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헌 Jan 15. 2017

베비메탈 VS 메탈

메탈리카 내한 공연이 선사한 또 다른 컬쳐 쇼크.

1월 11일 고척 스카이돔의 주인공은 메탈리카이기도, 베비메탈 같기도 했다. 물론 절대 다수는 두말하면 입아픈 메탈리카의 세번째 내한에 들떠있었지만, 열도 내에서도 적은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메탈 아이돌 강림에 감격한 이들의 열광도 만만찮았다.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었던 메탈리카 머천다이즈와 달리 베비메탈의 티셔츠 두 장을 사는데는 30분 넘는 긴 줄이 생겼고 그마저도 매진되었다. 


오프닝 공연 시작 전부터 베비메탈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돔구장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1980년대 메탈 키드로 출발해 중년의 나이로 추억을 되새기려, 젊음을 느끼러 기꺼이 스탠딩 석을 예매한 메탈 장년 전사들에겐 심히 아니꼬운 광경이었다. 언성은 높아졌고 충돌까지 있었다.

BABYMETAL - Megitsune (4K) @ Live in Seoul, Korea 2017.1.11 (메탈리카 내한공연)


백밴드 카미 밴드의 전매특허 과격한 연주와 함께 등장한 데스메탈 아이돌의 공연이 시작되자 그 괴리는 더욱 여실히 드러났다. 더블 베이스가 귀를 짖누르고 기타는 뭐든 찢어버릴듯 지글거렸지만 베비메탈은 너무도...귀여웠던 것이다... 한 쪽에서는 서클 핏이 만들어지고 슬램 존에서 몸을 던져가며 여우 싸인을 그리는가 하면 반대편에서는 이게 뭔가 싶은 멍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의 적막이 흘렀다. 어떤 부분에서는 일단 손은 흔드는데 어이없다는 반응으로 헛웃음만 짓는 팬들도 많았다. 물론 SU-METAL, YUI-METAL, MOA-METAL 삼인조는 단 하나 아랑곳않고 전매특허 퍼포먼스에 집중했지만.


나로 말하자면 'Catch me if you can'의 '마다타요~'와 'Gimme Chocolate!!'을 따라부르면서 신기한 시선을 극복해야만 했다....



정통 메탈의 신도들에게 베비메탈은 어떻게 다가올까? 이들은 거대 지하 아이돌 사쿠라 학원의 일환으로 출발했으며, 립싱크가 당연했고 에어 밴드가 진짜 밴드로 변한 팀이다. 전문 작곡,작사,프로듀싱 팀이 있으며 마스터 KOBAMETAL의 손에서 전략과 콘셉이 만들어진다. 왕따, 카라테, 초콜렛, 숨바꼭질. 메탈이 이런 걸 할 짬이었나? 안무 있고 (격한!) 퍼포먼스도 치밀하다. 


'메탈리카 내한 공연'을 보러 온, 아예 이들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메탈 마니아들은 이 '신문물'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베비메탈은 미국, 영국 메탈 차트에서 상위권에 안착하고, 소피스피어와 다운로드 등 유수의 페스티벌 무대를 밟았다. 완성도가 달리는 것도 아니어서, 카미 밴드의 멤버들은 각자 한 가닥 날리던 유명 플레이어들이고 중독적인 멜로디와 훅은 아이돌 그 자체에 충실하면서도 메탈이라는 장르를 아주 잘 이해하고 있다. 여기에 세 멤버들의 철저한 역할 분담과 퍼포먼스로 눈까지 충족. 정체성에만 얽매이지 않는다면 즐길거리는 충분한, 잘 기획된 상품인 것이다.


'Four Horseman'으로 미친 듯 달리고 'Master Of Puppets'에 미쳐 살던 전사들에게 베비메탈은 개그 혹은 일본의 로컬 문화로 그친다. 어느 정도까진 인정하더라도 그 의상의 의미가 되긴 어렵다. 반대로 문제될 것 없다는 쪽은 이들을 흔한 아이돌로 소비한다. 반주가 메탈일 뿐 여타 아이돌 그룹 팬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날 베비메탈이 1980년대 후반 팝 메탈로 전향해 달콤한 멜로디를 넣고 신디사이저를 넣어도 좋아할 거라는 뜻이다. 



오프닝 밴드에 대한 이 염려 섞인 - 혹은 격렬한 - 현장의 반응은 나온지 꽤 된 기획의 베비메탈이 그만큼 받아들이기 어려운 파격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이다. 나는 베비메탈이 메탈의 고정 관념을 깨서 다시금 숨쉬게 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베비메탈이 메탈을 망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너무 다른 둘이 있을 뿐이다. 아이돌 그룹과 밴드의 세계. 늙은 퇴역 장군들 롭 할포드, 채드 스미스, 하물며 메탈리카 베비메탈에 대해 단 하나의 비판적 의견을 피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음악이 잊히지 않는다는 데서 즐거워 보이기도 한다. 


진짜 레트로와 레트로에서 영감을 받은 오브제의 논쟁은 결국 다 같은 결론을 향한다. 메탈도 이젠 꽤나 옛날의 사건이라는 것. 신구의 충돌이지만 가치관의 갈등이 아닌, 형식과 그 방식의 타당성에 대한 논의인지라 더욱 영양가가 없다. 서로 싸우던 베비메타 신도와 일반 메탈 마니아들의 사움이 그렇게 공허할 수가 없었다. 싸움, 안돼, 절대~


BABYMETAL - Ijime,Dame,Zettai - Live at Sonisphere 2014,UK (OFFICIAL)



매거진의 이전글 레이디 가가가 슈퍼볼을 뒤집어 놓으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