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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Jan 17. 2019

<그린 북>이 들려주는 1960년대 흑인 스타들

슈퍼스타 리틀 리처드, 처비 체커, 냇 킹 콜, 샘 쿡, 아레사 프랭클린

음악 팬들은 1960년대 미국 흑인 피아니스트와 백인 운전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그린북>의 이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당대 최고 히트곡을 하나도 모르는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분)에게 토니(비고 모텐슨 분)는 ‘어떻게 당신네 노래를 이렇게 모를 수 있냐’며 혀를 찬다. 이에 셜리 박사는 ‘모든 흑인이 댄스와 소울 음악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라 대응하지만, 유행을 등한시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인지 그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돈 셜리 박사가 생소해 하는 뮤지션들의 이름은 리틀 리처드, 처비 체커, 샘 쿡, 아레사 프랭클린이다. 초기 로큰롤 스타이자 소울 음악의 전설으로 기억되는 이들은 1960년대 당시에도 빌보드 차트 정상에 상주하며 대중의 인기를 누린 스타들이었다. 동시에 인기 피아니스트지만 백인 자본과 관객의 눈치를 봐야 했던 돈 셜리처럼, 사회 전반에 깔린 인종차별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나, 저항과 변화의 메시지를 목소리로 노래하며 민권운동의 상징으로 남은 인물들이다.


리틀 리처드와 처비 체커



영화 속 라디오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인물은 리틀 리처드다. 초기 로큰롤의 슈퍼스타인 그는 피아노 위에 발을 올리고 격정적인 연주와 보컬을 선보이며 당대 대중에게 로큰롤 장르의 이미지를 정립했다. 1956년 대표곡 ‘투티 프루티’로 널리 알려진 그는 영화 속 등장하는  ‘Lucile’ 뿐 아니라 ‘Long tall sally’, ‘Rip it up’ 등 숱한 히트곡을 남겼지만, 1959년 돌연 가스펠 가수로의 전향을 선언했다.

처비 체커는 1960년대 초 트위스트 춤을 유행시켰다. 그의 히트곡 ‘The twist’와 ‘Let’s twist again’은 반세기가 난 지금까지도 트위스트가 등장할 때마다 배경음악으로 쓰인다. 로큰롤 시대 상징과 같은 TV 쇼 진행자 딕 클락(Dick Clark)과 그의 프로그램 ‘아메리칸 밴드스탠드’에서 춤을 추는 처비 체커는 그 시대를 정의하는 하나의 장면으로 남아있다. 돈 셜리 박사가 이 노래와 춤을 몰랐다는 건 지금으로 따지면 ‘강남스타일’과 ‘말춤’을 모른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다.


냇 킹 콜과 샘 쿡



백인 가수로 프랭크 시나트라가 있다면 흑인 가수로 냇 킹 콜이 있다. 1940년대 냇 킹 콜 트리오의 훌륭한 피아니스트였던 그는 1945년부터 솔로 가수로 명성을 누린다. ‘This christmas song’과 ‘Nature boy’, ‘Unforgettable’ 등의 히트 싱글로 1960년대까지 인기 가수로 군림한 그는 영화 속 돈 셜리와 유사한 점이 있다. 위대한 대중 가수였음에도 불구하고 백인의 취향에 맞춰 ‘재즈를 팔아먹은’ 가수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린 북>에서 미국 남부 투어를 도는 중 심하게 구타당했던 냇 킹 콜의 일화가 등장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샘 쿡은 소울 음악의 한 획을 그었다. 놀라운 호소력의 보컬과 능숙한 라이브 퍼포먼스로 인기를 끈 그는 1950년대부터 ‘Only sixteen’, ‘For a sentimental reasons’ 등을 히트시킨 스타였다. 여기에 샘 쿡은 흑인 민권 운동의 송가인 ‘A change is gonna come’의 주인이다. 밥 딜런의 저항 의식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인권 행진에 발맞춘 이 한 곡만으로도 그는 위대한 반열에 오른다. 안타깝게도 그는 1964년 한 모텔에서 모텔 매니저의 총탄에 쓰러졌다.


아레사 프랭클린과 제임스 브라운


아레사 프랭클린은 소울의 여왕이자 20세기 최고의 가수로 꼽힌다.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중음악계는 그의 목소리를 뛰어넘는 목소리를 찾지 못했다. 천부적인 힘과 감성의 목소리 하나만으로 인종과 성별의 벽을 허문 아레사 프랭클린의 위대함은 시대가 지날수록 그 힘을 더해간다. 그의 파워풀한 보컬은 1960년대 인종 차별에 주눅 든 흑인 사회에 ‘블랙 프라이드’를 일깨우는 고고한 외침이었다. 대표곡 ‘존경(Respect)’을 통해 아레사 프랭클린은 소외된 흑인 사회의 자부심과 여성의 힘을 계몽했다.

펑크(Funk)의 아버지 제임스 브라운 역시 1960년대 대중음악에 빼놓을 수 없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역동적인 댄스와 힘 있는 목소리로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그는 1960년대 흑인 사회의 저력과 생명력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Papa’s got a brand new bag’으로 흥겨운 펑크(Funk) 리듬을 대중화한 그는 1969년 ‘크게 외쳐 - 나는 흑인이고 내가 자랑스럽다(Say it loud I’m black I’m proud)’로 흑인 민권 운동의 기수로 우뚝 섰다. 제임스 브라운의 음악은 지금까지도 유명 힙합, 팝 아티스트들의 샘플링 속에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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