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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Jul 09. 2019

기묘한 이야기의 음악 세계

1980년대 명곡으로 무장한 시리즈



2019년 넷플릭스 최고의 기대작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의 세 번째 시즌이 7월 4일 여덟 에피소드로 공개됐다. 1980년대 미국의 가상 도시 호킨스에서 벌어지는 초자연적 현상과 정부 기관의 음모, 아이들의 모험을 담은 이 SF 호러 드라마는 매끄러운 줄거리 진행과 화려한 볼거리,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로 넷플릭스를 대표하는 오리지널 시리즈가 됐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3은 공개 4일 만에 전 세계 4천만 가구가 시청하며 넷플릭스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웠다.



세 번째 시즌 출시에 앞서 넷플릭스 코리아는 지난 6월 게이튼 마타라조, 케일럽 맥러플린 등 출연 아역 배우들의 내한을 통해 작품을 홍보했고, 6월 20일부터 7월 7일까지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서 ‘기묘한 이야기 팝업 존’을 성황리에 운영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나이키는 '기묘한 이야기'를 테마로 한 협업 컬렉션을 발매하고, 7월 13일 CGV 청담 시네시티에선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시즌 1 '정주행 이벤트'를 개최한다.



‘기묘한 이야기’의 인기 요인은 이른바 ‘뉴트로’라 불리는 1980년대 문화 기호들을 적극 활용하는 데 있다. <죠스>, <이블데드>, <괴물>, <에일리언>, 스티븐 킹의 소설 등 1970-8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호러와 미스터리, SF 작품의 영향을 숨기지 않는다. 추억의 보드게임 ‘던전 앤 드래곤’과 1980년대 대표 배우 위노나 라이더, 1980년대 나이키 패션 등이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현세대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선사한다.  


음악 팬들에겐 드라마 속 1980년대 추억의 유행가가 반갑다. 올드 팝송을 적극 활용해 뉴트로 개성을 확보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레디 플레이어 원>과 마찬가지다. 차이점이라면 ‘기묘한 이야기’가 음악을 활용하는 방식이 훨씬 정교하다는 점이다. 드라마 배경이 되는 1983, 1984, 1985년에 따라 각 해의 히트곡을 충실히 삽입함은 물론, 각 노래들을 이야기 전개에 빼놓을 수 없는 기호로 사용하기도 한다. 2018년 제61회 그래미 어워드는 ‘베스트 컴필레이션 사운드트랙’ 부문에 ‘기묘한 이야기’ 컴필레이션 앨범을 노미네이트 하며 그 가치를 일찍이 인정한 바 있다.



시즌 1의 첫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록 밴드 토토(Toto)의 ‘Africa’를 먼저 보자. 스티브와 낸시가 숙제를 하다 서로 눈이 맞아 키스를 하는 장면을 수식하는 이 곡은 웅장한 신디사이저 소리와 아름다운 보컬 하모니가 어우러지며 1983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명곡이다. 작년에는 ‘기묘한 이야기’를 통해 노래를 알게 된 미국의 한 소녀가 트위터 상에서 ‘아프리카 리메이크 캠페인’을 유행시켰고, 이에 응답한 록 밴드 위저(Weezer)가 곡을 리메이크하여 무려 36년 만에 빌보드 싱글 차트 100위에 다시 오르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영국 펑크 록 밴드 클래쉬(The Clash)의 ‘Should i stay or should i go’는 시즌 1과 2를 관통하는 핵심 곡이다. 시즌 1에서 극의 등장인물 조나단 바이어스(찰리 히튼 분)가 1982년 동생 윌 바이어스(노아 슈나프 분)에게 들려주는 이 노래는 다른 차원에 갇혀 실종된 윌이 자신의 존재를 현실에 알리는 도구로, 시즌 2에서는 윌의 정신을 조종하는 괴물 마인드 플레이어(Mind Flayer)로부터 윌을 깨어나게 하는 매개체로 역할을 수행한다.


1982년 발표된 ‘Should i stay or should i go’는 2004년 음악 평론지 <롤링 스톤>이 선정한 ‘위대한 500 노래’ 리스트에서 224위에 올랐고, 밴드의 유일한 영국 넘버 원 싱글일 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기묘한 이야기’의 음악 감독 노라 펠더(Nora Felder)는 밴드 멤버들을 찾아가 ‘가족의 유대를 보여주기 위해’ 이 노래를 사용하고자 하는 의사를 밝혔고, 허락이 떨어진 후에는 에피소드 공개 전까지 ‘머무를까요 떠날까요’의 존재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이외에도 ‘기묘한 이야기’는 각 에피소드마다 기본 3~4곡 정도의 1980년대 명곡을 삽입한다. 폴리스(The Police), 본 조비(Bon Jovi), 듀란 듀란(Duran Duran) 같은 인기 청춘 밴드부터 탠져린 드림(Tangerin Dream), 에코 앤 더 버니맨(Echo and the Bunnymen) 등 실험적인 밴드들의 음악을 아우른다. 신디 로퍼, 마돈나. 피터 가브리엘, 올리비아 뉴튼 존 등 시대를 풍미한 솔로 팝스타들의 명곡도 1980년대로의 몰입을 돕는다.


7월 4일 공개된 시즌 3 역시 익숙한 멜로디가 반갑다. 공식 예고편에 등장하는 더 후(The Who)의 ‘Baba O’Riley’는 인기 시리즈 ‘CSI 뉴욕’ 테마 송으로 익숙하다. 팝의 여왕 마돈나, 2016년 세상을 떠난 조지 마이클의 그룹 왬(Wham!), REO 스피드왜건(REO Speedwagon)과 카스 (The Cars), 포리너(Foreigner), 휴이 루이스 앤 더 뉴스(Huey Lewis & The News) 등 시대를 풍미한 밴드들의 명곡이 에피소드를 수놓는다.


시즌 3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도 짚고 넘어가자. 1980년대 유럽을 풍미했던 히트곡, 조르지오 모로더가 작곡하고 리말(Limahl)이 부른 볼프강 피터센 감독의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NeverEnding Story)>의 주제가 'The NeverEnding Story'다. 시즌 3 공개 후 'The NeverEnding Story'의 유튜브 조회수는 800% 이상 증가했다.


‘기묘한 이야기’를 통해 신세대 넷플릭스 팬들은 1980년대 미국 문화의 상징을 접하며 ‘뉴트로’ 유행을 체험한다. 영화, 소설, 패션 등 다양한 방면에서 복고 흐름을 이끄는 '기묘한' 이 드라마, 그 바탕에 있는 추억의 명곡이 더욱 깊은 ‘그때 그 시절’ 체험을 유도하고 있다.


The Full Dustin and Suzie NeverEnding Story Scene | Stranger Things S3




Toto - Africa (Official Music Video)
Weezer - Africa (Live from Dick Clark's New Year's Rockin' Eve)
The Clash - Should I Stay or Should I Go (Live at Shea Stad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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