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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Sep 05. 2018

비평 없는 찬사 일색, 진부한 ‘IDOL’을 포장하다

<LOVE YOURSELF 結 'Answer'> 타이틀 ‘IDOL’ 리뷰


'IDOL'은 국제 시장에 케이팝을 각인하는 가장 전형적인 결과물이다. 균형 잡힌 시각을 상실한 '전문가'들은 참신한 시도와 자랑스러운 업적이라며 곡을 포장하지만, 실상은 글로벌 팝 스타가 된 방탄소년단이 그 정점에서 택할 수 있는 제일 안정적이고 진부한 작법이다. '우리의 소리'와 원색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문화 산업 역군'이라는 칭호로 미진한 완성도를 가리는 것도 노골적이다.

라틴 팝과 아프리카 리듬, 신선한 시도로 평가받는 곡의 리듬은 사실 '무국적'을 지향하는 케이팝이 발빠르게 팝 히트 공식을 이식하는 광경이다. 2018년 팝의 히트 공식 라틴 힙합, 레게톤의 활기를 그대로 따왔기 때문이다. 'Despacito'의 대유행 이후 제이 발빈(J Balvin), 니키 잼(Nicky Jam) 등이 이끌어가는 라틴 힙합은 국제 시장에서 독특한 느낌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글로벌 팬들을 의식한 '파티 뮤직'을 잘 가져왔다뿐이지 음악적으로 새로운 뭔가는 아니다.

일찍이 방탄소년단은 '피 땀 눈물'을 통해 동시대 팝의 유행 뭄바톤 위에 의도적 발음 왜곡('원해 많이 많이')을 통해 글로벌 유행에 민감함을 보였다. 실제로 이 곡으로부터 해외 반응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나른했던 'DNA'나 감성적인 '봄날'이 오히려 예외적으로 신선했는데 이번 곡은 전형적인 팝의 작법이다. 니키 미나즈의 피쳐링은 일말의 이질감을 줄여 놓는 장치다.



묘하게 익숙한 '뽕' 신스 리프 위에서 멤버들은 '덩기덕 쿵더러러', '지화자 좋다'를 연거푸 외친다. 김연자의 'Amor fati'가 문득문득 스쳐 가는 어설픈 신스 위에 알아듣기 힘들게 왜곡된 발음, 여기에 아무런 맥락이나 연관 없는 국악 추임새가 얹히며 괴상한 카오스가 완성된다. BTS가 이 곡에 국악 추임새를 넣은 이유는 단 한가지, 나라를 대표할 정도의 거대한 위치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시도에조차 '국위 선양'이라는 위대한 칭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유독 세계로부터의 인정에 목마르다. 누군가 글로벌 스타가 되면 한복을 입고, 김치를 먹고, 우리의 것을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는 사명을 은근히 마음속에 품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흥미로운 시도, 한국 추임새라는 걸 알게 되는 정도에 그치지만 국내선 '자랑스러운 우리의 소리'로 찬사가 쏟아진다. 이토록 '우리의 소리'를 강요하는 것은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BTS 정도 위치면 이런 낡은 프레임에 초연할 법도 했는데 무언의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다.

'IDOL'은 한국과 케이팝의 오랜 팬들에게는 익숙하지만 해외 시장엔 굉장히 낯선 모습으로 비친다. 드레이크, 포스트 말론, 트래비스 스캇의 나른한 트랩이 지배하는 영미권 차트에서 방탄소년단의 파워풀하고 잘 정돈된 비주얼을 갖춘 곡은 대번에 이목을 사로잡는다. 화려한 곡 이상의 이미지 폭격을 가하는 뮤직비디오는 '충격'을 극대화한다. 격렬하고 체계적이며, 거칠고 '자유로'우나 그 모체는 숱하게 갈고 닦인 케이팝 산업의 노하우다. 복잡한 결과물임에도 인기의 이유는 설명이 된다. 이것은 영국, 미국엔 없는 팝이다. 무국적의 브랜딩이다.



그러나 음악적 완성도로는 졸작이다. 'DNA'의 자연스러운 상승 곡선과 'Fake love'의 서사적 구성은 온데 없고 부담으로 가득한 월드 투어 셋리스트 정가운데의 파티 튠을 내놓았다.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는 떼놓은 당상, 월드 투어는 매진, 그 자신감과 인기가 곡 전체와 뮤직비디오, 멤버들에게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작용한다. 앨범 단위 감상으로는 어느 정도의 납득은 가나 곡 자체가 수작이라 할 순 없다. 싱글 차트 11위, 앨범 차트 1위 성적과 완성도가 비례하진 않는다.

BTS는 국제 시장에서 케이팝이 어필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들만을 극대화하여 소셜 미디어의 시대적 행운과 함께 월드와이드 스타가 됐다.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앨범 스토리텔링과 괜찮은 곡들을 발표하며 그 인기를 누릴 자격도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그들은 하필 그 정점의 순간을 가장 엉성하고 혼란스러운, 부담으로 가득한 곡으로 장식하고 말았다. 'IDOL'은 굳이 BTS가 아니라도 낼 수 있는 싱글이다. 비평 없는 찬사 일색의 풍토가 기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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