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 MBC '지상 최대의 콘서트 - 라이브 에이드' 특집
12월 2일 11시 55분, MBC 특집 ‘지상 최대의 콘서트 - 라이브 에이드’를 기다린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1985년 7월 13일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과 JFK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이브 에이드(Live Aid)’ 콘서트 실황을 재편집한 방송 내내, 주요 포털의 실시간 검색 순위엔 공연을 꾸민 명 아티스트들을 검색하는 이들의 손길이 끊이지 않았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속 강렬한 인상을 남긴 퀸과 프레디 머큐리부터 스팅, 다이어 스트레이츠, 비틀즈, 데이비드 보위, 엘튼 존, 그리고 조지 마이클까지. 방송 후에도 대중의 관심은 쉬이 꺼지지 않았다. 한국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서 이토록 많은 팝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언급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말 ‘역사적인 순간’이다.
에티오피아 기아 난민을 구호하기 위해 뮤지션 밥 겔도프(Bob Geldof)와 밋지 유어(Midge Ure)가 기획한 이 대규모 콘서트는 100여 개국에 실황 중계되며 19억 명의 시청자를 확보한, 방송 역사상 가장 거대한 도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다음 날인 14일 ‘세계는 한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라이브 영상을 녹화하여 방송한 바 있으니, 한국인에게 ‘라이브 에이드’가 아예 처음은 아니다.
영상 재편집과 화질 조정을 거쳐 방영된 2일 특집은 훨씬 깔끔한 영상과 음향을 들려줬다. 유튜브에 검색하면 바로 감상할 수 있지만, TV 스크린으로 보는 그 날의 뜨거운 열기와 카리스마는 <보헤미안 랩소디> 속 콘서트 장면과 더불어 또 다른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 날 방송은 영국의 인기 밴드 스테이터스 쿠오 공연을 시작으로 1980년대를 사로잡은 혼성 밴드 샤데이, 스팅과 다이어 스트레이츠, 필 콜린스의 무대가 기성에게는 추억을, 신세대에게는 1980년대의 유산을 선사했다. <보헤미안 랩소디> 재현의 원형이 된 퀸의 라이브 공연은 21분 무편집으로 방영됐다. 이어 브라이언 페리, 데이빗 보위, 폴 매카트니와 엘튼 존, 조지 마이클까지 등장하며 영국 라이브 에이드의 주제가 격 노래 ‘Do they know it’s Christmas?’를 합창하는 모습까지 만날 수 있었다.
더 많은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담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33년 전 공연을 재방영하다 보니 화질과 음질 수준이 낮은 녹화본은 방송에 포함되지 못했다. 전설의 록 밴드 레드 제플린의 재결성 무대, 노벨문학상 수상 뮤지션 밥 딜런과 전설 롤링 스톤즈의 합동 무대, 무명 밴드에서 세계를 호령하게 된 계기를 만든 유투(U2)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은 아쉽게도 유튜브 실황에서 다시 만나야 했다.
600만 관객을 돌파한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은 한국에 퀸 열풍, 프레디 머큐리 재조명을 불러오며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라이브 에이드 생중계는 이 유행의 정점을 상징한다. 일요일 늦은 밤 시간에 편성됐고 저작권 문제로 인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청도 제한됐지만, SNS와 포털 검색창, 실시간 이슈에는 라이브 에이드와 출연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끊임없이 오르내렸다.
음악 팬의 입장으로 <보헤미안 랩소디>에 이어 ‘라이브 에이드’가 성공하는 지금 상황은 꿈만 같다. <비긴 어게인>, <맘마미아!> 등 음악 영화의 성공 사례가 없던 것은 아니나 <보헤미안 랩소디>의 대박을 점친 이들은 거의 없었다. 그 성공이 음악을 처음 듣던 유년기 시절, 어렵게 구한 비디오와 DVD, 유튜브를 통해서 수십 수백 번 돌려 보던 라이브 에이드 실황을 안방으로 보게 될 거라고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비틀즈, 데이빗 보위, 프레디 머큐리, 조지 마이클이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랐다.
전국의 록 팬들과 팝 음악 마니아들은 이 날 방송을 보며, 그리고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대중의 반응을 보며 뭉클한 감동을 느꼈음이 분명하다. 특히 1985년 시대를 직접 살아보지 못한 젊은 세대 음악 팬들의 감정은 더욱 크다. 팝 음악의 불모지가 되어버린 현 음악 시장에서 전설을 기억하는 법은 스스로 찾고 질문하며 차근차근 공부해 나가는 길 뿐이었다. 그마저도 최근 몇 년 사이, 방송에 출연한 데이빗 보위, 조지 마이클, 프레디 머큐리는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다.
‘라이브 에이드’의 영향과 <보헤미안 랩소디> 흥행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영화 인기를 이어간 이 날의 방송과 대중의 관심은, 오래도록 음악을 사랑하며 찾고 들었던 나에게 놀라운 선물로 느껴졌다. 적어도 오늘 새벽만큼은 많은 이들과 함께 더는 볼 수 없는 전설과 그들의 노래를 공유하고 추억하며, 벅찬 음악의 역사적 순간을 함께 나누며 호흡하고 열광하게 된 것이다.
평화와 박애의 정신을 실천한 밥 겔도프와 밋지 유어의 정신은 노래 제목처럼 음악을 통해 온 세계를 ‘위 아 더 월드’로 만들었다. 33년이 지난 지금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는 세계를 하여금 퀸의 노래로, 라이브 에이드에 참여한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명곡들로 우리를 하나로 이어준다. 라이브 에이드 특집을 시청한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음악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이 자리 잡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