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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Jul 26. 2019

보리스 존슨, 분노한 영국의 소리

신임 총리 취임에 격한 반대 메시지를 내놓은 영국 뮤지션들


우리의 총리가 아니다(Not Our Prime Minister)



7월 23일 영국 보수당 당대표 선거에서 66.4%의 압도적 지지로 승리한 전 영국 외무장관 보리스 존슨(55)이 24일 영국 제77대 총리에 취임했다. 더 타임스 특파원, 잡지 칼럼니스트, 런던 시장 등을 역임한 그는 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 브렉시트(Brexit) 찬성파의 거두이자 금발의 당당한 풍채와 막말로 ‘영국의 트럼프’라 불린다.

보리스 존슨은 더 타임스 특파원 시절 기사 인용을 조작해 해고당한 바 있다. 런던 시장 재임 중이던 2016년엔 브렉시트 반대 의사를 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해 ‘오바마는 부분적으로 케냐 사람이라 영국을 싫어한다’라는 발언으로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 올해 보수당 대표 경선 선거운동에선 ‘어떤 외국인 공동체는 사회 통합에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브렉시트 논조를 강화하기도 했다.

24일 총리 취임식에서 존슨은 10월 31일 EU 탈퇴를 공식 선언하며 향후 논란을 예고했다. 합의 없는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영국 경제와 국민들에게 영향을 줄 브렉시트 강행 입장에, 노딜 브렉시트 반대하는 장차관들이 사퇴 의사를 밝히고 브렉시트 반대파의 시위가 이어지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격한 반대를 표하는 쪽은 영국의 문화 예술계다. 총리 취임 전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이민자 혐오 발언을 일삼은 그를 총리로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다. 대안 문화를 다루는 런던의 아이디 매거진(i-D Magazine)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우리의 총리가 아니다(Not Our Prime Minister)’ 문구를 올리며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Welcome to hell)’라는 설명으로 분노를 표했다.


음악계의 반발도 거세다. 7월 28일 내한하는 밴드 라디오헤드의 리더 톰 요크(Thom Yorke)는 트위터에 ‘보리스, 엿 먹어(F**k you, Boris...)’는 글귀를 올렸다. 같은 날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로 한국을 찾는 일렉트로닉 듀오 케미컬 브라더스의 에드 사이먼즈(Ed Simons)도 ‘전문가들이 재앙이 될 것이라 하는데도 부자들은 브렉시트가 긍정적이라 주장한다’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전설적인 록 밴드 더 스미스(The Smiths)의 기타리스트 조니 마(Johnny Marr) 역시 ‘보리스를 재미있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말라. 우리는 그를 ‘무능한’ 보리스 존슨으로 불러야 한다’며 총리 임명에 우려를 표했다. 영국의 일렉트로닉 듀오 99 소울스(99 Souls)는 ‘그는 이미 수차례 거짓말로 직장 생활을 관둔 바 있는 사람이다.’라 말하기도 했다.  



2010년대 초부터 대두된 영국의 경제 위기는 브렉시트 선언 후 더욱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 인구 중 5분의 1이 노동 빈곤층에 속하며 실업률은 7.7%에 육박한다.


이 와중 영국이 브렉시트로 유럽 연합에 지불해야 할 금액은 400억 유로(50조 원)에 달한다. 빈민 계급의 열악한 현실은 2011년 대대적인 런던 폭동과 2017년 런던 그렌펠 타워 화재 사고를 통해 전 세계에 그 심각성을 알린 바 있다.

경제적 빈곤과 사회 혼란은 범죄율 증가를 부른다. 살인과 묻지 마 폭행, 흉기 범죄와 증오 범죄가 가파르게 증가 추세다. 영국 내무성 자료에 의하면 2017년부터 2018년 발생한 영국의 증오 범죄 수는 9만 4098건으로 2016/2017년의 8만 393건보다 훨씬 늘었다.


2017년 10월 영국 남부 브라이튼에서는 한국 유학생이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샴페인 병으로 가격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듬해 11월에도 런던 중심가 옥스퍼드 스트리트에서 7~8명에 달하는 영국 청소년들이 한국 유학생을 묻지마 폭행했다. 증오 범죄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사회를 바탕으로 하듯 최근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 장르는 영국의 힙합이라 불리는 그라임(Grime)이다. 2000년대 초 영국 흑인 빈민 계층으로부터 태동한 그라임은 2010년대 혼란스러운 영국 사회를 바탕으로 다시금 세를 넓히며 공격적인 랩과 비트로 사회 전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2018년 브릿 어워드에서 ‘베스트 남성 솔로 아티스트’로 선정된 래퍼 스톰지(Stormzy), 평론지 메타크리틱에서 최초의 만점을 받은 데이브(Dave) 등 신예 아티스트들의 행보가 거세다. 초기 그라임 아티스트 스켑타(Skepta), 와일리(Wiley)도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돌아와 소수의 분노를 대변하고 있다.

이들이 브렉시트를 지지하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일삼은 보리스 존슨 신임 총리를 지지할 리 만무하다. 세계적인 록 페스티벌 글라스톤베리에서 방검복을 입고 메인 무대를 장식한 스톰지는 자신의 영국 차트 1등 곡 ‘보시 봅(Vossi Bop)’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을 리트윗 했는데, 그 가사는 ‘정부 엿 먹어, 보리스 엿 먹어(F**k the government and f**k the Boris)’다.


Stromzy ‘Vossi Bop’


Stormzy의 글라스톤베리 2019 등장 씬




노스햄튼 출신의 래퍼 슬로타이(Slowthai)는 브렉시트의 가장 격렬한 반대자다. 그는 테레사 메이 전 총리의 사임 직전 ‘영국에 위대함은 없다(Nothing Great About Britain)’는 제목의 정규 앨범을 발매하며 스타가 됐다.


서민 아파트 앞 십자 틀에 몸을 묶은 앨범 사진으로 무장한 이 작품은 영국 빈민층의 비참한 현실과 브렉시트 정국을 가감 없이 담았다. 그 역시 보리스 존슨 총리 취임에 대해 ‘보리스, 엿 먹어’라는 한 마디로 설명을 대신했다.


보리스 존슨은 취임사에서 ‘10월 31일 무조건 브렉시트’를 외치고 25일 첫 의회 연설에서 ‘브렉시트 후 영국을 지구 상 가장 위대한 나라로 만들겠다’며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ca Great Again)’ 슬로건을 가져왔다. 현재까진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Slowthai ‘Inglorious (Feat. Skepta)’


Slowthai ‘Nothing Great About Bri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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