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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Sep 14. 2018

아시안 여성 아티스트들의 약진

명반을 쏟아내며 '아시아 열풍'에 동참하다. 

2018년 8월은 '아시아의 재발견'으로 정리된다.  아시아 감독과 아시아계 배우들로만 캐스팅을 진행해 화제가 된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Crazy Rich Asians)>가 개봉 5일 만에 3400만 달러(381억 원) 수익을 올리는 등 흥행에 성공하며 미국 극장가 제일의 화제작이 됐다. 


재미교포 작가 제니 한(Jenny Han)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넷플릭스 인기 영화 <내가 사랑한 모든 남자들에게(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의 주인공 '라라 진' 역시 아시아계다. 이에 트위터에서는 '#AsianAugust'라는 해쉬태그가 등장하는 등, 서구 세계는 아시아 인종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관념과 차별의 시선을 뒤집고 새로운 시각을 정립하는 중이다. 


사실 음악 팬이라면 최근의 '아시아 열풍'이 그리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이미 지난해부터 해외 평단의 주목을 받은, 신선한 흐름과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한 아시아계 여성 아티스트들의 활동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올해는 넘버 원 앨범으로 아시아계 아티스트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선 굵은 행보로 음악계 아시아 열풍을 주도하는 여성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대표작을 살펴본다.  


카렌 오 (Yeah Yeah Yeahs) < Fever To Tell >

카렌 오는 아시아계 여성 아티스트들의 밀레니엄 아이돌이다. 한 편의 전위 예술과 같은 과격한 퍼포먼스로 열정을 불태우던 그의 모습은 대중음악계 전례 없던 충격이었으며 향후 서술할 아티스트들의 롤 모델이 됐다. 한국인 어머니와 폴란드계 아버지를 둔 그는 부산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미국 뉴저지로 이민을 왔고, 뉴욕의 티쉬 예술대학에 진학하며 아트의 꿈을 키웠다. 


2000년 뉴욕에서 펑크 록 밴드 예 예 예스(Yeah Yeah Yeahs)를 결성한 카렌 오는 곧장 언더그라운드 씬 공포의 신인으로 거듭났다. 새천년을 뒤흔든 ‘개러지 리바이벌‘ 밴드들 중에서도 무대 위에서 온몸에 맥주를 붓고, 마이크를 입에 물고 괴성을 지르는 카렌 오의 존재감을 따라올 아티스트는 몇 없었다. 그 생생한 기록을 담은 2003년 데뷔작 <Fever To Tell>은 각종 매체들로부터 2000년대의 가장 중요한 앨범으로 평가받는다. 


제이 솜(Jay Som) < Everybody Works >

본명 멜리나 두데르테(Melina Duterte)인 제이 솜(Jay Som)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필리핀 미국 이민자의 2세로 태어났다. 나른한 로우-파이 음악을 선보이는 그는 2015년부터 개인 블로그 밴드 캠프(Bandcamp)에 자작곡을 올리며 활동을 시작했고, 이듬해 2016년부터 인디 레코즈 폴리비닐(Polyvinyl)과 계약했다.


2017년 첫 번째 앨범 <Everybody Works>는 칼리 레이 젭슨(Carly Rae Jepsen)의 복고풍 신스 팝과 테임 임팔라(Tame Impala), 요 라 텡고(Yo La Tengo)의 인디 록을 훌륭히 결합하며 각종 평론지와 언론의 2017년 베스트 앨범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제이 솜은 미국 인디 씬의 터줏대감 밴드 더 내셔널(The National)과 함께 투어를 돌고 싱글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Japanese Breakfast) < 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 >

이름만 ‘재패니즈‘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서 태어난 미셸 자너(Michelle Zauner)는 2011년 인디 밴드 리틀 빅 리그(Little Big League)를 통해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뜨게 되자, 미셸은 기존 팀 대신 보다 어둡고 몽환적인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시작을 알렸다.


2016년 데뷔 앨범 <Psychopomp>로 호평받으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는 지난해보다 깊은 내면을 담은 <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으로 2017년의 베스트 목록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한복 차림으로 뮤직비디오를 찍고 제주 해녀들로부터 영감을 얻은 ‘Diving woman‘을 발표하는 등 꾸준히 어머니의 정신적 유산을 언급하는 음악이 인상적이다. 작년 12월 내한 공연을 펼쳤다. 


리나 사와야마(Rina Sawayama) <RINA>

1990년 일본 니키타 현에서 태어난 리나 사와야마는 다섯 살 때 온 가족이 런던으로 이주하며 이국에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정치학, 정신분석학과 사회학을 공부하던 그는 학문 대신 음악과 모델의 길을 택했다. 2013년 ‘Sleeping in walking’이라는 제목의 데뷔곡을 발매하며 커리어를 시작했고, 나일론 매거진 모델과 베르사체 등의 명품 모델로도 성공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리나의 음악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로 기억되는 1990년대 말의 틴-팝을 흥미롭게 재현한다. 2017년 발매한 첫 미니 앨범 <RINA>는 <더 가디언(The Guardian)>으로부터 ‘팝의 미래를 들춰보는 R&B’라 호평받았고, 음악 전문지 <피치포크>가 선정한 ‘2017년을 빛낸 20장의 팝 앨범’ 리스트에도 오르며 기대받는 유망주의 진가를 보여줬다. 


미츠키(Mitski) < Be The Cowboy >

2018년 현재 해외 평단으로부터 가장 유력한 ‘올해의 앨범’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일본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서 태어난 미츠키(Mitski)의 <Be The Cowboy>는 거의 모든 매체로부터 별점 5점 만점에 4점 이상의 평가를 받으며 새로운 시대 싱어송라이터의 등장을 선언하고 있다. 혼혈, 그리고 ‘아시아 여성’의 눈으로 그려가는 아메리칸드림이 흥미롭다.


미츠키의 본명은 미츠키 미와야키(Mitski Miwayaki)로, 1990년 일본에서 태어났으나 민요 기록자인 아버지를 따라 13개국을 여행하며 유년기를 보냈다. 이후 뉴욕에 정착해 학업을 지속하다 2012년부터 본격적 대중음악의 길을 선택했다. 다섯 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했고, 그중 2016년 발표한 <Puberty 2>는 <Be The Cowboy>만큼의 걸작이라는 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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