 'Way back home'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든든한 팬덤과 폭넓은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들 아티스트들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는 곡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에 숀의 솔로 활동을 담당하는 소속사 DCTOM 엔터테인먼트는 '바이럴 마케팅은 진행하였으나 사재기는 절대 아니다'라며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2018.04.13 일간스포츠 숀 소속사 "바이럴 마케팅은 진행, 사재기는 NO" [공식입장]"). 


그러나 모든 지표가 이 곡의 선전이 정상적인 경로로 진행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닐로의 '지나오다'는 그래도 꾸준히 차트에 이름을 올리기라도 하였으나 'Way back home'은 갑자기 차트에 등장에 순식간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폐막식 무대와 국내 유수의 EDM 페스티벌에서 활약한 숀이지만 그의 개별 완성 곡을 찾고 듣는 이들은 소수였다. 유명 아티스트들의 '스밍 인증'과 '식당과 방송 등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었다'는 것만으로 음원 차트가 격변할 수 있다는 발상은 희망사항에 가깝다. 


최근 이런 숀을 가장 적극적으로 홍보한 곳이 지난 '닐로 사태'때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페이스북 음악 추천 페이지들이다. '너만 들려주는 음악', '착한 플레이리스트' 등의 회사들은 지난 닐로의 경우와 유사한 여러 경로로 숀을 홍보하며 '아름다운 역주행', 'EDM은 역시 숀' 등 다양한 문구와 페이스북 광고를 적극 활용해 노출도를 높이고 대중에게 아티스트 이름을 알렸다. 숀 본인이 인정한 '바이럴 마케팅'이 바로 이런 페이지들을 통한 홍보 방식인데, 시기가 참으로 공교롭다. 


이들 페이지들은 최근 연속적으로 공식 입장을 발표하면서 '좋은 음악을 소개했을 뿐 음악을 찾아 듣는 것은 리스너의 몫'이라며 '리스너를 폄하하지 말라'는 억울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미 지난 '닐로 사태'를 통해 일반인들의 음악을 가장하던 여러 콘텐츠들이 바이럴 마케팅의 일환임을 알게 된 대중에게 이런 해명은 고압적으로만 들린다. 그리고 냉정히 말해 '관리자가 생각하는 재밌고 좋은 음악들을 추천'한다는 것이 기획의 일부로 밝혀진 이상 그들도 이런 차트 혼란에 분명 책임이 있다. 


더 질타받아야 할 곳은 '비정상적 움직임 없었다'로 일관하는 음원 사이트들이다. 실시간 차트와 5분 차트 등 음원 순위를 경마장으로 만들어 팬덤 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수익만 챙겨갔던 이들이 정작 수상한 움직임에는 '시스템은 이상 없다'라며 침묵하고 있다. 바이럴 마케팅과 스트리밍 횟수의 연결고리, 상승 과정에서의 외부 개입 등 투명하게 공개할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몇몇 SNS 홍보 채널로 좌지우지될 음원 차트에 어떤 대표성을 부여할 수 있단 말인가.


'닐로 사태' 이후 새벽 차트를 폐지하는 등 겉으로 보이는 노력은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할 생각이 없는 음원 사이트들의 행태다. 사실 이들 입장에선 투명해봐야 좋을 게 없다. 어떤 아티스트가 1위 자리에 오르든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수익은 보장되지만, 이 과정을 공개하면 그동안 쌓아놓은 신뢰를 한 순간에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공식화된 음악 차트 없이 사기업이 한 나라의 인기 음악을 대표하는 씁쓸한 현실이다.


숀의 'Way back home' 차트 1위 등극은 닐로의 '지나오다' 이후 또다시 한국 음악 시장의 어두운 현실을 폭로한다. 어떤 곡이든 인기곡이 될 수 있으나 그 방법은 곡 자체의 매력이 아닌 마케팅과 시장 전략을 공략한 것이니 엄연한 반칙이다. 경쟁을 부추겨 소비를 자극하는 시스템은 정작 공정해야 할 지점에서 손을 놓고 팬덤을 기만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역시 음악에 대한 관심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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