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부터 시즌 3까지, 12곡으로 구현한 1980년대 바이브
1980년대의 향수를 물씬 품은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인기가 거세다. 7월 4일 공개 후 4일 만에 전 세계 시청 가구 4천만을 돌파했다. <죠스>, <E.T>등 그 시절을 주름잡은 영화와 ‘던전 앤 드래곤’, 나이키 코르테즈 운동화 등 다양한 영역을 통해 복고풍 무드를 자아내는 이 드라마는 80년대 팝 히트곡의 적절한 선곡으로 듣는 재미까지 섭렵했다. 음악 감독 노라 펠더가 심혈을 기울여 고른, <기묘한 이야기> 속 그때 그 시절 인기 팝송을 살펴본다. 글 순서대로 시즌 1, 시즌 2, 시즌 3에 등장하는 곡들이다.
내로라하는 세션맨들의 밴드 토토는 화려한 연주 실력과 부드러운 멜로디로 1980년대를 풍미했다. 그룹을 대표하는 히트곡 ‘Africa’는 1982년 발표한 네 번째 정규 앨범 <Toto IV>에 수록된 노래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1980년대를 대표하는 노래로 기억된다. 극 중 등장인물 스티브와 낸시가 입을 맞추는 장면에서 흐르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풋풋한 소년 소녀의 사랑을 꾸민다.
1970년대 영국을 휩쓴 펑크 록 열풍의 쌍두마차는 섹스 피스톨즈와 더 클래쉬였다. 섹스 피스톨스는 직선적인 로큰롤 기반의 연주에 ‘대영제국의 무정부 상태(Anarchy In The U.K)’ 같은 곡으로 영국 사회를 무차별 폭격했고, 클래쉬는 자메이카 레게 리듬을 가미한 세련된 음악 위 당대 사회 현실을 조목조목 비판한 게릴라들이었다. 1982년 발표된 ‘Should I Stay Or Should I go’가 수록된 앨범 제목부터가 <전투 록(Combat Rock)>이다.
‘Shoul I Stay Or Should I Go’는 <기묘한 이야기> 시즌 1과 2를 관통하는 대표곡이다. 시즌 1의 2번째 에피소드에서 조나단 바이어스(찰리 히튼 분)가 동생 윌 바이어스(노아 슈나프 분)에게 들려준 이 노래는 다른 차원에 갇힌 윌을 안정케 하고 시즌 2에서 괴물에게 조종당하는 윌의 정신을 온전케 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더 클래쉬의 유일한 영국 싱글 차트 1위 곡이기도 하다.
아트 록 그룹 제네시스(Genesis)의 보컬로 출발한 피터 가브리엘은 1975년 이후 팀을 탈퇴하고 당대 최고의 솔로 가수로 인기를 누렸다. 같은 시기였던 1977년, 분단된 서베를린에 머물던 ‘록의 카멜레온’ 데이비드 보위는 그를 대표하는 명곡 ‘Heroes’를 발표하며 록 역사에 한 획을 긋는다. <기묘한 이야기> 속 마을 채석장에서 윌의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에 흐르는 ‘Heroes’는 그로부터 33년이 지난 2010년 피터 가브리엘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쾌활하고 실험적인 원곡을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새로운 느낌으로 재해석했다.
<기묘한 이야기>는 대중적인 팝송 선곡과 동시에 실험적인 전자 음악을 통해 신비한 SF극의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드라마의 오리지널 스코어를 세 시즌 연속 전자 음악 팀 서바이브(SURVIVE)의 멤버 카일 딕슨과 마이클 스타인에게 맡기는 것이 그 증거다. 1970년대 말 독일의 일렉트로닉 팀 탠저린 드림의 음악 역시 극 곳곳에서 들을 수 있다. 같은 시대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와 함께 전자 음악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대중음악 역사에서 중요한 그룹이다.
‘누굴 부를 거야? 고스트버스터즈!’. 1984년을 대표하는 판타지-코미디 영화 <고스트버스터즈>는 그 주제가로도 큰 인기를 누렸다. 흥겨운 전자음과 펑크(Funk)의 그루브로 무명의 뮤지션 레이 파커 주니어에게 빌보드 싱글 차트 넘버원을 선물한 곡이기도 하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2의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핼러윈 파티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역할로 등장. 그러나 ‘Ghostbusters’는 1980년대를 대표하는 록 밴드 휴이 루이스 앤 더 뉴스(Huey Lewis & The News)의 ‘I want a new drug’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있다.
시즌 2에서 여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킹카 빌리(데이커 몽고메리 분)의 등장을 알리는 곡이다. 독일의 루돌프 솅커와 마이클 솅커 형제가 주축이 되어 결성된 스콜피온즈는 초기 실험적인 음악을 하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헤비메탈 밴드로 명성을 떨친다. 한국에선 ‘Holiday’, ‘Still loving you’ 같은 록 발라드로 더욱 유명하지만, 팀의 대표곡은 시원한 기타 리프의 ‘Rock you like a hurricane’이다. 빌보드 싱글 차트 25위에 오른 헤비메탈의 명곡.
본 조비는 1980년대를 대표하는 밴드다. 1984년 발표한 <Slippery When Wet>은 ‘Livin’ On A Prayer’와 ‘You Give Love A Bad Name’을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올렸고 미국에서만 1200만 장 판매고를 기록했다. 보컬 존 본 조비의 수려한 외모와 기타리스트 리치 샘보라의 인상적인 퍼포먼스, 케이블 채널 MTV가 주도한 뮤직비디오 열풍에 힘입어 1980년대 내내 전성기를 누렸다. <기묘한 이야기> 속 ‘Runaway’는 1983년 전설의 시작을 알린 데뷔 앨범 <Bon Jovi>의 히트곡으로, 시즌 2 일곱 번째 에피소드의 시작을 멋지게 알린다.
스팅, 스튜어트 코플랜드, 앤디 서머스의 3인조 밴드 폴리스를 상징하는 곡이다. 1983년 빌보드 싱글 차트 8주 연속 1위를 기록했고 이듬해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노래’를 수상했다. 인상적인 기타 리프와 허스키한 스팅의 목소리로 기억되는 ‘Every Breath You Take’는 괴물 마인드 플레이어(Mind Flayer)를 물리친 호킨스 가의 아이들이 무도회장에서 춤을 추는, 시즌 2의 마지막 장면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1997년 래퍼 퍼프 대디(Puff Daddy)가 세상을 떠난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에게 바친 ‘I’ll Be Missing You’의 원곡이다.
<CSI 뉴욕>의 열혈 시청자라면 <기묘한 이야기>의 세 번째 시즌 예고편 속 ‘Baba O’Riley’가 반갑다. <CSI 뉴욕>의 오프닝 곡으로 유명한 이 노래는 비틀즈, 롤링 스톤즈와 더불어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로 대접받는 더 후(The Who)의 1971년 명곡이다. 신비로운 오르간 소리와 극적인 보컬, 그룹의 기타리스트 피트 타운젠트에게 큰 영향을 준 철학가 메허 바바(Meher Baba)와 테리 라일리(Terry Riley)의 사상이 녹아있다. 1980년대 곡은 아니지만 1980년대 신디사이저와 록의 결합에 큰 영향을 미친 노래다.
시즌 3 7번째 에피소드, 미국 독립 기념일에 등장한 호킨스 시장 클라인(케리 엘위스 분)의 행사에 흥겨운 노래가 흐른다. 록 음악에 컨트리와 포크를 섞고 미국 서민들의 토속적인 이야기를 노래한 ‘하트랜드 록(Heartland Rock)’의 대표 아티스트, 존 '쿠거' 멜런캠프의 노래다. 1985년의 대표 앨범 <Scarecrow>에 수록된 ‘R.O.C.K. In The USA’는 ‘1960년대 로큰롤에 바치며’라는 부제처럼 복고적인 스타일로 빌보드 싱글 차트 2위까지 오른 히트곡이다. 존 멜런캠프는 1985년 미국 농민들을 돕기 위한 자선 공연 ‘팜 에이드(Farm Aid)’를 기획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6년 크리스마스에 세상을 떠난 조지 마이클은 듀오 왬(Wham!)과 솔로 활동으로 1980년대를 풍미한 싱어송라이터다. 그룹 시절 ‘Last christmas’, ‘Careless Whisper’의 메가 히트곡은 물론 1988년 솔로 전향 후 발표한 <Faith>로 그래미 ‘올해의 앨범’을 수상하며 네 곡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렸다. 흥겨운 리듬의 ‘Wake Me Up Before You Go-Go’는 왬의 성공 시대를 알린 곡. 스티브와 더스틴이 재즈 댄스 피트니스 ‘재저사이즈(Jazzercize) 매장을 바라볼 때 흘러나온다.
1984년의 판타지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의 주제가 ‘The NeverEnding Story’를 부른 리말(Limahl)은 이 노래 하나로 1980년대 대중문화에 이름을 새겼다. 시즌 3 마지막 에피소드를 장식하는 이 곡은 거대 괴물과의 전투를 위해 한시가 급한 더스틴(게이튼 매터래조 분)이 여자친구 수지에게 암호를 알아내기 위해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다.
긴장된 분위기 속 쾌활한 전자음과 배우들의 앳된 목소리로 흐르는 ‘The NeverEnding Story’가 제목처럼 ‘기묘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록 그룹 카자구구(Kajagoogoo)의 보컬이었던 리말은 ‘손에 손잡고’를 만든 전설적인 디스코 작곡가 조르지오 모로더(Giorgio Moroder)가 선물한 ‘The NeverEnding Story’로 세계적인 대박을 쳤지만 이것이 그의 마지막 히트곡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