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 51 하프타임 쇼에 관한 10가지.
그 어느 하프타임 공연보다 거대한 충격을 만들어낸 레이디 가가. 혼란스러운 시국과 여러 이야깃거리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성향이나 메시지, '투사'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대신, 본연의 '퍼포먼스 장인' - '히트 메이커'의 진면모를 보여주며 이 시대 흔치 않은 독보적인 아우라를 보여줬다. 수많은 해설이 나오는 가운데 우선, 이번 슈퍼볼 51 하프타임 쇼에 관한 10가지를 풀어보려 한다.
1. 원래 유력한 주인공은 아델이었다.
처음부터 레이디 가가가 확정된 건 아니다. 수많은 후보들 중 가장 유력한 아티스트는 아델이었다. 경이적인 판매고와 전 지구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아델에게 이미 지난해 8월부터 계약이 제시되었으나, 본인이 직접 투어 도중 부인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이유로는 '슈퍼 볼은 음악 공연이 아니며, 난 춤도 잘 못 춘다.'. 아마 다음 작품이 댄스 앨범이 될 것 같다면서(!) 나중에나 해보겠다고 고사. 기타 후보로는 리아나, 테일러 스위프트, 저스틴 비버, 에미넴 등이 있었다.
2. 작년 12월부터 SNS 이벤트를 진행했다.
레이디 가가는 '영광의 게스트' 콘테스트를 개최하여, 팬들에게 15초에서 60초짜리 동영상을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GOHContest와 #PepsiHalftime 태그를 붙이게 했다. 그 보답은? 가장 가까운 무대 사이드라인에서 공연을 볼 수 있는 엄청난 혜택이 주어졌다.
3.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자제(...)를 요청받았다는 루머.
미식축구협회(NFL)가 레이디 가가에게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루머가 돌았다. 워낙 뜨거운 감자인 데다 평소 레이디 가가의 가치관 / 아티스트 정체성을 생각해보면 그럴 법한 이야기. 그러나 대변인은 '슈퍼볼은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이며, 레이디 가가는 환상적인 쇼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신경 쓰지 않겠다'며 단호히 부인했다. 약간의 우려(?)와 달리 이번 퍼포먼스에서 정치적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4. 드론을 이용한 최초의 방송 퍼포먼스.
NRG 스타디움 옥상에서 'God bless America'와 'This land is your land'를 부르며 쇼의 시작을 알린 레이디 가가의 뒤로 밤하늘의 별들이 성조기를 이룬다. 이는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라, 인텔 사의 쿼드콥터 드론 '슈팅 스타(Shooting Star)'의 빔으로 만든 광경이다. 안전 문제로 인해 라이브는 아니었고 공연 1주일 전 사전 녹화되었다. 300개의 드론들은 55km 떨어진 지점에서 비행하며 스폰서 펩시와 인텔의 로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조기를 만들며 환상적인 퍼포먼스의 시작을 알린다. 이어지는 가가의 다이빙!
5. 최신 곡 대신 히트곡 메들리.
지난 10월 레이디 가가는 3년 간의 공백을 깨고 다섯 번째 정규 앨범 < Joanne >을 발표했다. 다소 예스러운 사운드를 담은 신보 수록곡들이 셋 리스트를 다수 차지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가가는 보란 듯 화려한 커리어 전체를 풀어놓았다. 'The Edge of Glory'의 짤막한 외침부터 'Poker Face', 'Born This Way', 'Telephone', 'Just Dance', 'Bad Romance'까지. < Joanne >의 수록곡으로는 'Million Reasons' 하나가 있었고 < ARTPOP >에선 단 한 곡도 부르지 않았다.
6. 처음으로 성 소수자를 직업 언급한 슈퍼볼 하프타임 쇼.
슈퍼 히트곡이자 거침없는 메시지로 퀴어 진영의 앤섬이 된 'Born This Way'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통해 레이디 가가는 슈퍼볼 하프타임 쇼 최초로 성 소수자를 언급한 아티스트가 되었다.
'No matter gay, straight, or bi,
Lesbian, transgendered life
I'm on the right track baby
I was born to survive'
게이든, 스트레잇이든, 바이든,
레즈비언이든, 트랜스젠더든,
난 올바른 길을 가고 있어
난 살아남기 위해 태어났어.
7. No Guest, Just Gaga.
콜드플레이 & 비욘세, 케이티 페리 & 레니 크라비츠, 브루노 마스 & 레드 핫 칠리 페퍼스. 그러나 레이디 가가는 단 한 명의 게스트 없는 솔로 퍼포먼스를 선택했다. 최근 몇 년 간 슈퍼볼 하프타임 쇼가 게스트들과의 협연 - 합작으로 이뤄졌던 걸 생각해보면 독특한 부분.
8. 의상 디자인은 베르사체와 스와로브스키가 맡았다.
가가는 2013년 < ARTPOP >의 'Donatella'를 통해 그의 오랜 친구 도나텔라 베르사체에 대한 헌사를 표한 바 있다. 지난해 슈퍼볼에서 미국 국가를 열창할 땐 구찌의 붉은 드레스를 입었던 가가는, 올해 베르사체가 디자인하고 스와로브스키가 제공한 반짝이는 SF 천사의 강림을 보여줬다. 도나텔라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의상을 미리 공개했고, 휴스턴 NRG 스타디움에서 가가의 공연을 지켜봤다. 참고로 백댄서들이 신은 부츠는 모두 닥터 마틴.
9. 슈퍼볼 하프 타임 쇼의 수익 = 0
슈퍼볼 하프타임 쇼 페이는 '제로'다. NFL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알 수도 있는 사실. NFL은 '아티스트들이 수많은 관중과 함께 호흡하고 유의미한 캠페인을 진행하는 데' 의의를 둔다는 이유로 하프타임 쇼의 페이를 0으로 책정한다. 레이디 가가의 공연은 전 세계적으로 1억 1200만 명이 시청했다.
10. 제2의 전성기?
< Joanne >은 즉시 미국 아이튠즈 차트 1위를 석권했고, 디지털 앨범 판매는 15만 장으로 전 날 대비 1,000%가 상승했다 (2월 4일 1만 5천 장, 2월 5일 15만 장). 하프타임 공연 동안 쏟아진 5백만 트위터는 하프타임 쇼의 새 기록을 썼다. 조 바이든, 힐러리 클린턴과 이방카 트럼프(!) 등 정계 주요 인사들과 케이티 페리, 마크 러팔로, 아리아나 그란데, 그 외 셀 수 없는 수많은 셀렙들의 찬사는 덤. 곧 새 앨범과 월드 투어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