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망.
그래미는 망했다. 그냥 망. 이제 트렌드세터들은 참가하지도 않고 정해진 수상자가 영예를 독차지한다. 다양한 세대 변화와 수요에도 그들만의 리그를 끈덕지게 고집한다. 이런 절차가 과거를 잘 보존하겠다는 관리인의 입장이라면 십분 이해하겠다만 어설픈 신세대 따라가기만 보여주는 후보 선정 보면 그렇지도 않다.
이제 그래미는 음악계 가장 오래된 시상식이자 - 성대한 추모공연으로 전설들의 장례 의식을 치르고 - 기성과 혁신의 양 발을 걸친 팝 스타들의 신곡 공개 현장이 되었다. 인종적으로 닫혀있기로 마음 먹은 최근의 수상 실태는 'Race Music'의 이름을 'R&B'로 바꿔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하라는 식이며 상업적 성공이 음악성까지 보장한다는 논리를 펴고 신세대들은 돈 많이 버는 걸로 만족하라는 오만함이 가득 꼈다. 우리는 역사책을 쓸거야. 너네는 부록으로 조그맡게 한 파트 껴줄게. 그래도 만족하지? 1년의 주인공을 섣부르게 결정하면서 저항과 약자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한다.
그래미에 걸었던 기대 - 그 상징성 - 영예는 저 멀리 뒷편으로 사라지고 역사성 하나에만 애처롭게 매달리는 꼴이다. 시대는 승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기고 그 진화와 혁신의 과정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실험가들은 철저히 무시해버린다. 그래미의 권위도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여기에 져선 안된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난 이제 망한 그래미 결과에 놀라지 않을 것이다. 기록으로의 시상식 그 이상의 권위도 부여하지 않을 것이다. 애써 생방송을 챙기고 헛된 예측을 하거나 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너무 쉽지 않은가? 테일러 스위프트, 아델, 테일러 스위프트, 아델.
21세기가 그래미 따위에 져서는 안된다. 혁신가들이 그래미 따위에 주눅들어서는 안된다. 실험가들이 그래미의 영전에 들어갔다고 만족해서는 안된다. 그저 그런 시상식에 아티스트의 놀라운 창작력을 헌신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분명, 더 많이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