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랜드, 전주, 강원, 유어썸머 페스티벌.
‘2019년은 록 페스티벌 종말의 해?’를 통해 안이한 기획으로 비판받는 국내 록 페스티벌의 현주소를 다룬 바 있다. 펜타포트, 지산, 부산 록 페스티벌은 네임밸류와 역사 등 다양한 장점에도 허술한 운영과 실망스러운 아티스트 섭외를 보이며 개최 전부터 페스티벌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그러나 모든 음악 페스티벌이 이와 같지는 않다. 음악 페스티벌의 수는 매해 증가 추세이며 그중에는 독특한 위치 선정과 확실한 콘셉트 아래 만족스러운 아티스트 섭외와 운영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안기며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페스티벌도 많다.
비무장지대 인근 철원 노동당사, 월정리역, 소이산에서 개최되는 ‘DMZ 피스 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은 분단과 평화를 주제로 삼아 영국 BBC, 미국 음악지 < 롤링 스톤 >의 호평을 받았고, 2018년에 이어 올해도 6월 5일부터 9일까지 성공적인 운영을 보였다. 7월 6일부터 7월 6일까지 파주 출판도시에서 열린 ‘언팔로우 페스티벌(Unfollow Festival)은 미디어아트 스튜디오와 언더그라운드 전자 음악 아티스트들이 힘을 합쳐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 바 있다.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은 젊은 음악 팬들에게 2019년 여름 음악 페스티벌의 승자로 꼽힌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한강 난지공원에서 개최된 이 페스티벌은 올해 인천 영종도의 파라다이스 시티 리조트로 장소를 옮겼다. 감각적인 스타일로 평단의 호평을 받는 젊은 해외 아티스트 섭외로 고유의 콘셉트를 확립해 온 홀리데이랜드 페스티벌은 올해 더욱 강력하고 ‘힙한’ 라인업을 공개하며 인기를 예고하고 있다.
팝 음악 최초로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의 가온차트의 디지털 차트와 다운로드차트에서 1위에 오른 ‘2002’의 주인공 앤마리(Anne Marie), ‘Best part’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기를 구가하는 소울 가수 다니엘 시저와 제61회 그래미 어워즈 신인상을 받은 허(H.E.R), 영국 출신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 등 굵직한 이름이 눈에 띈다.
래퍼 빈스 스테이플스(Vince Staples)와 아미네(Amine), 우울한 감성으로 인기를 끄는 조지(Joji)와 감성 밴드 시가렛 애프터 섹스(Cigarette After Sex)는 물론 주목받는 한국 크루 바밍 타이거(Balming Tiger)와 빈지노의 무대도 놓칠 수 없다. 7월 27일과 28일 양일 개최다.
‘올해는 다들 전주에서 봬요!’
지오디를 헤드라이너로 선정한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의 페이스북 공지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댓글이다. 8월 2일부터 4일까지 전주종합경기장에서 개최되는 ‘전주 얼티밋 뮤직 페스티벌’은 지난해 첫선을 보인 후 올해로 2년차를 맞는다. 대중과 마니아 둘 다를 만족시킬 수 있는 라인업으로 호평받고 있다. 걸그룹 마마무, 래퍼 이센스와 스윙스, 기리보이를 포함한 라인업이지만 지오디를 헤드라이너로 세운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과 달리 비판의 목소리는 거의 없다.
‘전주 얼티밋 뮤직 페스티벌’에는 1980년대 ‘가스펠 메탈’로 큰 인기를 얻어 1988년 헤비메탈 밴드로는 최초로 내한 공연을 펼친 스트라이퍼(Stryper)가 내한 공연을 펼친다. 강력한 사운드의 블랙홀과 메써드, 메스그램과 독일의 알마낙(Almanac) 등의 메탈 밴드들은 전주 도심에 마련된 실내 공연장 ‘어반 스테이지’에서 무대를 갖는다. 넬, 로맨틱펀치, 피아, 소란, YB 등 대중적인 록 밴드들도 만날 수 있다. 록이라는 이름 없이도 웬만한 록 페스티벌 부럽지 않은 라인업으로 음악 팬들의 기대를 높인다.
8월 16일부터 18일까지 강원도 인제군 인제 잔디구장과 소양강변에서 펼쳐지는 ‘강원 락 페스티벌’의 모토는 ‘록 음악의 부흥’이다. 앞서 언급한 거대 록 페스티벌의 실정과 부침에 실망한 록 팬들의 눈길을 끈다. ‘강원 락 페스티벌’ 조직 위원회는 ‘록 음악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은 그리 많지 않다.’며, ‘전 세계 뮤지션들과 록을 사랑하는 젊음이 한데 어우러지는 교류의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포부를 밝히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출연 아티스트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1990년대 록 발라드 ‘Forever’로 국내 많은 팬을 확보한 미국의 메탈 밴드 스트라토바리우스(Stratovarius)가 무대를 펼친다. 데스코어 밴드 본 오브 오시리스, 이탈리아의 메탈 밴드 ‘투릴리/리오네 랩소디’, 중국의 메탈 밴드 난 밴드(Nan Band) 등 다양한 국적의 밴드들이 강력한 소리를 뽐낼 예정이다.
한국 아티스트들의 면모도 화려하다. 밴드 들국화의 보컬이자 한국 록을 대표하는 전인권을 필두로 에이치 어 랏(H a Lot), 소닉 스톤즈(Sonic Stones), 김바다의 밴드 바다(BAADA), 바셀린부터 킹스턴 루디스카, 사우스 카니발, 노선택과 소울소스 등 흥겨운 리듬의 팀들이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8월 15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개최되는 ‘유어썸머 페스티벌’은 일렉트로닉 음악 팬들에게 만족스러운 라인업을 꾸렸다. 인기 디제이 제드(Zedd)와 캐시 캐시(Cash Cash), 앨런 워커(Alan Walker)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등 거대 일렉트로닉 페스티벌에서만 만나볼 수 있었던
신스팝 밴드 처치스(Chvrches)와 8인조 다국적 밴드 슈퍼올가니즘, 일렉트로 팝으로 다시 태어난 싱어송라이터 리타 오라(Rita Ora)와 록 밴드 린킨 파크의 디제이 조 한(Joe Hahn)의 이름도 눈에 띈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폐회식에 오른 한국 디제이 레이든(Raiden)도 빼놓을 수 없다. EDM과 일렉트로닉을 즐겨 듣는다면 큰 고민이 필요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